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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IT산업 M&A 리스크 커지고 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위기관리경영 필요
2013년 04월 12일 (금) 10:17:58 이정직 기자 jjlee@di-focus.com

기업위기관리
전자/IT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의 범위도 업종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산업 내 혹은 이종산업간 M&A가 활발하다. 그러나 M&A 프리미엄의 상승, 이질적 영역 진입에 따른 리스크 상승 등으로 M&A 후 더 큰 위기에 빠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엘지경제연구소에서는 글로벌 전자/IT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최근 글로벌 전자/IT산업에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주요 사례와 시사점을 살펴봤다.
<위기관리경영 - 이정직 기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변화하는 기업위기관리

최근 글로벌 전자/IT산업 내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점차 뚜렷해지고 산업간 컨버전스가 심화되면서 산업 내 통합과 이종산업과의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A에 있어 M&A의 달인으로 평가되는 기업들이 대형 M&A 후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글로벌 전자/IT산업의 M&A는 2007년 연간 2,036건이 진행된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점차 줄어들어 2012년에는 1,600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수주도기업의 인수목표주가와 인수대상기업의 주식시장가격의 차이인 M&A 프리미엄은 M&A시장 위축과는 상반되게 금융위기 이전 보다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중/대형 M&A의 프리미엄(중앙값)은 31.5%로 지난 10년 간 최고수준이며 프리미엄을 거래금액으로 가중평균할 경우 2011년의 프리미엄은 5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가치의 저평가나 보수적 투자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높은 프리미엄의 배경이라고도 볼 수도 있으나, 지난 10년간 글로벌 전자/IT산업에서 나타난 M&A 프리미엄과의 차이가 크다는 점과 변화가 빠른 전자/IT산업의 특징을 감안할 때, 금융위기 이후 의욕적으로 M&A에 나선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위기관리와  M&A
● 파나소닉 - 산요전기 인수
최근 전자/IT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대형 M&A는 파나소닉의 산요 인수 사례이다. 파나소닉은 디지털 전자산업의 수익성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Eco & Smart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를 위해 2차 전지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부진에 시달리던 산요전기를 3차례에 나누어 94억 달러를 투자, 2011년에 최종 인수한 바 있다. 산요전기 인수의 경우 프리미엄이 20% 이하로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편은 아니나 2차 전지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파나소닉의 기존 사업과 중복되는 산요전기의 가전사업까지 같이 인수함에 따라 사실상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

   
● 휴렛 패커드 - 오토노미, 3Par 인수

휴렛 패커드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소프트와 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신속한 관련시장 진입을 위해 다수의 M&A을 진행한 바 있는데, 영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토노미(Autonomy)와 미국의 데이터 저장 솔루션 기업인 3Par 인수는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휴렛 패커드와 델은 3Par 인수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는데 최종적으로는 휴렛 패커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인수가격은 매우 높게 치솟고 말았는데 델이 초기에 주당 87%의 프리미엄(당시 주가는 9.65달러)을 주고 제안했던 주당 18달러는 양사간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주당 33달러에 마감하게 되었다.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휴렛 패커드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M&A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670억 달러로 휴렛 패커드 시가총액(330억 달러, ?03.2/13)의 두 배에 이르며 부채비율은 5년 전 21%에서 최근에는 127%까지 상승하였다. 휴렛 패커드는 M&A를 통해 미래영역의 전략적 교두보 확보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그 이면으로는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어려움을 겪고 있다.

● Dell - 2009년 이후 127억 달러의 M&A
휴렛 패커드와 마찬가지로 델 역시 PC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다양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델의 M&A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은 IT서비스 업체인 페로 시스템즈(Perot Systems)를 2009년에 68%의 프리미엄을 주고 36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이는 델의 M&A 역사상 최고의 금액이다. 델의 페로 시스템즈 인수는 휴렛 패커드의 2008년 IT서비스 기업 EDS 인수와 비교되곤 하는데 휴렛 패커드가 EDS 매출의 0.6배인 126억 달러를 지불한 반면 델은 페로 시스템즈 매출의 1.4배인 36억 달러를 지불하였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델은 페로 시스템즈 인수를 포함해서 2009년 이후에만 18건의 M&A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출한 금액은 127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편 델의 회생을 위해 복귀한 창업주 마이클 델은 보다 공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 사모펀드 등과 협력하여 224억 달러에 델의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델의 M&A에 대해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나 ‘신의 한 수’인지 ‘승자의 저주’인지 점차 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으며 PC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했던 공격적인 M&A는 점차 델의 통제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질적 영역 진입에 따른 리스크
대형 M&A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례는 최근 M&A 리스크가 커지는 구조적 원인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종산업의 기업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높은 가격에 입찰이 가능하고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높은 프리미엄과 새로운 기준이 남게 된다. 휴렛 패커드의 오토노미 인수 사례는 세계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소프트웨어라는 이질적 영역에 대한 M&A에 있어 실수를 하기 쉽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하드 영역과는 달리 소프트 영역은 물리적인 실체가 없어 실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제도로 보호되는 특허를 제외하고는 핵심인재의 유지 여부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크게 좌우되게 된다.

오토노미 인수의 경우 회계부정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하긴 하나 휴렛 패커드는 본업과 거리가 있는 이질적 영역에 포진한 외국기업을 두 달 만에 성급하게 인수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공존한다. 파나소닉 사례는 상당히 흥미로운 측면이 있는데,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익숙한 영역이나 사업모델 측면에서 이질적 영역에 진입하면서 리스크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의 경우 2차 전지, 태양전지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높아 산요전기 인수는 사실상 동종 산업간 결합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파나소닉에 있어 부품사업은 주로 내부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완제품의 차별성을 블랙박스화 하는 도구로 간주된 반면 산요전기에 있어 부품사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업인 관계로 외부고객을 중심으로 한 외부 환경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구조였다. 파나소닉이 산요전기 인수를 고려하던 시기에는 세계 주요 정부들의 재정여력, 2차 전지 및 태양전지 산업 내 경쟁구도, 환율 등이 급변하고 있어 산요전기의 가치 역시 빠르게 변했는데 파나소닉은 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과소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질적 영역의 진입에 따른 리스크는 일반적일 수도 있으나 전자/IT산업의 경우 변화가 빠르고 심한 산업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 자산 리스크에 대한 대비
휴렛 패커드,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IT 기업들의 M&A에서 노출된 리스크는 소프트웨어, 거래선의 질, 사업 모델과 같이 주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소프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컨버전스로 인해 M&A의 대상이 공장, 건물과 같은 하드(hard)한 것에서 소프트(soft)한 것으로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대상자산에 대한 본질적 속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더불어 무형 자산들의 급격한 가치하락에 대한 대비 역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이 엘지경제연구소는 “변화가 심한 영역에 포진해 있으나 포트폴리오를 단조롭게 운영했던 기업들의 경우 승자의 저주가 더욱 우려되고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핵심사업의 심연에 다가온 비연속적 변화를 늦게 깨닫고 무리한 M&A를 통해 극복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엘지경제연구소는 “물론 M&A 자체를 금기시 해서는 안되겠지만 M&A로 인해 파생되는 변화와 충격을 기존 사업이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며 “이런 측면에서 빅 딜보다는 스몰 딜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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