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기후변화 경쟁력’이 낙제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닥수준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산업계 기후변화 경쟁력지수(KCC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기후변화 경쟁력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36.3점에 그쳤다. 특히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기후변화 시대에 뒤처지는 게 아닌지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편집자 주>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

기후변화 경쟁력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과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해 7월9일부터 11월20일까지 국내 기업들의 기후변화경쟁력지수를 조사·분석한 결과다. 조사대상은 2008년 에너지다소비업체로서, 연간 에너지사용량이 2000TOE(석유환산톤) 이상인 기업 1738개였다. 조사방법으로는 전화·팩스와 함께 에너지사용신고서를 활용했다.

대처노력 우수…활용능력 최하
지속가능경영원과 에너지관리공단은 기후위험, 기후성과, 시장기회, 정책협력 등 4개 부문, 15개 문항을 조사하고, 문항별 점수를 가중 평균해 기후변화경쟁력지수를 구했다. 문항별 점수는 측정결과 상위 95% 수준인 목표치에 얼마나 근접하는지를 0에서 100까지 점수로 환산한 값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경쟁력이 높다는 뜻이다. 4개 부문별 기후변화 경쟁력지수를 보면,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시장기회’가 19.3점으로 가장 낮았다.

‘정책협력’과 ‘기후성과’ 점수도 각각 25.2점, 27.4점에 그쳤다. 정책협력은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협력하고 있는지를, 기후성과는 기후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제 투자를 나타낸다. 시장기회와 기후성과 부문의 점수가 낮은 데 대해 대한상의 쪽은 “국내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겨난 신규시장인 CDM(청정개발체제)이나 탄소펀드 투자에 소극적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협력에 대해선 “탄소정보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정책협력 점수가 낮아진 원인”이라며 탄소정보 공개를 꺼리는 국내 기업들을 에둘러 꼬집었다.

세 부문에 견줘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을 나타내는 ‘기후위험’ 점수는 72.6점으로 월등히 높았다. 대한상의 쪽은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실천하려고 노력한 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실제로 기후경영방침을 시행중이거나 수립중이라는 응답이 79.0%를 차지했고,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한 사업장 비율도 68.9%에 달했다”고 밝혔다.

매출액 높으면 경쟁력도 높아
업종별로는 금속 39.5점, 제지목재 36.7점 , 식품 35.9점 , 화공 35.4점 등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조사대상 업종 중 요업과 발전은 각각 29.9점, 29.0점으로 3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종별 우수기업으로는 삼성전기(금속), 고려제지(제지목재), CJ 제일제당(식품), 아모레퍼시픽(화공), 코오롱(섬유), 삼성코닝정밀유리(요업), 한국동서발전(발전) 등이 선정됐다. 지속가능경영원 쪽은 “매출액이 많을수록 점수가 높게 나왔다. 중소기업의 기후변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종별 기후변화 경쟁력 우수기업 선정결과를 분석했다.

이어서 “온실가스 저감실적을 높이고, 시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민·관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술적 경제적 부담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이 기술과 자금을 투자하거나 지원하고, 온실가스 감축으로 발생된 탄소배출권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후변화경쟁력지수 조사결과에 대해 지속가능경영원 쪽은 “국내 산업계는 에너지 사용량 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돼 정확성이 높을 뿐 아니라 우리 기업실정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지수가 기업의 녹색경영 평가와 탄소정보 공개방식의 기본 틀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산업계는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