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복용하는 콜레스테롤 강하제(고지혈증 치료제)의 안전성·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콜레스테롤 강하제인 ‘크레스토’(Crestor) 사용을 허가한 것을 계기로 불거진 논란의 핵심은 콜레스테롤 강하제의 안전성 문제다.

< 재난포커스 - 박진수 기자 >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관상동맥질환은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중풍)의 주요 원인으로, 암과 뇌혈관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성인의 사망 원인 중 세 번째를 차지한다.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콜레스테롤.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콜레스테롤 상승 정도와 비례해 증가한다. 임상실험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1% 낮추면 심장마비 위험을 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스토가 사망률 낮춘다”
따라서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려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게 필수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약(콜레스테롤 강하제)을 먹는 방법과 금연 및 불포화지방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올 2월 미국 FDA가 정상인에게도 고지혈증 치료제 가운데 하나인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제품명:크레스토) 판매를 승인하면서 콜레스테롤 강하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고 미국 <헬스데이> 4월2일자 인터넷판은 전했다. FDA는 지난 2월9일 주피터(JUPITER) 연구 보고서 주장에 따라 크레스토 판매를 승인했다.

주피터 연구는 크레스토를 개발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후원한 연구로, 평균 1.9년 동안 실험에 참가한 1만8000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 콜레스테롤 강하제 실험군은 가짜 약 실험군에 비해 심장발작,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성이 44% 낮다고 보고됐다. <헬스데이> 보도에 따르면, FDA 결정을 지지했던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장병 전문의 스티븐 니센(Steven E. Nissen) 박사는 “실제로 크레스토를 이용한 임상실험 결과 크레스토를 사용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많이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부작용 위험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스탠포드대 마크 흘라츠키(Mark A. Hlatky) 교수는 FDA 결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식이요법이나 운동보다 크레스토 같은 약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약물 사용으로 인한 근육 이상 및 당뇨병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백만 명의 건강한 미국인들도 곧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복용하지 않을까”걱정했다. 주피터 연구에 참여한 피실험자 중에서는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까운 콜레스테롤 수치를 유지하던 50세 이상 남성들과 60세 이상 여성들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은 C-반응 단백질 수치가 높았다. 이는 심혈관질환과 연관된 염증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 이 실험에 비만 또는 고혈압과 같은 심장병 위험인자를 적어도 하나 이상 보유한 사람들로 포함됐다. 이에 대해 니센 박사는 크레스토가 특정 집단에 대해선 당연히 치료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25명당 1명 비율로 사망 또는 뇌졸중 발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사람의 경우 크레스토를 사용해야 되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만 발병 위험성이 높은 사람에게는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연구 결과가 크레스토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Lipitor), 프라바콜(Pravachol), 조코(Zocor)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니센 박사는 “모든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유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크레스토는 가격이 다소 비싸고 치료 효과도 최상위급에 속하지만 그밖에 심바스틴(제품명:조코)과 프라바스타틴(제품명:프라바콜)은 다소 효력이 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흘라츠키 교수는 니센 박사와 달리 약물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를 우려하며,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기에 앞서 약물에 의존하는 치료법을 탐탁치않게 여긴다. 흘라츠키 교수는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먼저 생활습관부터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으며 여전히 흡연을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스타틴 계열 콜레스테롤 강하제는 일부에게 처방돼야 하지만 콜레스테롤 강하제의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득실에 대한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보다 약을 처방하는 게 더 쉬운데 이러한 추세기 지속되면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잘못된 길을 가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흘라츠키 교수는 아직까지 많은 건 아니지만 증가추세인 스타틴 계열 약물의 부작용 발생 사례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콜레스테롤 강하제는 심각한 근육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최근 영국 의학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스타틴 약물 사용 집단에서 당뇨병 발병 사례가 9%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니센 박사는 크레스토 사용이 실보다 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번 연구에서 크레스토 사용으로 인해 당뇨병 발병 사례가 늘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지 않았고, 심혈관질환과 사망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크레스토 허용과 관련해 FDA 결정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