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매서웠던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며 봄이 한 발짝 다가왔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공기를 누런색으로 오염시켜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키는 황사다. 황사는 겨우내 얼었던 중국 서북부 사막과 황토고원의 미세 모래가 녹으면서 저기압이 통과할 때 강한 바람이나 지형에 의해 만들어지는 난류의 영향으로 하늘로 올라가 공중에 떠 있다가 멀리 이동해 땅 위로 떨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황사는 중국 서북부에서 생겨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오기에 주로 중국과 가까운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피해를 입힌다. 주로 3~5월에 한반도를 찾아왔지만 최근엔 2월로 당겨지는 추세를 보인다. 2008년과 2009년엔 이례적으로 12월에 3일씩 관측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황사는 3월부터 시작되는 봄철 한반도에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다. 서울의 연간 황사발생일수를 보면, 80년대 평균 3.9일에서 90년대 7.7일, 2000년 이후 12.4일이다. 해가 갈수록 발생이 크게 늘어 20년 만에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황사, 어디서 왜 생기나?

	황사 발원지인 내몽골 쿠부치 사막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황사의 주 발원지는 내몽골 서부 황하유역 모래사막, 산시성 황토고원, 고비사막 등이다. 2001년 이후 관측된 황사의 발원지는 내몽골사막이 가장 많은 37%를 차지하고, 이어서 고비사막 24%, 황토고원 19%, 만주 10%, 타클라마칸 사막 10% 등이 뒤를 이었다. 황사 발생 원인은 △강풍이 불 것 △건조한 흙먼지가 많을 것 △대기가 불안정해 바람과 흙먼지가 많을 것 등이다. 건조하거나 얼었던 흙먼지가 녹아서 바람에 날리기 쉬운 봄철에 황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시간은 발생지역 기상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1~5일이 걸린다. 가장 멀리 떨어진 중국북부와 몽골 경계 사막지대에선 1~5㎞ 높이로 상승해 3~5일 뒤 우리나라에 도달하고, 황허강 중류 황토고원에선 1~4㎞ 높이로 상승해 2~4일 뒤, 가까운 만주에서 발생한 황사는 1~3㎞ 높이로 상승해 1~3일 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려 때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서 황사가 발생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듯이, 황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황사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이유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지구촌 전체의 기후변화와 함께 산림 파괴, 무분별한 토지와 수자원 이용으로 인한 토양의 황폐화 등이 황사 발원지의 사막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황사 피해가 심각해지는 경향을 띤다.

황사가 중국의 공업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도중 납, 카드늄 등 중금속을 포함한 오염물질과 섞여서 한반도까지 날아오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3~4월뿐 9월과 10월 심지어 12월에까지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황사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자연현상이 아니라 환경을 무시한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인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발생일수 증가…농도 짙어져
황사가 발생하면 중금속 농도가 평소보다 2~10배 높아지고, 대기 중 세균밀도와 곰팡이 밀도가 크게 증가해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과 결막염 등 안질,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한다. 대기를 뿌옇게 해 불쾌감을 주고 식물성장 저해, 투과율저하로 인해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 도장작업 중단, 레저·스포츠 등 실외 서비스산업에 피해를 입히고 육상, 해상, 항공 교통 중단·지연과 사고 증가, 휴교·수업단축 등 다양한 피해를 부른다. 2002년 3월26일엔 황사 발생 전후로 여주 등 8개 지역 15개 농가의 오이 수확량이 10% 감소하기도 했다.

황사의 부정적인 영향은 △햇빛을 산란해 대기를 혼탁하게 함 △농작물, 활엽수 등의 숨쉬는 구멍을 막아 생육 장애를 일으킴 △호흡기와 안과 질환을 일으킴 △세탁물과 음식물 등에 떨어져 붙거나 가라앉음 △항공기 엔진을 손상시키고 이·착륙 시 사고 유발 △반도체 등 정밀기계에 손상을 입힘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2002년 황사 피해를 돈으로 환산해보니 3조8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에 달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황사가 우리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알칼리 성분을 많이 함유한 탓이다. 이로 인해 산성비를 중화시키고 토양과 호수 등의 산성화를 방지한다. 서해바다에 풍부한 미네랄을 공급해 정화작용을 하는 것도 황사의 긍정적 효과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기에 우리는 황사를 재난의 한 가지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황사는 태양복사의 산란으로 냉각효과를 일으켜 지구대기의 열수지에 영향을 주고, 구름생성을 위한 응결핵을 증가시키는 등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영향빈도는 기상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영향일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80년대엔 연평균 황사 발생일이 3.9일이었으나 90년대엔 7.7일로 늘었고 2000년대 들어선 12일을 넘겼다. 특히 2001년과 2002년 우리나라에서 황사는 각각 27회와 18회나 발생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11~12회, 2009년엔 9회의 황사가 있었다. 황사 발생빈도 증가와 함께 농도도 짙어졌다. 2002년 매우 강한 황사가 발생해 미세먼지 농도가 ㎥당 3311㎍까지 올라갔고 2006년에도 ㎥당 2941㎍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09년엔 2008년에 비해 발생횟수는 줄었으나 농도가 증가했다. 12월 발생한 황사는 2008년 최고기록인 ㎥당 933㎍보다 짙은 ㎥당 11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황사대응 종합대책
서울시는 최근 ‘2010년 황사대응 종합대책’이란 이름으로 올봄 황사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황사 예방활동으로 동북아시아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황사 피해를 받는 국가 간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8월 중에 중국, 일본의 주요도시 관계자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여는 한편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에 의한 대기오염 방지대책을 강구하고 공동노력을 통한 대기오염 저감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황사발원지인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도 지원키로 했다. 지난해 내몽골지역 조림사업에 5000만원을 지원한 서울시는 올해 몽골 울란바타르시 숲조성사업에 3억원을 지원하는 등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방지 조림사업을 지원한다. 황사에 대비해선 황사감시시스템과 황사예·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상시 운영할 방침이며 지하철, 지하상가 등에 환기량 조절 및 공공시설물 환기설비를 설치할 방침이다.

황사감시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서울시는 중국과 국내 황사관측시스템을 통한 상시감시 체계를 유지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황사에 대응하고 서울시내에 설치된 대기측정망을 철저히 관리해 황사 농도측정과 이동 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 관내 자치구와 함께 병원, 아파트단지, 대기배출업소, 공원, 노인정, 유치원, 학교 등과 시민 10만명에게 팩스 또는 휴대폰을 이용해 직접 황사 예보와 경보를 전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황사주의보·경보를 신속히 전파하기로 했다.

특히 황사에 노출되기 쉬운 노상음식점과 학교주변 음식점을 대상으로 사전계도와 황사 예·경보를 전파하는 등 특별 관리할 예정이다. 황사에 취약한 지하철과 지하상가엔 서울의 대기질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실내외 대기질에 따라 환기량을 조절하게 하고 공공시설물 설치, 환기설비 교체, 다중이용시설 설치 인·허가 때 미세먼지 90%를 제거할 수 있는 환기설비 설치를 권장키로 했다.

황사대응·복구활동 강화
서울시는 황사예경보제를 통해 황사에 대응한다. 황사상황실을 운영해 실시간 황사상황 관리와 예·경보 정보를 관련기관과 노약자 등에 신속히 전파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황사관측망과 국가, 수도권 대기측정망을 이용해 황사의 이동상황을 감시하고 시민행동요령을 공중파, 전광판, 안내방송 등을 통하여 안내할 예정이다.

황사경보가 발령된 경우엔 관리대상 홀몸노인(1만8000명)의 안부를 확인한다. 오염 가중현상을 막기 위해 비산먼지 배출사업장 작업 중지, 배출업소 조업 중지, 자동차 운행 자제 등과 황사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체의 조업 중지를 권고하며 축산·원예농가의 황사대응상태도 점검할 계획이다. 황사가 발생해 신체, 인명, 재산상 피해가 재난수준으로 확대되는 경우엔 황사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해 대응·복구활동 지휘를 맡긴다.

또 서울시 5개소에서 유해중금속 농도를 측정분석하고, 황사가 왔을 때와 지나간 뒤 유해 곰팡이와 같은 병원균 유입여부 등을 감시한다. 황사피해 복구활동으론 물청소를 통한 황사먼지 재비산 방지와 세차비·항균필터 교체비 할인쿠폰 발행 2가지를 준비했다. 우선 서울시는 지하급수전 60곳과 소화전 550곳을 확보해 물청소에 필요한 용수를 공급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400㎍/㎥ 이상이어서 황사주의보가 발령되면 청소차량 240대와 환경미화원을 동원하여 물청소를 평상시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주의보·경보가 해제된 뒤에는 물청소 차량의 방수포를 이용해 버스정류장, 보호난간, 방음벽, 가로시설물, 가로수 등의 먼지를 씻어 낸다. 서울시는 특히, “재난수준의 황사가 발생한 경우 서울시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은 물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재난에 준하는 상황임을 고려해 소방재난본부의 소방차량 66대와 소방인력까지 물청소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승용차 운전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한국자동차세정협회 서울지회·스피드메이트 네트워크사업본부와 협력해 황사가 지나간 뒤 3일 동안 세차비 및 항균필터(에어컨필터) 교체비 20%를 할인해주는 황사쿠폰 발행이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시행중인 황사쿠폰은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센터 홈페이지(http://cleanair.seoul.go.kr)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