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위기
한국경제 연구원이 지난 10년 동안 공기업 부채의 급속한 증가와 부채비율 악화로 인해 공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주요 7대 사업성 공기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자본대비 부채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기업과 달리 2000년 전후 민영화된 기업의 매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은 감소했다는 사실은 이들 공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위기관리경영 - 한채옥 기자>

2011년 말 현재 21개 공기업 총부채대비 차입금 약 70% 차지
한국경제 연구원이 공기업 부채 증가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 재무건전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공기업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민영화기업과 달리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통제로 공기업 경영의 독립성 훼손과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결합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사업성 공기업은 대형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지나치게 통제된 공공요금으로 수익이 악화되어 부채가 발생했음을 분석했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또 공기업 부채 중 총차입금(금융부채) 비중이 높은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 지적하고 2011년 말 현재 21개 공기업들의 총부채대비 차입금(금융부채) 비중은 약 70% 가량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에 따른 총차입금(금융부채)에 대한 연간 잠정 이자상환부담액은 약 11조원(이자율 5% 가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사업성 공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해서 향후 이들 공기업의 재무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와함께 영업이익 감소 및 총차입금(금융부채)에 대한 이자상환부족액, 그리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 투자에 대한 부족재원을 차입에 의존할 경우 주요 공기업의 부채가 더욱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결국 공공요금 인상이나 조세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공기업 부채 증가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다시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공기업 부채에 대한 정부의 명시적·암묵적 보증이 있는 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공기업 스스로의 부채 감축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따라서 공기업 부채 증가추세를 둔화시키기 위해서는 공기업 부채를 정부부채로 포함하여 국회감시를 받게 하거나 부실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해서 시장감시에 노출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GDP대비 주요 7대 공기업의 부채비율 2011년 25.3%
한국경제 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공기업 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주요 7대 사업성 공기업 부채는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되기 전인 2009년 약 198.1조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8년 동안 약 3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IFRS로 기업회계기준이 변경된 2010∼2011년 사이 한 해에 주요 7대 공기업의 부채는 13.1%(2010년: 약 276.4조 원→2011년: 약 312.6조 원)만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GDP대비 주요 7대 공기업의 부채비율을 보았을 때에도 2002년 약 9%에서 2009년 22%를 거쳐 변경된 기업회계기준이 적용된 2010년 23.6%,2011년 25.3%로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재무지표 자본대비 부채비율 역시 2002년 73%였던 주요 7대 사업성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009년 167%로 증가했으며, 기업회계 기준 변경 후 2010년 191%에서 2011년 216% 으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 말했다.

이같이 공기업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공기업 부채비율의 증가추세는 우려스러울 정도이며 민간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150%가 넘으면 투기등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에 한국경제 연구원은 공기업의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이와함께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사실은 공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말했다. 반면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은 2000년대 초 민영화 당시 주요 사업성 공기업 부채비율보다 높았으나, 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반대로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빠르게 증가하여 2011년 기준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은 공기업 부채비율의 절반수준으로 낮아졌다.

공기업 부채 증가의 구조적 원인
이같은 공기업 부채의 원인에 대해 한국경제 연구원은 민영화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정치권과 정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기업으로서 국책사업 수행에 대한 독립적인 의사결정과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공기업 지배구조상 CEO, 내부감사의 임명 과정 및 임기와 관련하여 정부의 영향이 크고, 정부가 담당하여야 할 주요사업을 공기업에게 떠맡기는 관행이 존재하며, 정부가 면밀한 사전 검토가 요구되는 공공사업을 단기적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기업을 이용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공기업의 합리적 투자계획에 따른 예상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기보다는 공익을 명분으로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공기업의 희생이 강요됐다고 말했다. 또한 공기업의 연성예산(soft budget)제약에 따른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도 문제인 것으로 지적했다.

공기업은 지배적 지분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공기업은 파산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민간 기업에 비해 적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 지적했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또한 공기업 부채 급증은 공공요금 인상 및 조세 증가를 통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공기업 부채는 정부 예산외(off-Budget) 부채로서 공식적으로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지만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급보증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잠재적 채무 부담이 존재한다. 공기업의 부채 증가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공기업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기업의 재무구조로 볼 때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 비해 과다한 총차입금(금융부채) 과 유동성 제약으로 향후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재무건전성 지표인 공기업의 차입금 의존도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당기순이익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경제 연구원은 진행되고 있는 각종 투자사업의 부족재원을 차입에 의존한다면 추가적인 부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국내 부동산 및 소비 침체 등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공기업의 수익증가를 통한 부채비율의 획기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부분의 사업성 공기업 부채비율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일부 공기업은 자산매각이나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자구노력을 기울였으나 높아진 부채비율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공기업 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최근 공기업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로 볼 때 공기업 부채는 공기업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기업 부채 투명하게 관리, 부실 공기업 단계적 민영화 시킬 필요
한국경제 연구원은 따라서 공기업 부채 증가에 대한 안정화 방안의 하나로서 공기업 부채를 정부부채로 포함하여 투명하게 관리 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부채비율 증가의 주요 원인은 공기업 부채가 예산외(off-budget)로 분류되어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훼손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민영화 기업과 달리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주요 사업성 공기업들이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수행 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차입과 통제된 공공요금으로 인한 적자 누적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현재 국가채무 산정에 145개 공공기관의 부채뿐 만 아니라 공기업의 부채도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 부채 추세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서 부실 공기업의 단계적 민영화를 통해 시장경쟁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화는 공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에 대한 정부의 영향을 제한할 수 있고 공기업 CEO와 내부감사의 독립성을 강화시켜 정부의 무리한 국책사업이나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줄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민영화는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이 정부의 지원에 의지하지 않고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감축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시장의 감시를 통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견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