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2013년 계사년(癸巳年)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모든 위기와 재난에 뱀같이 지혜롭게 대처하여 국민의 피해가 없거나 최소화되면 좋겠고, 새 정부 출범으로 안정된 국가경제 속에서 우리 서민들의 주머니가 따뜻하고 행복 가득한 한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12년에 발생한 주요 재난으로는 태풍 볼라벤, 덴빈 등으로 인한 풍수해는 물론 ㈜휴브글로벌(경북 구미소재) 불산 유출, 강원 삼척 가스폭발 등이 있다. 이런 대형재난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고통 및 많은 재산손실을 가져왔다. 또한 재난의 최선봉에서 수고한 소방/구조·구급요원, 자원봉사자 및 재난피해자들에게 심리 안정적 지원이 절실했던 한해이기도 했다. 소방방재청이 재난심리지원을 위해 예산반영을 적극 추진하고 재난위기극복사례를 전파하는 등의 조치가 재난전담요원이나 재난피해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감소에 긍정적 효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심리적·정신적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방/구조·구급요원 및 국민들을 조기에 일상으로 복귀시키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조치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 위기관리경영 - 이재웅 포스코특수강 비상계획관(前 행안부·재난안전실) 공학박사 >

방재안전직렬 신설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 선발
정부는 12년 11월초에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자연재해 및 각종 사회적 재난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재안전분야 전담 공무원 양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행정안전부는 재난관리 전문성 제고를 위한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무원임용령’개정안을 12년 11월 9일 입법예고 했다.현재 행정안전부(재난안전실), 소방방재청 등 중앙부처에서 2,400여명의 공무원이 방재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대부분 일반행정·시설·공업직 등이 담당하여 관련 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거의 없고, 순환보직을 함으로써 장기근속을 통한 Know-how 축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점점 초대형화·복잡화 되어가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3년부터 기술직군에 방재안전직렬을 신설하고, 해당분야 전공자를 경력경쟁채용을 하는 한편 14년 이후부터는 부처 수요 등을 고려하여 공개경쟁채용으로도 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험과목은 13년 상반기 중에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된다고 하는데, 먼저 기존의 재직자 중에 일정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희망자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방재안전직렬로 전직 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행정안전부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방재안전직렬 신설을 통해 채용단계에서부터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선발하여 체계적인 보직 관리를 함으로써 정부의 재난관리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난관리표준(ISO 사회안전 22300) KS표준 완료 표준도입
이번 정부에서 재난전문공무원 양성을 위해 방재안전직렬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조치이다. 시대가 발전될수록 지구온난화현상이 심화되어 기후변화를 예측하기도 힘들고 점점 더 초대형화로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재난예방·대비·대응·복구를 위한 정보의 통합, 신속·정확한 판단 및 조치 등의 대책마련을 위해서는 재난상황별로 고도의 훈련된 공공기관 및 기업의 재난전문가가 필요하다. 소방방재청은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기업재난관리자’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 교육 Curriculum을 완료하고 13년 1월까지 교육기관을 선정하여 4월부터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국제표준 제정기관인 ISO에서 만들어진 국제 재난관리표준(ISO 사회안전 22300, 22301, 22320) 3종이 12년 12월말에 국내표준(KS)으로 제정 고시되고, KS표준 완료 후에는 표준도입에 따른 부대사업도 추진된다. 이와 같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자연재난 및 위기의 시대에 빠른 의사결정과 올바른 대응 프로세스가 중요하고, 기업들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경영이 우선시 되고 있는 바, 공공부문 및 일반기업에서 재난전문가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될 것으로 판단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추진계획”
위기관리경영(舊 재난포커스)에서 대선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 및 안전관리추진계획”에 대한 질의답변 자료를 보면, 新정부에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재안전업무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 국립방재연구원 조직·인력을 확대·개편하고 대학 및 전문기관과의 교류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했고, 각 부처별로 흩어진 재난관련 기능을 통합하여 실질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한국형 통합재난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되어 있었다. 이미 학계차원에서는 성균관대학교와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소방방재청과 MOU를 체결하여 방재안전공학과(재난위기관리공학과)를 개설해 우리나라 재난실정을 고려한 교과과정을 편성·운영하여 소방방재청 소속공무원 등에 대해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등 국가위기관리능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재난전문가 양성 재난예방 안전관리 중요
추가하여, 우리나라가 재난관리의 선진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재난전문공무원들이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중요핵심부문에 대한 예방 및 피해최소화에 집중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기관에서 재난전문가를 양성하여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2005년부터 현재까지 BCP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여 2,500여명의 재난전문가(재난관리사, 재난관리지도사)를 배출한 (사)한국BCP협회같은 재난관리전문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안이라고 하겠다. 이 재난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공공기관, 기업 및 개인이 업무연속성계획(BCP)을 작성·활용함으로써 기업이미지 제고와 피해최소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재난전문성이 미 확보된 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BCP 중요성의 사례들은 많이 있지만 대표적인 예로서,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의 건물붕괴로 수많은 직원들이 희생당하고 일순간에 모든 데이터들이 날아가 버렸을 때 72시간 만에 업무 정상화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금융계를 두 번 놀라게 한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글로벌 금융스비스업체)를 들 수 있다. 최근에 ISO 22300의 재난안전관리 국제표준의 국내 도입으로 재난관리사의 요구가 기대되기 때문에 방재안전직렬 재난담당 공무원의 자격 및 전문성 확보에도 BCP는 필수 맞춤형 교육이라고 하겠다. (사)한국BCP협회는 미국의 재난관리전문교육기관인 DRII(Disaster Recovery Institute International)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실시하는데,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춘 교육과정을 개발해 재난관리전문자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사)한국BCP협회, 국립방재연구원, 중앙소방학교 등과 같은 재난관리전문교육기관과 대학·대학원에서 재난관리전문가과정을 개설하여 방재안전직렬공무원 양성 및 보수교육을 추진하는 것도 단·중기적인 방안이라고 하겠다.

컨트롤 타워 부재 지휘체계 단점 부각
최근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온 대형재난의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먼저, 현장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주관기관의 부재를 들 수 있다. 2010년 우면산 산사태 발생시 지자체, 소방방재청 등 많은 요원들이 들이닥쳤지만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지휘체계의 단점이 부각되었다. 둘째, 현장에서 유관기관간의 정보공유가 미흡하였다. 모바일기능을 강화시켜 동일한 정보를 수집·판단하는 정보공유체제 유지나 적시적소에 민간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통합자원관리시스템 개발·보급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셋째, 소방/구조·구급요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위기상황스트레스방지활동(CISD)의 예방·치료가 필요하다. 최근들어 정부에서 PTSD/CISD에 대한 예산지원은 시작되었지만 소방/구조·구급요원대비 교육시간과 시설은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으로 예산확보를 하여 PTSD/CISD부터 벗어난 건강한 상태에서 재난안전업무를 수행토록 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최초 여성총장인 파우스트는 “대학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재난전문가 교육의 중점은 “인성(人性)이 구비된 사람을 목수(전문가)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넷째, 재난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체계적인 재난안전교육이 미흡하다. 전방위 재난안전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재난안전관련 학계 및 연구기관의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자격획득교육 및 훈련을 받고 주기적인 보수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끝으로, 재난 복구완료 후 실패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이는 군(軍)에서 을지연습 후에 실시하는 사후검토회의(AAR, After Action Review)를 벤치마킹하여 재난분야별 문제점 및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방재안전전문가 양성 국가재난관리체제 선진화 및 효율성 강화
그러나 아무리 시스템적으로 재난안전업무 기반이 잘 되어있더라도 실제 운용자인 재난안전공무원들의 사기 측면(승진, 처우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소외되는 느낌을 받게 되면 사기저하로 전직(轉職)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귀찮고 힘든 일은 회피하게 될 것이다. 軍에서 안전전문가로 20년 이상 안전업무를 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재난안전 관련부서는 공무원집단에서 매력이 없는 3D 직종인 것은 분명하다. 재난안전부서에서 근무하다 보면 24시간 동안 긴장감 속에 있게 되고, 만일 사건·사고 및 재난이 발생되기라도 하면, 재난안전담당자는 자신이 사고예방활동을 잘하지 못해서 사고가 일어난 것 같고, 상부에 보고를 할 때도 마치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는 방재안전 전문 직렬을 만든 것으로 끝나지 말고 방재안전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정책을 폄과 동시에 정부·기업·학계·연구기관간의 상호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하여 높은 사명감과 고도의 전문성을 겸비한 방재안전전문가를 양성하고 국가재난관리체의 선진화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