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4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사장 홍문표) 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 ‘풍수해 대비 수리시설 재해예방 워크숍’이 개최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어촌공사에서 주관하는 이번 워크숍에선 지자체 공무원과 농어촌공사 임직원 등이 참석해 태풍·집중호우와 같은 풍수해와 지진에 대비해 수리시설 안전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발표된 농수산부의 수리시설 재해예방 정책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농어촌공사 재난관리팀은 올해 워크숍은 특히 저수지 예·경보시스템과 지진대책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올 여름 강한 예년에 비해 태풍과 집중호우가 빈번할 것으로 전망되고 아이티 지진을 비롯해 올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강진이 쉼 없이 발생해 풍수해와 지진에 대한 대비가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농어촌공사는 저수지와 양·배수장 등 1만3000여개 수리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재난대비 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농업기반시설물도 재난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홍 사장은 “농어촌공사는 시설물 재난관리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재난관리 교육, 현장의 비상대처훈련, 농업기반시설물 유지 및 안전관리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규모·노후화 수리시설 취약
농수산부 김일환 농업기반과장은 수리시설 재해예방 정책방향을 설명하기에 앞서 국내 수리시설 가운데 상당수가 재해에 취약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일환 과장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국내 수리시설은 저수지 1만7611개, 양배수장 7336개, 보 1만8127개 등 모두 6만8688개에 달한다. 그런데 저수지의 88%(1만5617개)가 저수용량 10만㎥ 미만 소규모여서 심하지 않은 가뭄에도 고갈되는 등 용수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전체 저수지의 94.3%(1만6610개), 방조제의 95.3%(1527개)가 설치된 지 30년 이상 경과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홍수 등에 대비한 치수능력이 부족하고 대형 재해에 노출된 상태다. 특히 대부분의 저수지가 1982년 이전에 설치돼 홍수배제 능력이 부족하다. 현재는 200년 빈도 또는 PMF(가능최대홍수량)를 적용해 저수지를 설계하지만, 1982년 이전엔 100년 빈도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넘이와 방수로 등을 현재 기준에 맞춰 보강할 필요가 있다.

배수장의 경우에도 배수능력이 부족한 곳이 많아서 배수장이 침수될 경우 침수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20년 빈도 홍수량에 24시간 내 배제를 기준으로 배수량을 설치하지만 1982년 이전 기준은 10년 빈도 홍수량에 48시간 내 배제였던 탓이다. 때문에 배수장을 증설하거나 침수 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올해 4000억 투자해 수리시설 보수·보강
농수산부는 재해에 대비해 수리시설을 개보수하고 노후되거나 재해취약 수리시설 보수·보강을 위해 올해 4000억원을 투자해 410개소를 보수·보강할 계획이다. 시설물별 적정 개보수 주기를 산정해 문제발생 전 예방개보수를 추진하며, 먼저 저수지 물넘이 확장, 배수장 증설 등 재해대비 시설을 보강할 방침이다. 특히 저수지, 양수장 등 수원공 시설 재해대비 지원에 집중해 전체 사업비의 64%인 2560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수리시설 개보수사업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1단계 저수지 및 양배수장 등 재해대비 분야에 집중해 2017년까지 3조22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저수지 및 양배수장 기능보강(저수지 등의 홍수배제 능력을 높이는 보강)과 기능보전(수리시설 노후상태 및 내구연한 등을 고려한 보수)을 위함이다. 2단계 계획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조2845억원을 투자해 보수 및 수로정비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 재해에 강한 수리시설 구축을 위해 태풍 해일 대비 노후 방조제 보수 보강 등 방조제 개보수 사업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시설 노후화 및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취약시설을 보수·보강할 계획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연구소(IPCC)가 2100년까지 해수면이 59㎝ 상승할 것으로 예고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홍수량 증가에 따른 배수갑문 보강방안도 강구중인데, 일부 지역 3배 이상 증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840억원을 투입해 168개 노후 방조제를 개보수할 계획이다. 저지대 상습침수 농경지에 배수장과 배수로를 설치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기상변화 등을 감안해 사업대상지 조정해 50㏊ 미만 농경기까지 포함하고 예산편성 방식도 균특에서 농특으로 개선해 국가 차원의 재해관리가 가능토록 했다. 또 지난해 7월 대상지 조정을 통해 18만8000㏊에서 23만2500㏊로 4만4500㏊로 늘렸다.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62%(14만4700㏊)를 끝내고 올해는 4300㏊에 2131억원을 투자한다.

배수갑문 확장…비상대처계획 수립
홍수방지대책으로 방조제 등에 대한 배수갑문 확장공사를 추진해 2005년 아산만방조제 배수갑문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1973년 배수갑문 설치한 뒤 기상변화로 인한 홍수량 증가에 맞춰 홍수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업내용은 길이 176m 배수갑문 1개를 확장하고 물관리 자동화 시설 1개를 건설하는 것이다. 2013년까지 1058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가 완공되면 배수갑문 길이가 현재 120m에서 296m로 2.5배 가까이 늘어나 홍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는 2012년까지 6189억원을 투자하는 영산강 하구둑 구조개선에 돌입했다. 1976년 영산호 배수갑문 설계 이후 기상변화로 인한 홍수량 증가에 따라 침수피해가 발생해 홍수방지 대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영산강 하구둑 구조개선을 통해 영산호 배수갑문을 현재 240m에서 480m로 2배 확장하면서 자연형 수로식 어도, 저층수 배제시설, 물관리 자동화 시스템 등을 설치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영암호 배수갑문을 80m에서 410m로, 영암 연락수로는 15m에서 140m로 확장한다.

영암 제수문도 30m에서 150m로 늘리고 금호 제수문 30m 신설도 포함됐다. 재해방지를 위한 비상대처계획(EAP) 수립도 빼놓을 수 없다. 기상이변에 따른 이상홍수 및 지진 등에 의해 저수지 붕괴와 같은 예기치 못한 비상상황 발생 시 하류지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강릉 장현저수지 붕괴를 계기로 2004년부터 EAP를 수립하기 시작해 현재 저수량 300만t 이상 저수지 117개소 중 102개소는 완료되고, 15개소는 수립중이다. 또 시행중인 저수지 100만t 이상 101개소 가운데는 62개소를 끝내고, 15개소는 수립중, 24개소는 수립 예정이다.

비상사이렌 확충 등 재난예방시스템 구축
김일환 과장은 풍수해, 지진 등으로부터 수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재난예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올해 안에 7억원을 들여 저수량 300만㎥ 이상이거나 하류 밀집 저수지 중 수문이 있는 34개소에 비상사이렌을 설치한다. 그렇게 되면 비상사이렌이 설치된 대형저수지가 현재 27개소에서 61개소로 늘어난다. 지난해 9월6일 발생한 임진강 수난사고 원인이 예·경보시스템 미작동인 점을 감안해 관계기관 사이 예·경보시스템 정보를 공유하고 행동계획을 숙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진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까지 저수량 2000만t 이상 저수지 14개소에 지진 가속도 계측기를 설치키로 했다. 지진 가속도 계측기는 2008년 시범사업으로 담양호에 설치된 바 있는데, 올해는 2개 저수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그리고 저수지 107개소와 방조제 13개소에 대한 내진보강을 추진한다. 지진재해대책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른 내진적용 대상 640개소 중 520개소는 양호한 것으로 조사돼 내진보강 대상에서 빠졌다.

시설물 사전 점검과 훈련 정례화를 통해 우기 이전 일제 점검 및 취약시설 보수·보강, 수방자재 비치 및 기술지원단·비상연락망 정비, 저수지·배수장 민관합동 비상대처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대응 연구와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2002년부터 내년까지 농촌용수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저수지 수위에 따른 물관리, 홍수조절 기능 강화 등을 위해 현재 488개소에 무선통신망을 이용한 저수지 자동수위계측계를 설치했다. 그밖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농업가뭄 평가 및 정보제공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농업가뭄 평가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가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당저수지 예·경보시스템 구축
김일환 농수산부 농업기반과장에 이어 김기택 농어촌공사 차장(예산지사)은 예당저수지 예·경보시스템 구축·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1962년 준공된 예당저수지는 총저수량 4710만3000㎥에 유효저수량 4607만㎥를 자랑한다. 김기택 차장 발표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예당저수지 예·경보시스템으로 대흥관리소, 보산양수장, 신원배수장 등 5개소에 사이렌과 비상스피커를 설치하고 가두방송차량을 운영하면서 수문 방류 때마다 가두방송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흥관리소에 상황관리시스템을 설치·운영중이다. 저수지 유역 내 설치한 예·경보시설은 강우측정기와 강우량 측정과 수문개폐를 알리기 위한 LED알림판이 있고 태양광 및 유선 수위계측기 2기를 설치해 운영중이다. 특히 대흥관리소엔 상황관리시스템뿐 아니라 1층 감시모니터를 추가 설치해 365일 상황감시가 가능하다.

김 차장은 “금강홍수통제소와 수문자료 공유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며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삽교천수계 수문자료, 삽교천방조제 저수량 및 방류량 자료를 받아 예당저수지를 포함한 삽교천 유역 전체에 대한 과학적 치수관리를 가능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삽교천 유역의 기상, 저류분석, 하도추적, 조위예측을 통해 홍수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도 밝혔다. 이어서 김 차장은 “예·경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감시카메라 도입 등 시설현대화가 필요하고 효과적인 예·경보시스템 설치·운영을 통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예·경보시스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