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난현장에 파견될 때 일반 여객기를 이용해야 했던 국제구조대와 의료지원팀이 군수송기를 탈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2일 소방방재청(청장 박연수)은 중앙119국제구조대와 의료지원팀이 앞으로 C-130H 수송기 2대를 이용해 해외 재난현장에 파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소방방재청은 해외 재난현장에 파견되는 국제구조대·의료지원팀의 이동수단이 여객기에서 수송기로 바뀌게 되면서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구조·의료장비 수송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박청웅 소방방재청 중앙119구조대장은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국제구조대와 의료지원팀을 해외 재난현장에 신속히 파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청와대 주관 아래 소방방재청,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이 몇 차례 협의한 결과, 군수송기를 타고 출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동시간 지연 장비수송 한계
우리나라 국제구조대와 의료지원팀은 전용기가 없기 때문에 올해 1월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지진 현장을 포함해 해외 재난현장에 파견될 때 지금까지 일반 여객기를 타야 했다. 이로 인해 출동시간 지연, 구조장비 사용 제한 등의 문제를 빚었다. 일반 여객기를 이용하면 좌석편성에 따라 전 대원이 동시에 출국하는 데 제약이 있고, 여러 노선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아 재난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예로 1월12일 아이티 지진이 발생하자 우리나라는 중앙119국제구조대와 의료지원팀 등으로 구성된 해외재난긴급구호대를 1월15일 오전 파견했다.

하지만 일반 여객기를 타고 이동한 탓에 파견 사흘 뒤인 18일에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구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구조인력뿐 아니라 해외 재난현장까지 구조·의료장비를 옮기는 일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일반 여객기를 이용할 경우 무게 제한으로 13t에 달하는 국제구조대 장비를 비롯해 의료장비 등을 모두 적재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장비를 창고에 놓아두고 떠나야 했다. 지난 1월 아이티 출동 때처럼 택배를 통해 구조장비를 수송하는 웃지 못 할 사례까지 있었다.

특히 유럽 노선은 1인당 수화물을 20㎏으로 제한해 구조인력과 구조장비가 동시에 이동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박청웅 대장은 “지금까지 국제구조대는 일반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 재난현장에 출동했기에 출국에 따른 절차, 환승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박 대장은 “피해당사국에 대한 인명구조 활동 지연으로 생존자를 구하지 못한다는 언론의 지적이 많았고 약 10여t이나 되는 장비를 수송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항속거리 짧아 원거리 수송 불가
해외재난긴급구호대가 앞으로 군수송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장비수송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대·의료팀으로 이뤄진 해외재난긴급구호대와 함께 구조·의료장비까지 해외 재난현장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군수송기 2대가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해외재난긴급구호대가 타게 될 수송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C-130H 허큘리스다. 이 수송기는 사람과 화물 18t을 싣고 시속 430㎞ 속도로 30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 중형 수송기로 활약중이다. C-130H 2대를 이용하면 국제구조대원과 의료지원팀을 포함해 구호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충분히 수송할 수 있다. 게다가 구조대가 재난현장에서 사용할 식량 등 생활필수품까지 수송 가능하다.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장은 “지난 2월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실제 C-130H를 이용해 구조대 탑승·장비 적재 등 출동훈련을 처음 실시했고, 4월엔 추가로 숙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월25일 실시된 서울공항 훈련은 국제구조대와 의료지원팀 등 해외재난긴급구호대 60명이 C-130H 1대에 탑승하고, 나머지 1대에는 1.5t 단위로 포장된 구조·의료장비와 생필품 등을 적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박 대장은 “C-130H 수송기의 항속거리가 3000㎞여서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출동에 상당한 장점이 있지만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처럼 원거리 출동에는 한계가 있다”며 “원거리 출동을 할 경우 출동 상황을 고려해 군용기와 민항기 가운데 골라서 운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조대는 전용기를 원하고 있으나 전용기를 운용하려면 6000~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이뤄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