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통합적 재난관리를 위한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지난 4월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난안전과장들을 소집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올해 재난안전관리 주요시책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행안부는 7일 강병규 행안부 제2차관 주재로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 재난안전담당 과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해군 천안함 및 쌍끌이어선 금양98호 침몰사고, 올림픽공원 청룡교 붕괴, 부산 화명동 공사장 사고 등 최근 들어 각종 대형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생활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 따라 긴급 점검회의를 마련했다는 게 행안부 재난안전실의 설명이다.

회의를 주재한 강병규 제2차관은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공사장 사고, 지역축제 안전사고 등은 대부분 방심과 안이한 대처에서 비롯된 후진국형 사고라며, 일선에서 재난 안전업무를 맡은 지자체 간부 공무원이 솔선수범해 재난취약 요소를 직접 점검하는 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점검회의에서 국무총리실, 소방방재청, 산림청 등 재난안전 관계부처 담당과장들은 전국 지자체 재난안전과장들에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분야별 중점 점검사항을 설명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행안부 최복수 재난안전정책과장은 국내 재난 및 안전관리 문제점 등을 설명한 뒤 올해 재난 및 안전관리 주요시책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
최복수 재난안전정책과장은 전국 지자체 재난안전과장들에게 올해 재난 및 안전관리 주요시책을 소개하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 실현’을 위해 7가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7가지 추진전략은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정립을 위한 법령 정비 △국민 안전문화 선진화 추진 △안전도시 시범사업 추진 △안전지수 개발·운영 △안전모니터 봉사단 활성화 △재난안전 긴급전화 119 연계 △재난관리기준 및 안전관리기준 제정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전략인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정립을 위한 법령 정비는 행안부의 재난안전관리 총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기본법)을 개정해 통합적 재난관리를 위한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게 행안부 의도다. 이를 위해 중앙재난조사평가협의회를 설치하고, 재난상황 보고체계, 재난안전교육과 홍보기능 강화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개별법령에 의한 안전관련 유사·중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본부장이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중 유사 중복업무 심의 조정권을 갖도록 기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밖에 재난대비 활동 지침과 재난관리 기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재난관리체계 평가, 우수기관 지원, 긴급구조지원기관 평가제도 등 재난관리체계 및 능력평가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 안전문화 선진화 추진
올해 초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이관된 안전문화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추진된다. 최복수 과장은 “꾸준한 제도 정비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천물류창고 화재, 지난해 화왕산 화재와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 등 후진적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안전불감증, 자기 책임의식 결여 등 사회전반의 안전의식 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사고 경감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안전문화 선진화 종합대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최 과장은 진단했다.

최 과장은 안전문화 선진화 추진목표를 단기와 장기로 나눠 소개했다. 단기목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삼아 안전우선 질서문화를 정립하는 것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성숙한 안전문화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인다는 목표다. 장기목표는 OECD 평균수준의 안전 선진국 실현이며, 구체적 목표는 안전사고 사망률을 2015년까지 OECD 15위 이내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안전문화 선진화 추진전략과 과제에 대해 최 과장은 “정부부처별 역할 및 기능 정립, 민·관 합동 안전문화 추진조직 구성 등 추진체계를 구축한 뒤 안전문화 정착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안전문화 정착 기반조성을 위해 정책추진과 사업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안전디자인 개념 도입·촉진, 안전지수 개발·공표, (가칭)‘안전문화진흥원’ 설치 등을 추진한다는 게 최 과장 설명이다. 안전교육을 확대해 학교교육을 통한 조기 안전의식 확립, 직장 내 안전교육 확대 및 지역사회별 안전교육의 장 개설·운영, 지역사회별 안전교육의 장 개설·운영 등이 추진된다. 마지막 추진전략은 안전문화운동 전개로 과제는 정부부처별 안전문화 운동 실시, 민·관 합동 실천운동 전개, 공동체 단위의 자발적 운동 확산 유도 등이다.

안전도시 사업·안전지수 개발
행안부의 안전도시 사업에 대해 최 과장은 지난해 10월 서면 및 발표평가를 통해 안전도시 시범 지자체를 선정하고, 각 지자체에 사업비로 특별교부세 5억원씩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안전도시 시범 지자체는 과천·익산·천안 3개시와 장흥·횡성·함양 3개군, 대구 동구·대전 대덕구·광주 남구 3개 구다.

안전도시 사업의 주요 내용은 CCTV 설치, 안전취약시설 정비, 안심놀이터, 어린이 안전체험 등 안전취약 인프라 개선(하드웨어)과 안전문화 교육·홍보, 시민단체 안전공동체 활동 지원 등(소프트웨어)이다. 최 과장은 “앞으로 지난해 시범사업 성과를 분석한 뒤 도시유형별 모델을 발굴해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며 “안전도시 추진에 관한 세부 시행지침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u-어린이 안전존 구축사업’ 등과 연계해 사업효과를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전지수는 지역별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통계 현황을 지수로 산출해 공표함으로써 지역안전도를 높이는 것으로, 미국·영국 등 선진국은 지역별 안전지수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행안부는 ‘안전의식 자가진단 시스템’ 및 설문을 통한 안전의식 측정(주관적 지표)과 자연·인적 재난, 교통사고, 범죄, 화재 등 안전 위해요인을 고려(객관적 지표)해 안전지수를 개발할 방침이다.

올해 12월부터 안전지수 평가 등 지수산정 방안을 확정해 시범평가하며, 내년부턴 지자체 안전지수를 측정해 공표하고, 우수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최 과장은 설명했다. 그밖에 최복수 과장은 안전모니터봉사단 활동 활성화, 재난안전 긴급전화 119연계, 재난관리기준 및 안전관리기준 제정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재난관리 우수지자체 특교세 지원
김진항 재난안전실장은 이날 회의를 정리하며 전국 재난안전과장들에게 “재난안전업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특교세 지원 확대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실장은 “지자체 대부분이 인력도 잘 안주고 돈도 잘 안주면서 문제가 생기면 야단만 치는 줄 안다”면서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우리가 봉사해야 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 봉사하고 있기에 언제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안전사고는 조금만 방심해도 일어나지만, 방심하지 않으면 충분히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사고가 있다. 사고 뒤 어떻게 잘 대응해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가가 문제다. 침착하게 대응을 잘 하려면 각종 물적 인적 자원을 잘 준비해놓고 적시적소에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그런데 계획만 가지곤 절대 안 된다. 가끔씩이나마 훈련이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면 모의훈련(CPX)라도 해보고 시간이 있으면 실제훈련을 반드시 해보길 바란다. 훈련을 안 했을 때 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마지막으로 “재난안전 담당 공무원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제도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승진까지 보장할 순 없지만 상훈도 많이 주고, 특별교부세를 많이 배정하도록 하겠다”며 재난안전관리를 잘 한 지자체에 특교세를 많이 지원할 예정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