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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관리 관점으로 푸는 유럽의 노사문화
2008년 01월 16일 (수) 14:38:37 윤공석 기자 ksy8421@hanmail.net

지난해 11월부터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던 서울메트로의 노사쟁의가 12월 중순 타결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측은 노조간부를 고소·고발하고 노측은 파업 운운하며, 마치 서로의 이익 쟁취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이들의 소식을 전하면서 ‘극적 타결’이란 문구를 제목으로 뽑기도 했습니다.

합의내용은 ‘노조간부 고소·고발 취하 및 임금 2% 인상’. 그런데 과연 노사 모두 윈-윈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업발전을 통한 노사상생이라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본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협상결과란 것이 노사 양측이 ‘눈앞의 이득 취하기’ 라는 근시안적 투쟁으로 얻어낸 1회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역량강화를 위한 장기적 비전 따위는 애초부터 협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유럽 노사문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재난관리의 관점에서 노사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서로에게 위기의식만 팽배해질 뿐 득이 없다는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만난 유럽상공회의소 관계자의 말을 빌면 이렇습니다. “유럽은 노사대표가 마주하게 되면 먼저 회사의 장기비전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한 후 그 테두리 안에서 상호입장에 대한 요구사항을 논의하기 때문에 협상이 빠르고 순조롭게 끝납니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지속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으며, 결국엔 노사 양측이 더 커진 파이를 공유하는 선순환의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같은 시스템 정착을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노사문제를 단순한 분쟁해결이 아닌 기업의 BCP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사용자 측에서는 재난관리에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갖춘 인력의 운용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합니다. 다음은 노동자들이 노사협상을 재난관리의 시각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숙시켜나가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공인노무사의 활용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들의 주업무가 노사분쟁 발생 시 법률적 해결을 하는 것인 만큼 재난관리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그 보다는 현재 국내에서 양성하고 있는 재난관리사나 재난관리지도사, 또는 DRII, BCI와 같은 외국의 전문교육기관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들이 적격일 것입니다.

지난 달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국내에 있는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의 최대 경제적 리스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버블붕괴 우려(22.5%)’에 이어 두 번째로 ‘노사관계(13.4%)’가 선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노사문화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앞으로 불안정한 노사관계는 양측 모두에게 ‘재난’이며, 장기적으로는 눈덩이처럼 리스크를 키우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심각하게 경계해야 할 것 입니다. 이를 간과할 경우 기업은 그 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재난관리 차원에서 노사문제의 해법을 찾는 유럽의 기업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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