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 방재담당은 지난 3월30일 일본 기업들 대상으로 실시한 ‘BCP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BCP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CP를 책정이 끝난 상태라고 응답한 대기업은 2007년 조사 때보다 약 9% 늘어난 27.6%로 조사됐다. 책정 중이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절반을 훌쩍 넘긴 58%에 이르렀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내각부가 발표한 BCP 실태조사 결과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것으로, 이 설문조사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두 집단을 뺀 자본금 1억 엔 초과 기업 5039사를 추출해 우편 설문조사를 한 것이다. 조사에 응한 기업은 1018개이며, 회수율은 20.2%다. 내각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규모별·지역별·업종별 BCP 책정 상황, 방재·업무연속성(BC) 대전의 공표 상황, BCP 책정 이유, BCP 책정의 문제점과 과제, BCP를 책정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했다.

4년 전보다 BCP 보급 대폭 증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2007년 것과 비교해보니, BCP 책정이 끝난 상태란 응답은 대기업이 19%에서 28%로 증가했다. 중견기업은 12~13% 정도로 거의 같았다. BCP 책정이 끝난 상태란 응답과 책정 중이란 응답의 합계는 대기업이 35%에서 58%로, 중견기업은 16%에서 27%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내각부 방재담당은 “BCP ‘책정이 끝난 상태’뿐 아니라 ‘책정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설문조사에 응한 대기업의 약 6할, 중견기업은 약 3할이 BCP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기업 집단에서는 BCP 보급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보급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역별·기업 규모별 조사결과를 BCP ‘책정이 끝난 상태’란 응답은, 대기업의 경우 토카이(東海) 지진, 동남해·남해 지진, 수도권 직하(直下)형 지진과 관련된 지역에서 BCP 책정이 증가하고 있다. 중견기업에서는 토카이 지진, 동남해·남해 지진과 관련된 지역에서 증가하는 반면, 수도권 직하형 지진과 관련된 지역에서는 감소했다. BCP ‘책정이 끝난 상태’ 및 ‘책정 중’의 합계치를 보면, 토카이 지진, 동남해·남해 지진, 수도권 직하형 지진과 관련된 지역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의 경우 토카이 지진, 동남해·남해 지진, 수도권 직하형 지진과 관련된 지역에서 각각 40→70%, 33→63%, 43→74%로 증가했다. 중견기업은 각각 17→40%, 12→36%, 23→3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진에 대한 BCP 책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미 책정했거나 책정 중이란 응답은, 대기업의 경우 토카이 지진과 관련된 지역이 62%였으며, 동남해·남해 지진 53%, 수도권 직하형 지진은 64%로 조사됐다. 중견기업에선 토카이 지진 37%, 동남해·남해 지진 30%, 수도권 직하형 지진은 34%였다.

일본정부의 지진 방재 전략은 토카이 지진(2005년 3월 책정), 동남해·남해 지진(2005년 3월 책정), 수도권 직하형 지진(2006년 4월 책정) 모두 10년 뒤 거의 모든 대기업과 중견기업 과반수에 대한 BCP 책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BCP를 책정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비즈니스 영향 분석이나 리스크 분석까지 하고 있는지, BCP 책정의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일본 BCP 전문가도 있었다.

“위기관리 위해 BCP 책정” 응답 다수
BCP 책정 이유에 대한 조사에선,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이번 조사에서 새로 추가한 ‘위기관리를 위해서’란 항목을 많이 선택했다. 지난 2007년 조사 때 많았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보 제공 활동의 관점에서’란 항목도 여전히 높은 비율이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선 ‘위기관리를 위해서’ 외에 ‘업계 단체의 요청 때문에’ ‘모회사·그룹사의 요청 때문에’란 항목을 추가했다.

BCP 책정시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한 물음에는 지난 2007년에 이어 ‘책정에 필요한 스킬·노하우가 없다’ ‘책정하는 데 필요한 인력 확보 문제’ 등이 계속 상위권을 차지했다. BCP를 책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법령, 규제 등의 요청이 없다’가 증가하고 있다. 내각부 방재담당은 이번 설문조사의 목적에 대해 “중앙방재회의에서 2005년 결정된 토카이 지진, 동남해·남해 지진과 관련된 ‘지진방재전략’, 2006년 결정된 수도권 직하형 지진과 관련된 ‘지진방재전략’ 등에 따라 대규모 지진에 대한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또 “향후 10년간 BCP 책정 기업 비율을 대기업은 거의 모두, 중견기업은 과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체적 목표의 진척 상황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조사결과는 ‘지진방재전략’의 구체 목표 달성과 관련된 진척 상황 파악에 이용됨과 동시에, 기업 방재나 BCP에 관련된 각종 시책을 펴는데 필요한 기초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장기업 22%가 방재대책 공시
업종별 방재계획 책정비율 보면, 금융·보험업이 51%로 가장 높았고 운송업 49%, 정보통신업 44%, 제조업 43%이 뒤를 이었다. ‘책정이 끝난 상태’란 응답 가운데 건설업, 음식점·숙박업은 증가한 반면, 제조업, 정보통신업, 운송업, 도매업, 소매업,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서비스업은 감소했다. ‘책정이 끝난 상태’와 ‘책정 중’을 합치면, 건설업, 제조업, 정보통신업, 소매업, 음식점·숙박업은 증가하고 운송업, 도매업, 금융·보험업, 부동산업, 서비스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BCP를 모른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음식점·숙박업(70%), 소매업(59%), 운송업(58%)순으로 조사됐고, BCP 책정비율의 비교적 높은 정보통신업이나 금융·보험업에서도 각각 26%와 31%가 BCP를 모른다고 했다. 한편, 방재·BCP 책정에 대해 공시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22.1%로 조사돼 2007년 조사에 비해 증가하고 있지만, 비록 높다고 해도 ‘지진방재전략’에서 밝힌 ‘책정 뒤 10년간 방재에 대한 대처를 평가·공시하고 있는 기업(상장기업)의 비율이 50% 정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목표의 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