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면적의 64%를 차지한다. 미국 33%, 캐나다 34%, 독일 32% 등 OECD 주요 국가의 2배나 되는 산림부자 나라다. 산림은 곧 국토의 얼굴, 따라서 산을 잘 가꾸면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다. 산림이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공기 정화, 수원 함양, 산림휴양, 야생동물 보호, 심신의 치유 등…. 우리나라 산림이 주는 이러한 가치를 돈으로 따지면 무려 73조1799억원에 달한다. 국민 한 사람이 숲으로부터 매년 151만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 산림청 - 이현복 산불방지과장 >

“산불방지, 확실한 기후변화 대책”
이처럼 숲은 우리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지만, 그 숲을 파괴하는 데 사람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흔히 산불, 산림병해충 및 산사태를 3대 산림재해로 꼽는다. 산림을 황폐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산사태와 산림병해충이 자연재해라면 산불은 사람들이 발생시키고, 이를 복구하는데 5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523건의 산불로 3726㏊의 산림을 불태운다. 숲이 타면 ㏊당 이산화탄소 54t을 배출하는데, 이는 자동차 930만여 대가 하루 종일 내뿜는 양과 같다. 산불을 방지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산림청은 숲을 산불로부터 보호하고, 가치 있는 녹색자원으로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봄철이면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 이상으로 산불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다행히 올해는 산불이 현저히 줄었다.

4월21일까지 산불이 123건 발생했는데, 피해면적은 34㏊에 그쳤다. 10년 전인 2000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경북 울진군까지 동해안 일대를 불바다로 몰아넣으며 그해에만 2만6000㏊의 산림이 불탄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작년 383건, 1100여㏊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더욱이 1960년 이후 50년 동안 산불피해가 가장 적었던 2003년에도 4월21일까지 산불발생은 213건, 109㏊였다. 금년 성과는 그 때보다도 좋다. 반세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치밀게 준비한 산불예방대책 효과”
이러한 성과는 그저 이룩된 것이 아니다. 올해는 눈·비가 자주 내리기도 하였지만, 전국의 산림공무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듯이, 날씨는 그 노력에 더해진 하늘의 배려라 할 수 있다. 아직 산불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올해 산불방지를 위해 새로이 추진한 내용을 중심으로 성과의 요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그 동안의 산불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대책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산불은 2월 들어 날씨가 풀리면 겨우내 쌓인 쓰레기나 영농준비를 위해 논밭두렁을 태우면서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산불이 연평균 139건, 전체 산불의 27%를 차지한다. 그래서 올해는 소각으로 인한 산불을 막기 위해 소각산불의 68%가 집중되는 3월10일부터 4월까지를 ‘논·밭두렁 소각금지 기간’으로 정했다. 이미 작년에 산과 100미터 이내에 있는 경작지 10만4000ha를 일제 조사하고 작년 가을부터 시·군별로 ‘산림인화물질 제거반’을 구성하여 농산폐기물 등을 미리 제거했다.

이와 함께 농민을 대상으로 동영상(CD, 10분) 1200여 개와 마을방송용 테이프 4만 개를 제작·활용하여 대대적인 교육과 홍보를 실시했다. 논·밭두렁을 태울 경우 해충보다 농사에 이로운 벌레(益蟲)가 더 많이 죽어 농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과거 100건이 넘었던 소각산불이 올핸 50건 이하로 대폭 줄었다. 또한 등산로와 도로변의 낙엽과 마른 가지들을 제거하고, 산속에 있는 목조문화재와 사찰 276곳 주변 산림에도 솎아베기·가지치기 등 ‘산불방지 숲가꾸기’를 실행하여 산불로 인한 피해를 미리 차단했다.

“산불피해 감소, 그만큼 노력한 결실”
둘째, 산불예방·감시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효율화하였다. 인공위성항법장치(GPS)를 갖춘 산불위치관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감시원이 산불을 발견하고 긴급버튼을 누르면 산불발생 위치가 산불상황실에 바로 전송되는 시스템으로 올해 처음으로 전국의 산불감시원 등 7800명에게 보급했다. 또한 산불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마을이장·산불감시원·공무원 등 6만9000명에게 휴대폰 문자(SMS)로 산불위험 정보를 알리고 있다. 이를 통보받은 이장은 마을방송으로 주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감시원은 순찰 및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하도록 했다.

산불위험지수를 매 시간 단위로 알려주어 일선기관에서 사전에 대응토록 하는 산불위험예보시스템도 정확도를 높였다. 산불위험지수는 습도·풍속 등 기상여건과 산지 지형 및 숲의 상태 등 세 가지를 인자로 해서 1~100까지 산출한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산불 위험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산불감시원 등 3만 명을 주요 입산 길목에 배치하여 감시활동을 벌이고, 중형헬기 9대를 활용한 공중감시와 전국의 주요 높은 산에 설치한 무인감시카메라 578대가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적인 감시활동을 펼쳤다.

산림청 직원들도 3월27일부터 주말이면 휴일을 반납한 채 현장계도와 단속에 나섰다. 셋째, 산불진화 대응력을 대폭 보강, 산불피해를 최소화하였다.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초기진화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산림청 헬기 47대와 지자체의 임차헬기 50대, 군·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 헬기 62대를 산불진화에 공조 투입했다. 특히 산림청 헬기를 산불위험이 높은 지역에는 수시로 이동 배치하여 산불현장 도착시간을 단축시켰다. 공군이 운용하는 헬기 7대에 물탱크를 장착하여 산림청 진화헬기에 맞먹는 진화능력을 갖췄다.

“산불상황관리 과학화·체계화 실현”
넷째, ‘선택과 집중’ 및 산불상황관리의 과학화·체계화로 산불피해를 줄였다. 올해 새로 제정된 ‘산림보호법’에 따라 3월25일부터 4월20일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해 산불방지에 총력을 쏟았다. 특별기간은 최근의 여건을 감안하여 산림조심기간이 끝나는 5월15일까지 연장·운영할 계획이다. 산불종합상황실의 기능을 강화하여 전국의 산불발생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는 체제를 갖췄다. 종전에는 산불신고가 4단계(산불현장→ 시·군 →시·도→ 산림청)를 거치면서 시간이 다소 지체됐다.

올해부터 산불감시원이 여러 기관에 동시에 보고하는 2단계 보고체계로 개선하여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일단, 산불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정확한 위치는 물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등의 지도, 산림공간지리정보(FGIS)를 통해 진화여건을 신속하게 파악, 효과적인 진화대책을 수립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산불현장의 기상, 숲의 상태와 지형, 담수지까지 거리, 민가 또는 보호대상 주요시설 등은 산불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다. 아울러 무인감시카메라 578대의 영상 통합 및 산불현장에서 전송된 동영상 등을 토대로 산불의 확산 정도를 파악, 진화헬기 투입대수 등 의사결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는 체계를 갖췄다.

“산불방지는 ‘숲가꾸기’ 첫걸음”
앞으로 숲이 더욱 우거지고, 가뭄 지속 등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농산촌의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산불은 더욱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선은 봄철 산불 마무리를 잘 해야겠지만, 미래를 내다본 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선 올해 처음 도입한 여러 제도와 시스템의 운영결과를 분석해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산불상황 통합전달 체계’를 구축, 산불발생에서부터 완전 진화까지 일련의 과정을 산림청은 물론 유관기관이 실시간, 동시에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해 나가는 한편,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산에서의 불씨 사용 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계도, 단속을 통해 국민의식을 바꿔나가는 데 힘쓸 것이다. 숲은 우리가 제대로 보호하고 가꾸어줄 때 우리에게 아낌없이 되돌려준다. 산불방지는 숲을 보호하고 가꾸는 첫걸음이다. 산불로 고통 받는 숲의 아우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날을 위하여 다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