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일본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유쾌한 코미디영화가 개봉된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까지 간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그린 코믹로드무비 <도쿄택시>가 그 주인공. 5월20일 개봉되는 <도쿄택시>는 지난해 10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일본의 아마추어 4인조 록밴드에게 서울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에 참가해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핵심 멤버가 서울행 비행기를 탈 수 없단다. 비행공포증 탓이다. 밤에는 아마추어 록밴드의 리드보컬로 활약하고, 낮에는 도쿄의 라멘가게 주인으로 일하는 료(마사시 야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라멘을 먹는 한국 스튜어디스(유하나)를 짝사랑하지만 비행기 공포증에 시달리는 불쌍한 록커다. 다른 멤버들이 먼저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 뒤 고민하던 료는 결국 서울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료가 찾은 곳은 나리타나 하네다 국제공항이 아니라 도쿄시내 한복판. 비행기가 아니라 ‘도쿄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로 가려는 것이다. 료는 택시를 세워서 주소가 적힌 종이를 내밀며 “서울로 가자”고 하지만, 택시 기사들 반응은 한결같다. “빠가야로!” 그런데 료 앞에 택시 한 대가 서더니 택시 기사가 료에게 묻는다.

“비행기보다 비쌀텐데 괜찮겠어요?”
이렇게 해서 료는 드디어 서울행 도쿄 택시를 탈 수 있게 된다. 료를 태운 이는 ‘손님은 왕(일본에선 손님은 신이라 한다)’이란 철칙을 가진 고객제일주의 택시 기사 야마다(야마자키 하지메). 집에서 여권까지 챙긴 야마다는 료와 함께 서울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려고 시동을 건다. 하지만 자칭 ‘3개 국어는 기본에 두꺼운 얼굴은 옵션’인 도쿄의 국제택시기사 야마다가 할 수 있는 한국말은 오직 “안녕하세요”뿐이다. 이 때문에 도쿄 택시가 여객선에 실려 부산에 도착한 뒤부터 두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상경기’가 펼쳐지기 시작된다.

영화에선 도쿄를 출발한 택시가 부산까지 도착하는 과정은 빠뜨린 채, 도쿄 레인보우 브리지를 달리던 택시가 부산 광안대교를 지나고, 일본어로 방송되던 라디오가 한국어 방송으로 바뀌는 것으로 한국에 도착했음을 보여준다. 느닷없이 부산시내에 등장한 도쿄 택시에 놀란 부산 택시 기사들과 추격전을 벌이고 예비군 훈련장 한가운데서 좌충우돌하면서 도쿄 택시는 서울을 향한다. 한국 스튜어디스를 짝사랑하며 비행기 공포증에 시달리는 록커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내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택시 기사는 과연 무사히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한국 감독의 일본 음악방송 특별기획
<도쿄택시>는 일본의 음악전문 케이블TV 채널 <뮤직온TV>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제작된 저예산 영화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태식 감독은 2006년 첫 장편 연출작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선댄스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등 30여개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뮤직온TV>는 아내와 불륜관계인 택시 기사를 찾아가 그의 택시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남자 이야기를 개성 있게 그려낸 김태식 감독의 연출력을 인정해 자사 개국 1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식 감독은 첫 작품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처럼 택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도쿄택시>의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연출을 맡아 “한일 합작 영화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그가 1980년부터 1986년까지 일본에서 영화학교를 다녀서 일본 배우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한 영화평론가는 “잇따르고 있는 한-일 공동제작 영화들 가운데서도 <도쿄 택시>는 발군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며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모두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연출, 무엇보다 진정한 '세계인적' 감수성이 돋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