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기경영
박근혜 정부가 취임 시작부터 북한의 핵실험으로 위기국면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 성공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해 12월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도 발사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한반도 주변국들과 유엔에서는 즉각적인 제재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취임초부터 북핵문제가 국가위기관리경영의 중요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위기관리경영 - 이정직 기자>

박근혜 정부 ‘북핵위기’ 속에서 출발
박근혜 정부는 ‘북핵위기’와 ‘경제위기’란 대내외적인 거대한 ‘위기의 중첩상황’ 속에서 출발하게 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정부 출범과 동시에 맞이할 ‘위기’는 ‘진행형’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핵위기를 제대로 관리 못해 악화시킬 경우 박근혜 정부 자신이 곧바로 위기로 내몰리며 질곡에 빠질 수 있다. 북핵위기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도발적 모험주의’에 대해 미국-중국 등과의 국제적 협조가 중요하다.

2월 12일 북한 3차 핵실험 성공 공식 선언
지난 2월 12일 북한 3차 핵실험 성공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핵실험은 규모 4.9의 지진파를 기록함으로써 1차 3.58, 2차 4.52보다 훨씬 강력해진 핵 폭발력을 입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핵실험에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소형화, 경량화 된 원자탄을 사용했다”며 “다종화 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발표, 기존 플루토늄 방식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HEU)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높은 수준의 핵능력’을 드러내 미국과 중국에 자주성을 과시하고 김정은 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려는 다목적 의도로 분석된다. 또한 이번 핵실험은 대외적으로 미국을 우선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핵실험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이뤄졌다. 이는 향상된 핵 능력으로 미국을 압박, 과거처럼 양자회담 테이블을 이끌어 내겠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해 12월 1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제재
이같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42일 만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강화하는 내용의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1월 23일 한반도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임을 선언하고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게 됐다. 유엔 안보리는 22일 오후(한국시간 23일 새벽) 채택한 결의 2087호를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추가 발사와 관련활동 전면 중단, 로켓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 등을 북한에 요구했다. 안보리는 또 이번 로켓 발사를 주도한 북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등 기관 6곳과 백창호 위성통제센터 소장 등 개인 4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안보리 결의에는 ▲북한 금융기관 관련 모든 활동에 대한 감시 강화 촉구 ▲공해상의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기준 마련 ▲제재 회피를 위한 대량 현금 이용 수법의 환기 ▲전면적(catch-all) 성격의 대북 수출 통제 강화 등의 조치도 포함됐다. 특히 안보리는 북한이 추가 발사나 핵실험이 있다면 ‘중대한 조치(significant action)’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환영했다. 정부는 “북한은 추가 도발시 안보리가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하였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강경기조 유지될 듯
이와함께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당분간 냉각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한 박근혜 대통령은 인선을 통해 외교-안보 라인을 구축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윤병세 외교부 장관-김병관 국방부 장관’ 이라는 외교·안보 3각 라인의 선(先) 구축으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특히 이들은 안보와 관련, 온건파보다는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어 현 정부의 대북강경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는 ‘핵 무장론’까지 등장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남북한 심각한 핵 불균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소한의 자위책 마련 차원에서 북핵 해결 시 폐기를 전제로 핵무장 선언을 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최고위원 역시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극단적 모험주의를 선택했다”며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우리도 최소한 자위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우리 목표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예방해서 평화를 지키는 것인 만큼 핵 억제력 필요하다”고 밝혔다.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는
한편 북한이 지난 2006년, 2009년에 이어 굳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이유에 대해 영국 BBC 방송이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 핵확산방지 전문가들의 위성사진 판독 결과에 비추어볼 때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준비를 마무리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BBC는 그 이유에 대해 ▲억지력 확보 ▲김정은 체제의 위신과 정통성 확보 ▲기술적 진척 확인 ▲성공했을 경우의 다목적 효과 등 크게 4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북한은 1960년대 초반부터 미국 등 적국들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핵보유 노력을 해왔고, 특히 지난 2003년 경제지원을 대가로 핵 포기를 선택했다가 결국 몰락의 길로 내몰렸던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의 사례가 북한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이 방송은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3차 핵실험을 강행해야 미국과 그 동맹들로부터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을 거란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자민당 정권이 방위력 증강을 공언하는 등 주변에 적대적 환경이 조성되는 마당에 북한으로선 억지력 강화가 우선적 고려사항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안보리 결의 1718호(2006) 및 1874호(2009)에 이어 대북 제재를 확대·강화한 안보리 결의 2087호를 같은 달 22일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으나 북한은 크게 반발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포기 선언, 핵실험 가능성 시사, 물리적 대응조치 등 '협박 수준'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임을 공표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했다. 29세의 젊은 새 지도자 김정은 체제하에서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 분야에서 이룩한 기술적 업적을 국가와 새 지도자의 역량 과시용으로 널리 홍보해온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지난 2011년 사망 이후 국가와 당, 군부를 틀어쥐는 등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따라서 김정은이 핵 자산을 강화하는 것은 지난 수개월간 군부 내 숙청 사례에서 보듯 군부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세력 간 균형을 취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한반도 주변 위기 미국 일본 등 동맹국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게다가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이미 결심했다면 유엔의 추가 제재나 북측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도 이를 제지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한반도 주변에 위기가 조성되면 미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시켜 결국 자국의 안보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움직임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 핵무기 실험에 돌입했을 경우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BBC는 전망했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북한 정세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데다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취약한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핵실험에 성공했을 경우 다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 고출력 핵실험은 국가 파워를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방사능 가스까지 노출되지 않고 실험에 성공한다면 이란 등 협력국들과 핵실험 협력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지난해 말 로켓 발사 성공에도 불구, 잘해야 중거리 미사일 30기 정도를 확보하고 있고, 숙련된 미사일 발사 기술자들도 몇 명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3차 핵실험이 향후 분쟁 발생 시 전략적 지렛대 확보 수단 측면보다는 체제 보장이 북한 지도부의 더 큰 관심사라면 핵을 장착한 미사일 실험은 큰 유혹일 것이라고 지적됐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이런 핵 억지력 확보 노력이 북한에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는 오바마 정부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BBC는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을 방치해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 빚어
이같이 박근혜 정부는 이번  ‘북핵위기’ 과정에서 북한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에 먹구름을 안기는 상황으로 진전 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으로선 한반도에서의 ‘북핵위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지렛대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다름 아닌 남북간의 대화채널을 다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박 대통령 자신이 대선 때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의 과정이다. ‘위기’에 따른 리스크는 증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북핵위기’가 증대하면 할수록 박근혜 정부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핵위기’가 남한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고조시키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공약집에서 현재 남북 대화 채널이 단절되고 교류가 중단됐다고 진단, 다양한 대화채널을 상시 개설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대북 접근법이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