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본격적인 장마철과 함께 태풍,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예상되는 7월입니다. 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여름휴가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지요. 일찍부터 주말이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강과 계곡을 찾는 행락객들이 줄을 잇고 있어서 물놀이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벌써 속속 들리고 있습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로 지구촌 여러 나라의 ‘안전 민감증’ 움직임을 다뤘습니다. 안전 민감증이란 말은 안전 불감증에 대한 반대말이지만, ‘병적일 정도로 안전을 따지고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결벽증’처럼 민감증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해선 아무리 신경을 쓰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문제지요.

지난해 11월14일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참사가 떠오르는군요. 당시 국내 언론은 앞다퉈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습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안전 불감증’을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일본 관광객이 떼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신문은 2003년 2월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참사’까지 들먹이며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사정없이 칼질을 해 낮 뜨거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 불감증을 치료하고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 사건을 계기로 사회 전체가 바뀐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히 안전은 문화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바꾸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물론 법과 제도적으론 바뀐 점도 많습니다. ‘비파라치제’가 대표적이지요.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참사를 계기로 비파라치제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많지만, 안전을 위해선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호에 소개했던 행정안전부의 ‘어린이 안전구역(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안부의 대책발표 다음날 국내 일부 언론은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대책 포함된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범칙금과 과태료를 2배 올리는 것을 두고 국민 정서를 고려치 않은 ‘졸속적 대책’이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미래의 꿈인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선 당연히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행안부의 대책 발표 전까진 스쿨존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수시로 초등학교 앞을 지나쳤는데도 말이지요. 스쿨존이란 게 있는지 관심이 없었으니 조심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심을 하고 규정 속도(시속 30㎞) 이상 달리지도 않으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을 때 사고라도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할 뿐입니다.

안전 민감증,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증상입니다. 물론 너무 심하지 않을 때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김진항 행안부 재난안전실장을 만났을 때 들은 말을 소개합니다. “안전하려면 노파심이 필요하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