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강원 일부 지역 대설주의보. 밤에 결빙이 우려되니 대중교통 이용 및 등산객 조기하산 요망.” 경기도의 한 주민이 2010년 3월22일 오후 5시17분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소방방재청에서 보낸 재난문자방송(CBS)이었다. 22일 오후 경기와 강원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자 소방방재청은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방송을 보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문자방송을 흔히 CBS라고 한다. CBS는 Cell Broadcasting Service(모바일방송서비스)의 약자로, 재난상황 발생 시 휴대전화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방송형 메시지 서비스다. 소방방재청은 CBS에 대해 “휴대전화에 특정 수신 ID를 입력해 기지국으로부터 데이터 정보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한 이동 통신기술 응용 서비스로 한 번의 메시지 전송으로 다수의 가입자에게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대량문자(한글 60~230자) 방송형 기술”이라 설명한다. CBS 관련 회사에선 이를 “휴대전화 기지국을 최소 단위로 휴대전화에 방송형태로 문자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라며 “시스템 부하가 적고 저렴한 원가로 동일한 데이터를 해당 셀(한 기지국 내에서 전파 도달 거리를 기준으로 나눈 각 구역) 내 모든 단말기에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정보 전달 안성맞춤
소방방재청이 보낸 재난문자방송을 잘 모르는 이들은 보통 우리가 주고받는 문자메시지서비스, 즉 SMS(Short Messaging Service)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CBS는 SMS와 다른 데이터전송기술로, SMS는 개별송출(Point to Point), CBS는 동시송출(Point to Multi) 방식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CBS의 장점은 특별한 하드웨어 없이 CBS가 탑재된 단말기만 있으면 누구나 수신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휴대전화를 가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방송기술이어서 실시간 경보 발령 같은 정보를 많은 이들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특정지역만 선택해 정보를 보낼 수 있어 사용자 위치에 맞는 재난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SMS는 순차적인 개별전송으로 송출 대상이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려 실시간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고 특정한 전화번호에만 정보를 보낼 수 있다.

개별송출 방식이어서 정보 송출 비용이 1인당 약 20~30원이나 든다. 반면 CBS는 정보 송출 비용이 거의 안 든다. 정리하면 SMS가 각각의 휴대폰에 개별적으로 문자를 전달하는 것에 비해 CBS는 △실시간 전송 △지역 선택 전송 △비용 절감의 차별성이 있다. CBS의 단점은 개인별 정보 도달률이 90% 수준으로 SMS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재난문자방송처럼 상업서비스가 아니라 공익서비스에 어울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재난문자방송 한국이 원조
소방방재청은 2004년 10월 국내 이동통신 3사와 CBS 서비스를 위한 협의를 시작해 같은 해 12월6일 KTF(현 KT)와 LG텔레콤을 통해 경기와 강원지역 260만명을 대상으로 폭설특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2005년 2월엔 시범서비스를 확대해 동해안과 울산, 경북지역 378만명에게 지진과 해일 특보를 보냈고 같은 해 5월 전국서비스를 실시해 이동통신 3사 모두를 통해 2100만명에게 재난상황 속보서비스를 송출했다. 2006년 6월엔 예산 9억원을 투입해 소방방재청 안에 자체 CBS시스템을 구축해 재난문자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소방방재청의 재난상황 발생 시 소방방재청 자체 CBS 시스템을 통해 재난문자방송을 등록·송출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서 재난문자방송을 송출하면 이동통신사 3사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거쳐 국민에게 전달된다. 소방방재청 자체 CBS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면 이메일과 팩스, 유·무선전화 등으로 이동통신사에 연락해 송출을 요청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자체 CBS 시스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등 다른 기관에서도 재난상황 발생 시 이용 가능한 통합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CBS는 재난범위에 따라 전국 또는 시·군·구별로 구분해 송출되는데, 현재 이동통신가입자 중 CBS 수신 휴대전화 사용자는 3000만명 이상이다.

소방방재청은 △기상(예비)특보 또는 교통통제 발표 내용 △피해예상지역 및 국민행동요령 △긴급사태 발생 시 연락처 등 필요한 사항 등을 송출하고 있다. CBS 방식으로 국민에게 재난정보를 제공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BS 업체 옴니텔 이홍근 차장은 “CBS를 이용한 콘텐츠 제공 기술은 국제규격으로 정해졌지만, 실제로 서비스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미국뿐”이라며 “특히 재난정보 제공에 CBS를 적용한 사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서도 재난문자방송
현재 CBS는 우리나라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는데, 앞으론 동남아시아인들도 휴대전화를 통해 재난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재난문자방송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국내 업체가 인도네시아에서 재난재해방송 진행하고 시범사업을 끝마쳤다. 2006년 소방방재청에 CBS 시스템을 구축한 옴니텔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대외원조사업으로 진행한 인도네시아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에서 옴니텔이 한 일은 휴대전화를 통한 긴급재난문자방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서비스를 하는 것. 국내 CBS 재난문자방송 기술을 이용해 지진해일 등에 대한 경보를 휴대전화로 신속히 제공해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었다. 옴니텔은 2007년 7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사업 요청서를 받은 뒤 2007년 10월 사전조사단 파견 등을 거쳐 2008년 11월부터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엔 추가 투자를 확정하고 5월 테스트 서비스를 시작으로 콜백 및 상용 서비스를 거쳐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이른다는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텔콤셀(Telkomsel)을 대상으로 7~9월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어 10월2일엔 자카르타 기상청에서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 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시스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진행해 CBS 긴급재난재해문자방송시스템 시험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옴니텔 쪽은 “인도네시아 CBS 재난문자방송시스템 구축을 통해 앞으로 동남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공익적인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며 CBS 해외사업이 민간통신사와 제휴를 통한 B2B 형식을 넘어 B2G로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