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 방재담당은 지난 4월22일 ‘수도권 수몰 피해 경감을 위한 대책’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대규모 수해 대책에 관한 전문조사회(전문조사회)’가 진행한 조사결과를 담은 것으로, 3월18일 개최된 중앙방재회의를 거쳐 마지막으로 확정된 내용이다. 전문조사회는 2007년 8월29일 첫 회의를 연 뒤 올해까지 3년간 20차례 회의를 거쳐 수도권 수몰 피해 경감대책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 재난포커스 - 다카자와 도모미 기자  tomomi@di-focus.com >

수해대책이 전문조사회의 면밀한 조사를 거쳐 발표된 것은 일본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내각부 방재담당은 “전 세계적으로 수해, 특히 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되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수해 피해를 최소로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수도권 대규모 수해대책 보고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아키쿠사 나오유키 후지쯔 전 회장(현 이사·상담역)을 단장으로 한 전문조사회는 3년 동안 일본 수도권지역에서 막대한 피해를 부를 것으로 예측되는 아라 강과 토네 강의 홍수 및 범람, 해일에 의한 대규모 수해를 가정해 검토한 뒤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전문조사회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에서 발생한 대규모 수해의 사례분석 등을 통해 수도권 피해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대규모 수해 발생에 의한 피해를 상정했다. 이와 함께 상정한 피해상황에 대해 수도권주민의 인명피해와 재산 및 경제적 피해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했다. 검토한 내용은 △대규모 수해가 예측될 경우 각 기관의 긴급 대응체계와 구체적인 행동 방침 △피해에 따른 응급구호시스템 △응급복구 및 재건체계 확립 △대규모 수해 발생 대비 명확한 대책을 실시하기 위한 사전 준비 등이다.

광역침수·지하침수 발생 가능성

	올 3월말 현재 일본 관동지방정비국 관내 홍수위험지도 공표상황

수도권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수해의 특징은 첫째 매우 넓은 지역이 침수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대규모 수해에 따른 침수범위가 무너진 제방 근처에 머물지 않고, 강 하류까지 넓게 분포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역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 시(市)·정(町)·촌(村)이나 시청(구청) 등과 같은 시설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광역적인 대응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토네 강, 에도 강, 아라 강 등의 제방에 따른 침수 상정 구역을 검토한 모든 패턴을 합칠 경우, 침수 구역 내 인구는 약 663만명에 달한다.

만약 광역 피난 대상 조건을 ‘거주 공간 수몰’ 또는 ‘침수시간이 3일 이상’으로 가정한다면 피난민 수는 약 421만명으로 예측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두 번째 특징은 침수심이 깊고 피난하지 않았을 경우, 사망자 발생률이 매우 높은 지역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즉 침수심이 3층 이상임에도 피난하지 않았다면 건물 높이 등의 영향으로 부근에 안전한 피난장소를 확보하기 어려우며, 광역 피난이 불가능하게 될 지역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보고서는 그 예로 아라 강 우안에서 10㎞ 떨어진 토쿄 스미다구 거주지구의 제방이 무너졌음을 가정한 코우토우 삼각지 저류형 범람을 들었다. 이 경우 침수구역이 아라 강과 수미다 강이 둘러싼 삼각지의 일부 저지대가 포함돼 침수심이 5m 이상이 될 지역이 많을 것이란 얘기다. 세 번째는 지하 공간을 통해 침수가 확대될 우려다. 대규모 수해로 범람한 수량이 많아서 지하 공간 일부가 침수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지하 공간 침수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지하 공간에선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건물 지하 공간이 침수돼 기능 마비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 그 예로 보고서는 200년에 1번 발생 확률을 가진 홍수로 아라 강 우안 21㎞ 지점에 위치한 토쿄도 키타구 시모의 거주지구에서 제방이 무너져 터널이나 지하철 역 등의 출입구가 침수될 경우를 꼽았다. 이처한 상황이 벌어지면 지하철 등은 최대 17개 노선(97개 역)에서 총연장 약 147㎞가 침수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라이프라인 피해 발생 전망
네 번째는 침수지역에서 전력공급이 중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전력설비가 침수돼 전력 공급이 정지되거나 개별 주택 및 맨션의 전원 설비가 침수되면, 누전에 의한 2차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송전이 가능하더라도 전력 공급이 정지될 수 있다. 또 회사 건물 등의 수전설비는 지하에 있는 경우가 많아 침수에 의한 설비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설비 복구를 위한 전력을 장기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섯 번째는 침수시간이 길어져 라이프라인 피해 발생과 함께 고립된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역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침수시간이 길어져 고립 기간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있다. 이러한 지역에 대해선 전기, 수도, 가스 등을 장기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생활환경 유지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 대규모 침수피해의 여섯 번째 특징은 태풍의 진로, 강우량이나 하천수위 등의 정보를 분석해 제방이 무너지기 전부터 피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방붕괴 예측에 관한 정보 수집과 분석에 의해 사전 피난 계획을 명확히 수립해 효과적인 피해 경감 대책이 가능하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제방이 무너진 곳에서 하류로 침수지역이 확대될 때까지 시간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하천 제방이 무너진 곳 부근이나 해일피해 지역은 침수까지 시간은 짧기 때문에 피난을 위한 유예 시간이 적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대규모 수해대책의 필요성
전문조사회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제방정비와 같은 치수대책이 추진됨에 따라 피해가 적어지면서 수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대규모 수해가 빈번해지고, 일본에서도 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경각심을 높였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에 대한 대응도 함께 고려한 하천정비 등의 치수대책을 착실하게 실시하는 게 중요하며 제방붕괴 등에 의한 범람 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중요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회 보고서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무엇보다 중요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피난대책과 같이 대책의 우선순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만큼 리스크를 분산시켜 괴멸적인 피해를 회피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먼 훗날을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한 국가적 대책의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국가적인 대책으로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안전, 안심 사회 실현에 필요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계획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충분한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되는 대규모 수해 특유의 문제에 대해 국가가 광역 피난 계획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 명확히 요구하고, 이에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조사 분석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또 국가가 주도해 대규모 수해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지자체, 민간기업, 주민 등이 힘을 모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인명피해 경감 위한 피난 대책
전문조사회 보고서의 뼈대는 수도권의 대규모 수해를 가정한 대책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적시 정확한 피난 실현에 의한 인명피해 경감 △공공기관 등의 응급대응력 강화와 핵심기능 확보 △주민과 기업의 대규모 수해 대응력 강화 △범람억제 대책과 토지 이용 유도에 의한 침수 피해 경감 등을 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명피해 경감대책으로 보고서는 “침수까지 시간을 고려해 적시에 정확한 광역 피난 실현이 바로 피해를 대폭 경감시킬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①광역피난대책 강화⇒적절한 피난 방침 검토, 구체적인 피난 계획 수립, 피난유도 실행체제 정비. ②피난율 향상⇒대규모 수해 시 구체적인 피해 이미지에 관한 정보 제공, 평상시 피난 계획에 대한 홍보 강화. ③고립자 구조⇒고립 발생 장소 파악체계 및 고립자 구조체계 정비, 물·음식·의료품·생활필수품·간이 화장실 등에 대한 지원계획 검토. ④지하 공간에 대한 피해 경감⇒지하 공간 관리 주체 사이의 연락체계 구축, 재해 시 위기 관리 체제 구축. ⑤병원 및 복지시설에 대한 피해 경감⇒입원환자 또는 시설 입소자들의 개별 조건에 맞는 피난방침 검토, 피난 시나리오 및 피난계획 수립, 어디로 어떻게 이동할지 등 이동방법 검토, 효과적인 이동 수단 확보.

공공기관 업무연속성 확보 요구
공공기관 등의 응급대응력 강화와 핵심기능 확보에 대해선 “병원 등 공공기관은 재해 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침수피해를 입어 전력, 라이프 라인 정지나 여러 활동 제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도 재해대응 업무를 적절히 실행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대책으론 업무 연속성(Bisiness Continuity) 확보와 라이프 라인·인프라 침수 피해에 대한 영향 경감과 조기복구 2가지를 내놨다.

공공기관의 업무연속성 확보대책은 라이프 라인 두절 시 대체 수단 확보 등의 대책과 비축 대책 강화, 데이터 등 백업 대책 등이다. 라이프 라인·인프라 침수 피해 경감과 조기복구 대책에는 주요 설비에 대한 수방대책 실시, 루트 다중화나 거점 분산화 추진 등이 포함된다. 주민과 기업의 대규모 수해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선 “대규모 수해는 방재기관 등의 대응능력을 넘어 다른 지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민이나 기업의 충실한 방재능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주민과 기업은 침수 위기를 적절히 인식하고 필요한 방재정보 수집, 업무 연속성 확보, 필요한 물품 비축 등을 통해 방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국가와 지방공공단체는 주민·기업의 방재능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수해의 피해 특성을 주지시키고, 훈련 등 인재 육성 기회를 제공하며, 방재 기자재 구입이나 방재 대책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의 대책을 평상시부터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적절한 치수대책이나 해일 대책을 위해 수해 시 명확한 수방활동체제 등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범람 확대를 막거나 배수 대책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침수 상정 구역 내에는 범람을 막기 위한 기존 시설이 남아 있어, 이러한 기존 시설에 의한 범람 확대 억제 효과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른 방제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또 평상시 시설 관리체계나 재해시 수방체제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밖에 보고서는 위생환경 확보, 치안 유지, 문화유산 피해 경감, 수해폐기물 처리 등 기타 대응방안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효과적인 수해대책 추진 방안
전문조사회 보고서는 앞서 설명한 대책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방안은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계획에 따라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가의 재난관리기관과 지방공공단체가 인식을 공유하고, 한 몸이 돼 대규모 수해 대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는 ‘대규모 수해 대책에 관한 요지(가칭)’를 마련해 국가와 지방, 공무원과 주민의 책임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할 것을 보고서는 제안하고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대규모 수해 발생에 대비한 광역 응급체계 강화에 대한 내용으로, 재해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광역 피난 유도와 구조 활동 등을 위해, 주로 정부의 광역 활동 내용을 구체화한 ‘대규모 수해 응급 대책 활동 요지(가칭)’ 마련을 요구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세 번째 방안은 실실적인 방재 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대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대규모 수해 시 광역 피난 유도 등 응급 대책 실시 체계를 확보함과 동시에 주민이나 기업 등의 방재 의식을 높이기 위해 관계 기관이 모두 참여한 종합 방재 훈련 실시와 그 성과를 대책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수해 조사·연구와 활용
이번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대규모 수해에 대한 조사 연구와 이를 방재 대책에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대규모 수해 발생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고려하면, 피해 경감이나 방지에 관한 조사 연구의 역할이 크고, 그 성과를 활용한 효과적인 대책 추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도시 지역의 지하 공간 피해나 경제 피해 등에 관한 조사 연구, 강우 예측이나 하천 수위 예측, 조위·파랑 예측 등을 한층 더 발전시켜야 한다.

또 대규모 수해 시 인간 행동에 관한 조사 연구 및 그 성과를 분석한 정보의 전달 방법, 재해 후 주민의 생활 복귀 등에 관한 사회과학 조사 연구 등의 고도화도 필요하다.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침수위험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호우 빈도의 증가나 해면 수위의 상승, 태풍의 세력 확장 등에 의한 영향을 검토하며, 인명 확보나 경제 피해 경감의 관점에서 침수 리스크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진과 대규모 수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경우의 피해 추정이나 방재 대책에 관한 조사 연구는,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게다가 대규모 수해에 의해 피해를 입은 수도권지역의 재건은 단지 방재의 관점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국토 이용의 관점에서 새로운 수도상의 구축을 향한 것이다. 따라서 관련 주체 사이의 긴밀한 제휴 아래 종합적인 검토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조사 연구의 고도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대규모 수해 대책에 관한 조사 연구를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조사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상세한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방재능력을 향상시켜, 인적·물적 피해의 경감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