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방방재 연구개발(R&D)사업 시행계획이 확정됐다. 국립방재연구소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을 비롯해 차장·국장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4월7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2010 연구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열고 42개 과제에 205억590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42개 소방방재 R&D 과제 중 올해부터 새로 시작되는 신규과제는 23개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소방방재 R&D사업은 지난해까지 소방방재청이 총괄했으나 올해부터 방재연구소로 이관됐다. 이를 계기로 방재연구소는 소방방재 R&D 기획의 상시화·전문화를 위해 연구개발 전략팀을 신설·운영하며, ‘방재연구소 R&D’와 ‘소방방재 R&D’의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방재연구소는 또 ‘재난에 강한 국토기반 구축을 위한 가치 향상 프로젝트(Value Improvement Project)’란 올해 R&D 사업 비전과 다음과 같은 8대 중점영역을 정하기도 했다.

①재난 예측기술 첨단화(재난전조정보시스템 기술개발) ②재난경보기술 고도화(차세대 재난예·경보 기술개발) ③재난대응체계 효율화(사회기반시설 재난대응 기술개발) ④재난 복구체계 과학화(재난분석 프로파일링 기술개발) ⑤방재 정책·기준 선진화(방재기준 강화 연구개발) ⑥맞춤형 재난안전 서비스(실시간 정보전파 및 가상현실기반 콘텐츠 개발) ⑦첨단 재난대응 장비물품(재난현장대응 로봇기술 개발) ⑧미래 안전사회 문화조성(필로 테크놀로지 기반의 안전문화 조성)

표(2010년도 소방방재 R&D 신규과제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새로 시작된 과제는 대부분 8대 중점영역을 바탕으로 선정됐다.

23개 신규과제에 118억 투입
올해 R&D 사업 42개 과제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모두 205억5900만원으로 지난해 173억6300만원에 비해 31억9800만원 늘었다. 총사업비 가운데 118억원이 23개 신규과제에 배정됐다. 19개 계속과제에 배정된 나머지 사업비 87억5900만원 안에는 5개 사업에 대한 올해 관리비 16억5400만원이 포함됐다. 5개 R&D 사업 중 차세대핵심소방안전기술개발사업단이 차세대핵심소방안전기술개발(13개 과제)과 재난안전기술개발 기반구축(3개 과제) 2개 사업을 관리하고 방재기술연구개발(12개 과제)은 R&D 사업을 총괄하는 방재연구소 몫이다.

그밖에 안전관리기술개발(6개 과제)과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8개 과제)는 각각 안전관리기술개발사업단과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단이 맡는다. 23개 신규과제 가운데 방재연구소가 자체 수행하는 재난경감을 위한 도시방재가이드라인 개발, 침수예상도를 활용한 지진해일대응시스템 구축 등 6개 과제를 뺀 17개 과제를 외부연구기관에서 맡게 된다(표 참조).

17개 과제 중 자유공모는 자연재해저감기술분야 자유공모 과제와 재난 및 안전기술개발 산업화지원 2개 과제로 연구수행기관에서 사업목적 등을 감안해 신청해야 한다. 앞으로 주요 R&D 사업 추진일정을 보면, 4월까지 신규사업단과 기존사업단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고 5월4일 신규과제 연구수행기관 선정평가 등을 거쳐 5월24일 사업단과 주관연구기관 사이에 개별협약을 체결키로 했다. 이어서 6월, 9월, 12월 세 차례 신규과제 진도점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난전조 감시·경보시스템 개발
올해부터 새로 시작되는 23개 R&D 과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재난전조 분야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재난전조정보 수집 및 관리시스템 개발과 재난전조 감시용 센서 및 조기경보시스템 개발 2개 재난전조 관련 과제가 선정됐는데, 재난전조 감시용 센서 및 조기경보시스템 개발은 연구기간 3년에 총 20억원이 투입된다. 재난전조정보 수집 및 관리시스템 개발은 1년짜리 단기과제로 연구비는 4억원이다. 재난전조 감시용 센서 및 조기경보시스템 개발은 다시 유해물질 재난징후 감시시스템(제1과제)과 붕괴·도괴 재난징후 감시시스템(제2과제) 2개 과제로 나뉜다.

제1과제의 최종 연구목표는 나노물질제어 기술 확보를 통해 현 기술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초고감도 복합 나노감지소자(초고감도 가스·유해물질 측정센서) 관련 제품 개발 및 시스템 연계를 통한 통합형 모듈 개발이다. 제2과제는 저가형 변형·변이 감시 기술 확보를 통해 경제성을 겸비한 붕괴·도괴 감지 소자 관련 제품 개발 및 시스템 연계를 통한 통합형 모듈개발이 목표다.

두 과제 모두 특정 건물을 대상으로 한 단위 통합 모듈(센서/정보축적용 PC)의 센서기반 재난징후 정보 수집, 단위 컴퓨터 정보의 국가재난감시 기관 실시간 공유 및 조기경보 방안 모색 등의 조건이 붙는다. 재난전조정보 수집 및 관리시스템 개발 과제의 최종목표는 재난전조정보를 과학적·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해 재난위험 요인을 사전에 해소하는 예방중심의 선진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이다. 이 과제를 수행하면 최종성과물로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시스템(1식)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매뉴얼 △재난전조정보 수집·관리 시스템 완료 보고서가 요구된다.

지능형 소방로봇 개발 85억 투입
신규과제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비가 배정된 것은 밀폐공간 화재진압 등 소방 지능형 로봇 응용기술 개발. 3년간 84억5000만원이 투입되는 이 과제의 목표는 밀폐 공간 등 특수 장소에서 신속·원활한 소방 활동으로 인명·재산피해 최소화할 수 있는 지능형 소방로봇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 성과물로 화재진압, 인명구조 등 소방 지능형 로봇 시제품 7종 개발해야 한다. 올해는 화재진압 및 인명수색용 로봇과 대공간 화재현장 통신중계용 로봇을 개발하고, 내년에는 밀폐공간 진입 및 화재진압용 로봇, 지하공동구·지하통신구 진입 및 진압용 로봇, 유해가스 감지분석용 로봇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 2012년까지는 재난통제용 자율비행 무인헬기와 터널화재 진압용 로봇을 개발해야 한다. 방재연구소의 과제별 설명에 따르면, 이 과제는 화재발생 장소가 밀폐 공간, 초고층, 지하터널, 지하공동구 등으로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것과 같은 소방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인명과 재산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 방재연구소는 이 과제를 위한 국내 수준과 국내외 동향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군사, 우주과학용 로봇 개발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밀폐 공간 화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소방 지능형 로봇 연구개발은 미흡한 수준이라 진단했다.

국내외 기술동향에 따르면,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선 소방로봇과 무인산불방지 로봇 개발이 활발한 편이다. 일본은 소방청과 오사카소방국이 소방로봇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일본 소방청의 ‘레인보우(Rainbow) 5’는 버킷, 그리퍼 등 장해물과 잔해물 제거 장치를 장착하고 방수 장치를 사용해 불을 끄기도 한다. 미국 레드존 로보틱스사의 ‘후디니(Houdini)’는 가는 관 모양의 국소지역을 통과하고, 운반 작업이 가능한 소방로봇이다.

무인 산불감시로봇은 오스트리아 쉬벨사의 ‘캠콥터 S-100’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이크나(Ikhana)’ 등이 실용화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유콘시스템, 전남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에서 개발했거나 개발중이지만 비행시간 등 성능이 떨어진다. 무인산불진화 전문로봇은 현재 연구·개발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독일 마크데부르크-스텐달대학교 연구팀이 ‘OLE’를 개발중이고, 미국에선 F.F.C.C(Forest Fire Clear Cut) 로봇이란 대형산불 방지 및 진화용 나무제거 로봇을 설계중이다.

기존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기술
그밖에 자연재해저감기술개발사업의 신규과제로 기존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기술 개발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올 들어 아이티 대지진을 비롯해 칠레 대지진, 최근의 중국 칭하이성 지진까지 세계 각지에서 지진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 내진설계가 도입되기 전에 지어져 지진에 매우 취약한 기존 건축물에 대한 대책 마련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 과제를 제안한 소방방재청 정길호 박사(지진방재과)는 중국 쓰촨성 지진과 최근 아이티 지진 및 칠레지진에 이르기까지 저층건축물 붕괴로 막대한 인명·재산피해 발생했고 고베지진시 완전붕괴 건물 4만9천여동 중 3층 이하 건물이 94%인 4만6천여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1988년 6층 이상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도입된 이후 1999년 5층 이상, 2005년 3층 이상 건축물로 내진설계 대상이 확대됐지만, 해외 지진피해 사례에 비춰볼 때 1~2층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 확보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제 제안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690여만동 중 약 91%인 630만여동이 1~3층 건물이며(1층 450만여동, 2층 130만여동, 3층 48만여동), 3층 건물 중 2만7천동만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1년간 5억원이 투입되는 이 과제의 연구내용은 주택, 학교, 소규모 건축물 등 저층 건축물 현황 및 내진성능 실태 분석을 통해 기존 건축물 구조형식별 내진보강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최종성과물로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지침 및 적용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제는 국내 내진보강 대책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소방방재청의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적용돼 개발된 기존 건축물 내진보강 지침 제정·고시,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사업 등에 쓰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