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1호 숭례문이 소실된 지 2년이 지났다. 1398년 창건된 숭례문은, 2008년 2월10일 오후 채종기씨의 방화로 문루 2층 90%가 소실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우리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고, 허술했던 문화재방재대책을 점검하고 문화재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관리 전문가들은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숭례문화재 2주를 맞아 방재전문가들로 구성된 ‘드림방재포럼’에서 한-일 문화재방재시스템 비교한 뒤 새로운 문화재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을 제시했다. 드림방재포럼은 일본의 방재시스템을 조사·연구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방재시스템 개발을 위해 2008년 7월 출범했으며,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공무원, 민간인 방재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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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 민족적, 세계적 유산으로써 역사적, 예술적, 학문적, 경관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말한다(문화재청, 2007). 또한 같은 유형의 문화재라도 제작년도, 사용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같은 사실들을 후세에 얼마나 많이 이야기해 줄 수 있느냐에 따라 문화재의 중요성과 가치가 달리 평가된다. 우리에겐 선조가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관리하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형태의 재난으로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등이 파손되거나 유실되었다.

최근 10년 동안 문화재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태풍(283건), 집중호우(99건), 화재(17건) 등의 재난으로 모두 399건의 문화재 피해사고가 발생하였다. 2003년 발생한 태풍 ‘매미’로 전국에서 국보 3건, 보물 22건, 사적 28건, 천연기념물 11건이 파손되거나 유실되었다.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가 일어났고, 2006년 4월엔 정신질환자의 방화로 창경궁 문정전에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2008년 2월10일에는 국보 1호 숭례문을 방화하여 전소시키는 사건이 발생하여, 전 국민을 경악케 하였다.

일본 사찰의 방재시스템
일본 고야산에 위치한 어영당의 방재시스템은 건물 주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 이것은 ‘상향식 스프링클러’와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사각 건물 주변 바깥을 돌아가며 촘촘히 설치된 노즐을 통해 폭포수가 분출되는 시스템이며, 산불비화 및 확산을 방지하는데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문화재에 이 설비를 적용한다면, 노즐에 살수각도 및 분사량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시스템 설치 시 낙뢰에 의한 피해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의 코카와사 본당은 빛 센서를 이용해 옥·내외를 막론하고 약 0.3㎡의 불꽃까지 감지할 수 있는 열 감지기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다른 조명에 감지기가 오작동 되지 않도록 적외선과 자외선 두 가지 파장의 흔들림을 동시에 검출해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화재 발생 시 물대포가 바로 물을 쏘아버린다면 문화재에 2차 피해로 막대한 손상을 낼 수 있으므로, 방수총은 방수 대상 건물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된다. 이 사찰에는 본당 외에 인근 천수당과 본당 대문인 중문, 그리고 사찰 영역 전체의 통로인 대문에도 방재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당해 문화재 및 주변지역의 화재대응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부동당 스프링클러 시스템

일본 고야산 구역의 부동당에는 용마루 양쪽 끝에 몇 개나 되는 수도꼭지 같은 시설이 있어 화재발생시 지속적으로 물을 뿜어내며, 지붕 전체에 설치된 10여개가 넘는 수도꼭지에서 동시에 물을 뿜어낸다. 부동당은 특히 화재에 취약한 목재로 지어져 지붕에 직접 방재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은 일본에서도 이곳 부동당이 유일하다. 하지만 부동당의 살수설비는 문화재의 미관을 해칠 수 있으며, 대형 목조 건축물인 경우에는 설치 및 유지관리에 한계점을 드러낼 수 있다.

문화재 방재의 날 운영
일본은 매년 1월16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 방재의 날은 1950년 1월26일 발생한 화재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법륭사의 금당 벽화가 소실된 것을 계기로 지정되었다. 이 사건은 일본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각종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1951년에 문화재 보호를 총괄하는 법으로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었다. 문화재보호법 제정을 통해 문화재 보호행정이 자리 잡게 되었으며, 문화재 보호에 대한 행정의 관심과 국민의식이 더욱 강화되게 되었다.

면진시스템 설치
일본은 지진이 많은 만큼 지진에 대비한 문화재 방재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다. 우선, 면진시스템은 지반과 구조물 사이에 고무, 볼 등과 같은 물체를 설치, 지반의 진동에너지가 구조물에 크게 전파되지 않도록 구조물의 고유주기를 길게 하거나, 지진에 의해 발생된 진동이 구조물에 전달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을 사용한 면진구조물을 의미한다. 문화재에 면진시스템을 설치하는 목적은 박물관, 전시관 및 각종 문화재 보호와 개인이 소장한 유물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있다.

면진장치를 설치했을 경우 최대가속도 f값이 1/8로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에 지진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면진시스템이 설치된 사례는 미술관인 천옥박고관분관(泉屋博古館分館)이다. 이 미술관엔 둘레길이 34.1m와 43.5m에 이르는 ㄷ자형 면진 전시대 2기가 설치되었다. 미술관의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의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전시 케이스 가운데에 면진시스템이 설치되었다. 면진 전시대는 지진에 의한 흔들림을 약 1/5에서 1/9 정도로 약화시켜, 전시대 위의 미술품을 지진에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면진 장치로서 면짐받침(CLB) 면진지승을 제1전시대 및 제2전시대로 각각 11기, 13기 사용하고 댐퍼와 코일바네를 동시에 전시대의 가대 사이에 설치해 전체높이를 30㎝ 및 40㎝로 하여 대부분의 흔들림 폭을 20㎝ 이하로 하는 엄격한 스펙을 적용하였다. 면진 전시대는 ㄷ자형으로 제1전시대는 총길이가 34.1m, 제2전시대는 43.5m이지만 굴절부분이 없다. 이 때문에 면진 전시대를 설치하는 경우와 비교해 전시대가 충돌하지 않도록 면진대 사이에 클리어런스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전시 레이아웃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한 굴절에 의한 시각적인 장애도 발생하지 않는다. 전시 케이스 내의 다른 수평부분도 마찬가지로 마감되어 면진 전시대는 주위보다 약간 위에 정지되어 있지만 지진 시에는 ㄷ자형을 유지한 채로 34.1m 및 43.5m의 전체가 수평부분에 완만하게 움직여 대 위에 전시품을 지진의 흔들림으로부터 지켜준다. 전시품 교환을 위해 면진 전시대에는 록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의 문화재방재 대책
사찰이 산불 발생 시 취약한 것은 산불 발화 위치에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비화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7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산림 속에 방화대를 설치하여 산불의 확대를 일시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듯이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방화대 설치 거리는 주변 나무 높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람벽(나무높이)에 대한 바람 후방에서의 영향 범위는 나무높이의 10~15배이므로 나무높이가 높으면 후방에서의 영향범위가 길어진다. 10m 참나무가 사찰 주변에 있다면 100m는 영향권 내에 들어간다.

자연적인 화재가 아닌 인위적인 방화로 인한 피해는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중요 문화재 주위에는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해서 그에 따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세종대왕 유적관리소에서는 방화로 인한 산불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 관리사무실에서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가 가능하도록 조치하였다. 총 4개소(쉼터지역, 남한강변, 왕대리 경계, 번도리 경계)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방화로 인한 산불피해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해인사 목조 비로자나불 방재 시스템

해인사 목조불상 방재장치
해인사 목조 비로자나불에는 재난대비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 장치는 화재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해 불상이 지하로 격납되는 방식이다. 별실 바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분이며, 지하 별실로 통하는 구멍에는 각각 지하 2.3m, 지하 4.3m 지점에 이중의 방화문이 설치되어 있다. 첫 번째 방화문이 닫히는 시점은 불상이 하강을 시작한 지 약 2분30초 후로서, 화재가 감지되고 2분30초 뒤면 불상을 화재로부터 대피시킬 수 있다.

이들 장치는 모두 전기로 다음의 순서에 따라 작동된다. ① 불꽃 감지 기준을 잡아 감지시스템 작동 ② 감지시스템, 하강시스템 컨트롤로 신호 전달 ③ 리프트형 하강시스템 작동, 지하 6m지정으로 불상이동 ④ 내화벽돌소재 방화문 1차 차단 ⑤ 철재 방화문 2차 차단(감지시스템 작동부터 완료까지 3~4분 소요) 이를 위해 해인사는 지하 6m 깊이에 사방이 30㎝ 두께의 콘크리트 벽으로 막힌 ‘별실’을 만들고 그 위에 목조로 법당을 지었다. 폭 2.6m, 길이 5.6m, 높이 3.7m 크기의 별실은 오로지 불상을 대피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비로자나불 2점이 놓이는 각각의 좌대 아래로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유압식 기계장치를 타고 엘리베이터처럼 지하 별실로 사라지는 구조다. 대비로전 입구 안쪽 왼쪽 기둥에는 전방 160도 범위를 감지할 수 있는 화재 자동감지센서가 쌍둥이 불상을 향해 설치돼 있다. 이 센서는 열이 아닌 불꽃을 감지해낸다. 열 감지장치는 주로 섭씨 70도 이상의 고열을 감지하는데, 70도의 열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목조불상이 훼손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불꽃 감지센서는 횃불 혹은 신문지에 불을 붙인 정도의 불꽃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불공을 드리기 위해 켜는 촛불 정도의 불꽃에는 센서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방화선 설치 요령

문화재방재시스템 구축방안 제시
앞서 설명한 일본의 방재시스템과 우리나라에서 운영중인 대표적인 시스템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화재방재시스템 구축방안을 제시한다.

△ 청정소화기의 사용 현재 문화재 지역에서는 화재에 대비, 일반적으로 분말소화기를 비치한 상태이다. 그러나 분말소화기는 화재진화 후 잔류물질로 인해서 오염 등과 같은 목조문화재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일부에서 사용 중인 할론소화기는 오존층 파괴물질 배출로 인해 국제협약으로 사용을 제한받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청정소화기의 사용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청정소화기는 오존층 파괴 지수가 낮으면서 증발 후 잔류물질이 남지 않는 약제를 사용하는 소화기를 의미한다.

△ 사각지대에 감시카메라 설치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서는 화재 감시를 위해 4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특히 관리사무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통합 감시가 가능하여 화재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문화재에서도 이와 같은 감시카메라의 적극적인 설치가 요구된다. 감시카메라는 화재에 대한 감시 외에도 도굴 등에 대한 감시를 통해 문화재 도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여러 면에서 문화재 보호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경우에는 유지관리가 편리하고 추가 증설이 용이할 수 있도록 미리 설계되어야 한다.

△ 소방도로·관련 장비 확보 종묘 등의 경우 진입도로가 열악하여 화재 등의 비상시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주요 문화재 소재 지역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필요한 곳은 빠른 시일 내에 소방도로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작은 차량 등을 준비하여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 해외 선진관리 기술 도입 일본은 문화재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화재진압을 할 수 있도록 방재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와 같은 선진 방재시설에 대한 폭넓은 검토와 연구 수행을 통해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우리 기후 및 문화재 특성 등을 고려한 한국형 첨단 방재시설을 도입하여야 한다.

△ 소화전 시설 개선 화재 발생 시 소화전의 직사는 문화재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적지에 비치된 소화전 시설이 직사가 아닌 곡사로도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대의 장비도 마찬가지로 곡사가 가능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 산불대비 방화선 구축 산불에 의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능과 유적지에서는 방화선 구축이 필수이다. 비화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 50m~70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기준에 따른 방화선이 설치되어야 한다.

	코카회사 본당 물대포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