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가 날로 발전하며 생활의 편이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삭막하게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과 단절된 사람들도 늘어나게 됐고 결국 최대 사망자가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스스로 생명을 끊음으로써 현실을 도피하는 일로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울러 인간의 편이성 증대만을 목표로 자연을 배려하지 않고 진행된 난개발과 문명이기의 발전으로 인해 훼손된 자연의 보복(?)이 더욱 거대화 빈번화 되고 있는 것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이다. 이처럼 편리한 세상이지만 잠재된 위험이 너무 많아 불안한 사회가 된 지금 ‘사회안전’에 대한 대책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회 내에서의 위치는 물론 담당하고 있는 소관부처 역시 민생과 안전을 주관하는 핵심 기관들이 많은 만큼 국가안전과 국민의 삶에 밀접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는 매우 중요한 상임위원회이다. 18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조진형 위원장을 만나 사회안전에 대한 소신과 계획을 들어봤다.
< 재난포커스 - 이규복 기자  kblee@di-focus.com >

2008년 한해 국가 위기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위원장님께서 위원회를 이끄시는데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행정안전위원회는 생활안전을 비롯해 그 어떤 위원회 보다 민생과 밀접한 사안을 많이 다루고 있는 상임위입니다. 18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의 장을 맡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 하겠다’고 다짐했던 초심을 잊지 않고 시급한 민생현안 해결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습니다. 앞으로도 행정안전의 선진화 및 국리민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위원회 산하 소관기관 중 국가와 국민을 위한 위기관리 핵심 부서인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있습니다. 최근 국가 위기관리 총괄 업무가 소방방재청에서 행정안전부로 이원화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의 혼선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동안 위기상황관리와 재난기능이 여러 부처에 혼재돼 있어 국민의 안전한 삶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각에서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소방방재청간의 일부 유사중복기능에 따른 시스템의 혼선을 염려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적인 문제는 행안부가 담당하고 집행적 성격의 업무는 소방방재청에서 수행하고 있고 때문에 태안기름유출사고와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 등의 자칫 대형 국가재난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이전보다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한 합리적인 업무조정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쓰나미 이후 세계적으로 재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비 예방, 복구 등을 위한 표준이 요구됐고 이에 따라 ISO에서 사회안전에 대한 국제표준을 마련 중입니다. 그런데 행안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을 통해 이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독자적인 국가 표준을 마련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ISO 표준은 국가와 민간 모두에 적용하는 표준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행안부는 국가표준과 민간표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동안 재난관리에 관련한 통일된 표준 및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대형재해·재난발생 시 능동적인 대처가 어려웠고 현재 ISO에서 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제표준은 미국 일본 등 주요 5개 선진국 재난표준을 취합정리한 수준이며 주로 각국의 공통적 재난관리사항 위주로 규정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번역해 따르는 KS표준은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재난관리 활동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공공부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행안부가 우리나라의 재난관리 환경, 규정 및 체계에 맞도록 일반적인 공통기준과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개정안에 ‘국가재난관리기준’에 관한 조문을 신설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ISO에서 제정 중인 국제표준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맞는 부분은 최대한 적용하도록 하고 다만, 국가차원의 포괄적 재난관리에 적용하기에 다소 미흡한 부분은 ‘국가재난관리기준’을 마련해서 보완하는 것이 신속하고 능동적인 재난관리를 위해 보다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국가 차원의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행안부가 2017년까지 현재의 안전사고 사망률 12.1%를 OECD 평균인 6%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은 너무 먼 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00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12.1%이고 사망자수는 3만여 명에 이르러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2008년 3월 국무회의 당시 안전사고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지적하신바 있고, 행안부는 우리나라 안전수준을 2017년까지 OECD 평균(5.9%) 수준으로 감소시킨다는 목표아래 안전사고 예방종합대책에 관한 7대 분야 100대 과제를 선정하여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00대 과제 중 2012년까지 97개 과제는 완료할 예정이지만 전체 안전사고 사망자 3만 여명의 약 36%인 1만688명이 자살자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OECD평균수준으로 안전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절반이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살은 다양한 환경 및 특성으로 인해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만큼, 사회적 인식 제고와 공감대형성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신보건문제 해결의 토대를 마련한 뒤에 점진적으로 줄여나감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위원장님께서 주체가 되어 국회에서 유비쿼터스 도시(U-city) 관련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미래 국가 성장 동력을 위한 국회와 정부기관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과 국가의 유니쿼터스 도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유비쿼터스 도시가 분명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대형 사고에 대한 방비를 강화하는 등 안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나 해결방안으로 구상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요?
현재 재해 및 재난 사고는 날이 갈수록 점점 다양하고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유비쿼터스 도시(U-city)란 유비쿼터스 정보기술(U-IT) 인프라 및 서비스를 주거·경제·교통·행정 등 다양한 요소에 적용하여 도시를 보다 효율적이고 쾌적하게 운영하는 것입니다. 특히 유비쿼터스 정보기술 서비스는 실시간 상황 인지 및 지능적 관리·대응을 가능케 하여 효과적인 재난관리수단으로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 및 유관기관별 실시간 재난상황정보, 시설물 정보 등을 비롯한 범정부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자치단체의 주요시설에 CCTV 등 관측 장비를 확충함과 동시에 상황관제 기반인프라를 마련하여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09년 위원장님께서 추진하고자 하시는 최대 과제는 무엇인지요?
현재 공무원 연금법 개정과 지방행정체제 개편 및 재외국민 선거권 부여 등 행정안전위원회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행안위가 생활안전을 비롯한 민생과 가장 밀접한 사안들을 다루는 위원회인 만큼 재해·재난 사고 예방 및 민생현안 해결에 더욱 역점을 두고 행정안전의 선진화 구현에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다사다난했던 무자(戊子)년도 이젠 과거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발발한 국보1호 숭례문 소실을 시작으로 정부 중앙청사 화재와 봉화군 폭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등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로 인해 더욱 힘들었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009년 기축(己丑)년 새해에는 여유와 끈기, 평화를 상징하는 소처럼 풍요롭고 따뜻한 한해가 되도록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다가오는 새해 댁내 두루 평안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