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토교통성은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을 때에도 하수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하수도 BCP 책정 매뉴얼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BCP 도입을 권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앞으로 BCP를 도입한 안전관리 우수기업에게 각종 행·재정적 지원이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에선 지난해 9월 말 건설업체들에게 처음으로 BCP 인증을 했다고 한다. 공사 발주 때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국토교통성, 하수도 BCP 매뉴얼 발표

	내각부는 2005년 8월 만들어진 업무연속성가이드라인에 신종플루대책 등을 보완한 개정판을 지난해 11월18일 공표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도시·지역정비국 하수도부는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하수도의 기능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용 운영연속성계획(BCP) 매뉴얼을 책정했다. 지난해 11월 하수도 BCP 책정 매뉴얼(지진편)을 발표한 국토교통성 쪽은 “21세기 접어들어 지진과 수해가 매년 일어나고 있어 하수도 BCP를 책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지진으로 하수도가 파괴되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등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오수가 흘러내려가지 않고 미처리 하수가 유출되기도 한다.

또 빗물 역류에 의한 침수 피해 등 2차 재해가 발생할 우려도 따른다. 하수도 BCP는 내진화 추진을 전제로 하면서, ‘직원이나 사업소가 재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조건 아래 하수도 기능 유지 및 조기복구를 위한 대처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금까지 지진피해를 예상하고, 재해 시 어떻게 대처할 지를 지역방재계획으로 준비해 왔다.

그러나 거기에는 직원이 재해를 당했다거나 관련 업자가 재해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에 하수도 BCP는 대지진과 같은 재해를 당했을 때, 하수도 기능을 유지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미리 검토해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직원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지, 어떠한 피해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지, 피해를 입었을 때 어느 기능을 먼저 복구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반대로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훈련을 통해 대처해두는 것도 포함됐다.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하수도에 앞서 단수가 원인이 된다. 하지만 화장실뿐만 아니라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생활 배수나 빗물 처리 기능을 어떻게 확보할까는 중요한 과제다. 국토교통성 하수도부 쪽은 “처음부터 상세한 하수도 BCP를 책정하지 않아도 각 자치체에서 단계적으로 상세한 하수도 BCP를 완성해 나가면 좋다고 생각한다”며 “하수도 BCP가 지방공공단체 모두가 BCP를 책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관동지정, 건설업 BCP 첫 인증

	국토교통성 산하기관인 관동지방정비국은 처음으로 관내 31개 건설업체의 BCP를 평가해 인증을 했다.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관동지방정비국(관동지정)은 타이세이 건설, 카시마 건설, 시미즈 건설, 이노우에 건설, 와타나베 건설 등 관내 31개 건설회사에 BCP 인증을 했다. 재해를 당해도 기본적인 업무연속성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관동지정으로부터 지난해 9월30일부로 BCP 인증을 받은 31개 건설사 명단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포함돼 있으며 수도권 외에도 군마현이나 야마나시현에 자리한 기업도 있었다.

이번 인증은 지진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을 당해도 기업이 중요한 업무를 지속하기 BCP를 가지고 있는지를 관동지정이 평가한 결과다. 행정기관이 민간기업 BCP를 인증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지극히 예외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같은 국토교통성 산하 시코쿠지방정비국이 관동지정과 동일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토쿠시마현도 독자적으로 기업의 BCP를 평가해 표창하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관동지정은 다른 부처에 앞서 2007년 2월 ‘관동지방 정비국 BCP’를 책정하고 같은 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건설회사의 재해시 운영연속성 평가 요강’을 만들어 6월부터 신청을 받고, 인증을 위한 서류 심사와 전문가 면접 등을 진행해왔다. 관동지정 기획부 방재과에 따르면 33개사로부터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관동지정은 앞으로도 4분기마다 BCP 인증을 할 예정이다. 인증 상황에 맞춰 재해 협정이나, 공사 발주 때 종합평가방식에 포함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CP 인증 기간은 2년이며, 평가 항목은 중요 업무의 선정과 목표 복구 시간 파악, 재해 시 대응 체제, 대응 거점 확보, 정보 발신·정보 공유, 인원과 기자재 조달, 훈련 실시 등 6개 항목이다.

내각부, 업무연속성가이드라인 개정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1월18일 BCP에 대한 개념과 책정방법을 정리한 업무연속성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제2판을 공표했다. 2005년 8월 공표된 제1판이 지진과 같은 돌발적인 위험을 상정한 데 비해 개정판에서는 신형 인플루엔자 등 전염병 대책이 포함됐다. 지진, 수해, 테러 등 돌발적인 피해에서부터 신형 인플루엔자, 물 부족, 전력 부족 등 장기간 피해가 지속되는 것까지 모든 위험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 규모나 업종·업태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BCP의 점검·시정 조치에 의한 지속적인 개선의 필요성 등도 포함하고 있다. 그밖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기업에서도 업무연속성은 최우선이 아니라면서 특히 재해 발생 직후에는 생명의 안전 확보가 우선이고 2차 재해 방지 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대책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개선을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해시 BCP의 필요성에 대해 가이드라인은 “재해가 많은 나라에서는 정부, 기업, 시민이 협력해 재해에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며 “특히, 경제의 국제화에 따라 기업 활동이 중단되면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철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또 “특정 지역에 국한시킬 때에도 재해 지역의 고용이나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을 확보하는 데에도 ‘재해에 강한 기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