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재난대응 상비군(재난대응군)을 창설한다. 최근 중국인민해방군(중국군) 관계자는 올해 안에 긴급구조부대를 창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중국이 재난대응군을 창설하면,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가 차원의 재난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군대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는 1962년 시민안전군(UIISC)이란 이름의 재난대응군을 창설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행정안전부가 재난대응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재난대응군의 긴급구조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란 중국군의 발표는 칭하이성 지진 발생(4월14일) 6일 뒤인 4월20일 나왔다. 중국군 총참모부 톈이샹(田義祥) 대교는 이날 오전 칭하이성(위수티베트족자치주 발생) 지진 구조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올해 안에 5만명 규모의 긴급구조부대를 창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거쳐 군구당 1개씩 소장이 지휘하는 8개 지대의 긴급구조부대를 연말까지 창설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가적 재난대응 군대가 제격
중국군이 재난대응군을 창설하는 까닭은 국가 차원의 대재난을 통해 재난대응 특수훈련을 받은 군 병력이 필요함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톈이샹 대교는 2008년 5월12일 일어난 쓰촨성 대지진, 올 4월14일 칭하이성 지진 등을 겪으며 쌓은 경험과 구조 활동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재난대응군 창설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중국군은 칭하이 지진 발생 12분 만에 병력을 투입해 구조작전을 폈다. 이런 사례와 같이 대재난을 맞아 빠른 시간 안에 대규모 구조대를 투입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려면 군대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비상대응태세 강화 등 종합적·과학적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재난대응군을 창설할 필요가 있다고 중국정부는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톈이샹 대교는 재난대응군의 필요성에 대해 △재해정보공유체계 강화 △비상대응지휘체계 강화 △통합조정시스템 구축 △긴급대응전문역량 강화 △비상통제체계 강화 △재난구조장비·물자의 긴급지원체계 강화 △평상시 대민지원활동역량 강화 등을 꼽았다. 중국이 올해 안에 창설할 재난대응군 규모가 8개 부대 5만명에 이르는 데에는 국토가 넓고 인구도 많은 것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분석된다.

땅덩어리가 넓기에 언제 어디서든 대재난이 일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생장소가 인구밀집지역일 경우 그 피해규모가 엄청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약 9만명의 사망자와 37만명에 이르는 부상자가 생긴 쓰촨성 대지진, 24명 이상이 숨진 1976년 7월28일 탕산(唐山) 지진 등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국토 곳곳에 효과적으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특수훈련을 받은 대규모 군대를 배치했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프랑스, 1962년 시민안전군 창설
중국이 긴급구조부대를 창설하면, 프랑스의 시민안전 대응참전군(UIISC·Unite d'instruction et d'intervention de la securite civile)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재난안전 상비군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시민안전군은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1962년 창설한 긴급구조부대다. 이들은 주로 공병부대 출신으로 산불진압, 특수재난대응, 매몰자 구출 등에 대한 교육·훈련을 받은 전문가 집단이다. 프랑스 시민안전군은 UIISC1·UIISC5·UIISC7 3개 대대로 구성됐으며, 주로 육군 출신 장성이 총사령관을 맡아 지휘한다.

총병력은 1500여명 규모다. 각 대대는 노장 르 로트루(Nogent-le―Rotrou), 코르트(Corte), 브리뇰(Brignoles)에 분산돼 주둔하면서 프랑스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대응하고 있다. UIISC 대원들은 수색·구조에 필요한 전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어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제구조 활동을 위해 해외 재난현장에 파견된다. 아이티 지진 발생(1월12일 오후) 이튿날 오전 전용기를 타고 아이티 포르토프랭스로 날아가 바로 구호활동에 돌입한 프랑스 긴급구호대도 UIISC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프랑스정부는 큰 산불이나 재난이 발생하면 1시간 안에 UIISC 대원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상황에 따라 3시간 안에 지원부대의 추가투입도 가능하다. UIISC는 방화복, 구명복, 화학방사능 탐지복, 무전기, 응급수술이 가능한 구급차, 거친 재난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특수차량, 식수공급차량 등을 보유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UIISC 대원들은 재난안전 전문교육을 통해 인명을 구조하고 산불을 진압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교육을 받고 배치된 뒤에는 재난대응·인명구조 활동을 위해 재난 현장에 투입된다. 각 UIISC는 산불을 포함한 자연재해 현장에 투입되는 중대와 화생방 등 특수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중대로 편성됐다.

재난안전실 특전사 활용 추진
국내에서도 재난대응군 창설 움직임이 있다. 그렇지만 정부차원의 움직임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어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난대응군 창설을 추진하는 이는 행안부의 김진항 재난안전실장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2008년 2월29일 재난안전실이 신설되면서 초대 실장으로 임명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난대응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 실장이 재난대응군 창설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평소 재난대응 교육·훈련을 받은 군부대가 기존 (행정·의료·치안 등)시스템이 파괴된 재난현장에서 주민 도움 없이 피해복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직이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재난대응군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2008년 주요 선진국의 재난·안전관리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였다. 그는 프랑스를 방문하고 시민안전군의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재난안전군은 “가장 기동성이 뛰어나고 체계적 대응이 가능한 재난대응 조직이 될 수 있으며, 기존 재난대응 조직이나 자원봉사자로는 불가능한 특수지역에서도 재난 복구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실장은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병력을 재난대응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실정에선 프랑스 시민안전군처럼 전문 재난대응군을 창설하기 어렵기에 기존 병력을 활용해야 하는데, 특수훈련을 받은 직업군인들로 이뤄진 특전사 예하 부대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고 쉬운 방법은 특전사 예하 여단을 2~3개 정도 지정해 재난 구조 활동에 필요한 교육·훈련을 시켜두었다가, 재난 발생시 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전사 병력을 활용하면)새로운 부대 창설이 필요 없고, 특전여단 장병들은 주로 간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난 현장과 같은 조건에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고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기에, 재난에 대한 이해만 하면 바로 재난대응군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실장의 생각이다. 김 실장 생각처럼 특전여단을 재난대응군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방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국방부 동의를 얻는 게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우리 국방부에서 잘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그는 토로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만약 특전여단이 이 제안을 수용한다면 교육훈련에 필요한 예산은 행안부에서 지원할 수 있다. 재난이 발생할 경우에만 지휘권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양하는 법령을 만들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