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안전에 관한 법률(국민생활안전법)을 발의한 원유철 의원은 지난 2월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입법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법안 제정에 참여한 김근영 강남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법안 제정의 배경과 필요성, 법안의 주요 내용 등을 설명했다. 발제가 끝난 뒤에는 재난안전 관련 학과 교수, 민간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토론회가 이어졌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국민생활안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근영 교수는 국민생활안전법안의 기본이념으로 생활안전 기반 조성과 생활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안전의식 확산과 선진 안전문화 정착을 꼽았다. “국민이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생활안전 기반을 조성하고, 사고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국민의 안전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 저변에 안전의식을 확산함으로서 선진 안전문화를 정착시킨다.” 이 두 가지가 기본이념이란 것이다.

생활안전 허브 기능
법안 제정의 배경에 대해선 “최근 발생한 부산사격장 안전사고, 숯불가마 찜질방 사고, 신종 유해물질 사고 등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끊이질 않고 각종 안전 위해요소가 빠르게 증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생활안전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법·제도적 지원근거 마련 등도 배경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고 방재와 안전을 연계할 필요가 있으며 안전 위험이 증가하면서 기존 법령에서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사고에 대응하고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는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국민생활안전법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각 부처의 안전 관련 개별법간 연계를 공고히 해 생활안전 업무 체계를 강화하는 허브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했다. 김근영 교수의 발제 뒤 이어진 토론회는 좌장을 맡은 윤명오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엔 김근영·윤명오 교수 외에 김찬오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 신창섭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정용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관(국장), 예창근 수원시 부시장, 윤선화 (사)생활안전연합 대표, 정동남 (사)한국구조연합회장 등이 참여했다.

민간단체 참여·지원 필수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장은 안전관리 분야에서 활동하는 민간단체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재난복구·구호사업과 관련해 한국적십자사, 재해구호협회 등 민단단체가 여러 활동을 했지만 정부의 보조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90년대 이후 탄생한 각종 재난안전 관련 민간단체들은 대부분 정부지원 사업에만 매달리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2004년 12월 발족한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가 2006년 10월 사단법인으로 재창립하면서 민·관 협력 파트너로서 위상을 갖추게 됐지만 최근 재난안전네트워크에 참여했던 여러 민간단체들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소방방재청이 맡아온 안전문화 업무가 최근 행안부로 이관됐지만 재난안전네트워크 관련 업무는 소방방재청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안전문화 선진화 추진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회장은 국민생활안전법안에 안전문화 활동과 관련한 규정이 많이 포함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민간단체가 안전문화 정착에 앞장서도록 지원을 당부했다. 국민생활안전법 내용에 대해선 신고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신고제도 도입은 안전문화 선진화를 위해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신고하는 게 번거롭고 신고자가 죄인 취급받는 분위기에선 신고 문화정착이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 도입하자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는 “법안 제15조에서 신고와 포상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을 뿐 신고체제 운영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사고 위험요인에 대한 신고체제를 운영하도록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또 “안전문화 선진화의 핵심인 신고제도 활성화를 위해 신고자 신변보장이 필수이며, 신고한 사항에 대한 조치 결과를 신고자에게 통보해 주는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보상 면책과 관련된 제38조에 대해 김 교수는 선의의 대응활동을 법안에 명시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법안에 명시된 “사고 대응조치 등에 참여한 구조요원·자원봉사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대응 활동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배상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미국의 선한 사마리아인법을 참고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선의의 대응활동’으로 수정하자”는 주장이다. 정동남 회장도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을 적극 도입해 ‘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가 아니라 배상책임을 면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찬오 교수는 국내 안전관리 정책에 대해 법과 제도는 매우 많지만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형편이라고 꼬집으며 국민생활안전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안전관리 제도가 위험시설·물질 관리에만 치중해 국민 입장에서 일상생활의 안전을 도모하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시설물 안전관리를 강화하더라도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부닥치게 되는 각종 사고 위험은 줄지 않고 이에 따른 재해도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전사회 핵심은 안전문화 정착
신창섭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문화 정착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법안에 포함된 안전지수 개발·적용에 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주문했다. 산업안전 전공자인 신 교수는 “산업안전을 포함해 안전 관련 모든 분야에서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핵심”이라며 항공기 사고를 예로 들며 안전문화에 무관심한 국내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신 교수는 “우리는 인명재천(人名在天)이란 말을 너무 신봉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어느 항공사 비행기에 문제가 있다거나 착륙 시 문제가 생겼다는 보도가 나가면 승객들이 다른 항공사로 몰려가지만 국내에선 사고가 나더라도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게 우리 인식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활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문화 정착이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지수와 관련해선 대표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공개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수 개발·적용에 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할 것으로 주문했다.

정용준 행안부 재난안전관리관은 기존의 교통안전 식품안전 산업안전 등 모든 안전 분야를 포괄하면서 재난관리 사각지대를 보오나할 수 있는 통칙적 개념을 가진 법안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밖에 예창근 수원부시장은 지역축제 안전조치에 대해 “시행령과 조례에 심의대상 축제의 규모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윤선화 대표는 “생활안전이란 용어에 대한 개념 재정립이 필요할 듯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