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처럼 조류가 세고 시계가 나쁜 바다속을 스스로 걸어 움직이며 침몰선 탐색·구난·방제작업 등을 수행할 로봇이 국내에서 개발된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우리나라 연근해와 심해에서 각종 수중작업에 투입될 수 있는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로봇’ 개발 계획을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다. 국토해양부의 계획은 2015년까지 200억원을 투입해 천해용과 심해용 2가지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해저로봇 개발 계획은 서해안 빠른 물살로 지난 3월26일 백령도 해상에 침몰한 천안함 승무원 구조 및 함체 인양작업에 갖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발표돼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해저로봇은 수중 작업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 연근해뿐 아니라 최대 6000m 심해에서도 정밀탐사와 해저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국토부는 해저로봇 개발 목적에 대해 “우리나라 연근해와 같이 조류가 세고, 시계가 불량한 수중환경과 대양의 심해환경에서 사람을 대체 또는 지원할 수 있는 해양장비가 필요함에 따라 해저로봇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200억 투자 천해용·심해용 2종 개발
해저로봇 개발을 위해 국토부는 올해부터 2015까지 2단계에 걸쳐 개발비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먼저 올해부터 2012년까지 90억원을 투자해 수심 200m 이내 연근해 바다속에서 잠수부 대신 장시간 작업할 수 있는 천해용 다관절 해저로봇 개발한다는 게 1단계 목표다. 천해용 해저로봇은 조류가 세고, 시계가 불량한 연근해 환경을 감안해 바다 밑바닥에 달라붙어 걸어서 이동함으로써 조류를 이겨내고, 초음파 카메라, 멀티빔 소나 등 첨단 음향장비를 탑재해 시계가 나쁜 상황에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 로봇의 실해역 시험이 끝나는 2013년 이후부터 침몰선 탐색·구난, 해저환경 모니터링, 해저플랜트 유지·보수 등 다양한 우리나라 연근해 수중작업에 투입한다는 게 국토부의 계획이다. 2단계 목표는 수심 6000m까지 바다 밑바닥을 수중유영과 걸어서 이동하며 정밀탐사 작업을 할 수 있는 첨단기능을 보유한 심해용 다관절 로봇을 개발하는 것. 이를 위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심해용 해저로봇은 프로펠러나 캐터필러가 아니라, 수중유영(최대속도 0.3㎧)과 해저보행(최대속도 0.5㎧)으로 부유물과 해수의 교란을 최소화하며 이동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해양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또 심해용 해저로봇은 불규칙한 바다 밑바닥에 착지해 몸을 수 밀리미터 단위로 정교하게 변화시키면서 해저토양, 생명체, 암석, 광물샘플 등을 채취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실해역 시험 뒤 해저 열수광상, 열수 분출공, 해저화산, 협곡, 침몰선 등 이전에 개발된 수중장비로는 정밀탐사가 어려운 지점의 근접 탐사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연구개발 필요성과 국내외 동향
국토부가 추진하는 해저로봇 개발은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을 통한 연구개발과제 공고를 거쳐 5월 중 연구개발 수행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과제제안요구서(RFP)를 확정한 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4월20일 홈페이지(www.kimst.re.kr)에 ‘2010년도 연구장비개발 및 인프라 확충사업’ 신규과제 선정계획을 공고하고 5월20일까지 접수받고 있다.

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과제제안요구서를 통해 위험한 해저환경과 심해 조(탐)사·작업 가능 로봇 개발을 통한 효율성 도모 및 잠수부의 위험 경감과 해양탐사 및 해양자원개발 등에 활용할 목적이라고 해저로봇 R&D 필요성을 정리했다. 이어서 국내외 해저로봇 R&D 현황 및 동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해양과학기술진흥원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처럼 조류가 세고, 혼탁한 환경과 대양의 심해환경에서 사람의 작업을 대체 또는 지원해줄 수 있는 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실용화되지 않았다.

단 국내에서 2006년 프로펠러 추진방식의 6000m급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를 개발해 동해 해저생태환경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육상 로봇의 경우 국내외에서 4족 견마로봇, 2족 보행로봇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은 가재·거북이·뱀, 물고기 로봇 등과 같은 생체모사 수중로봇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조류가 약한 환경에서 항만공사를 지원하는 다족보행로봇이 개발된 사례가 있으나 실용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강한 조류, 불량한 시계 환경과 대양의 심해와 같은 열악한 작업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로봇개발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어서 과제제안요구서는 연구결과 기대효과로 △안전한 수중작업환경 조성 △해저자원 개발에 필요한 탐사·개발 장비 확보 △개발 기술 상용화 등을 통한 경제적 효과 △타 과학기술분야 활용으로 신성장산업 육성을 들었다. 한편, 국토부는 “다관절 복합이동 해저로봇 핵심기술이 개발되면 해양탐사, 해양자원 개발, 수중 구난작업, 해양방위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운영·유지비용을 포함한 2016년~2020년 다관절 해저로봇 국내 시장규모를 15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