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은 우리나라 황사 관측 사상 최악의 황사가 불어온 날이었다. 황사주의보는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농도가 400㎍/㎥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황사경보는 800㎍/㎥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그런데 이날은 울릉도와 독도를 제외한 전국에 황사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미세먼지(PM10)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PM10이 400~500 정도, 남부지방은 그보다 훨씬 높은 평균 2500이나 됐다.

< 사단법인 미래숲 - 이성길 국제협력팀장 >

황사는 2000년대 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2년 3월에는 매우 강한 황사가 발생해 일부 지역에 휴교령까지 내려지기도 했다. 올해도 6월까지 서울에서 황사가 관측된 날은 총 8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그 강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사래를 칠 정도로 지독했다. 이와 같이 황사가 강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과 몽골지역의 가뭄과 사막화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황사의 발원지인 내몽고사막 일대는 20년만의 가뭄으로 황사가 더 발생할 것으로 예보되기도 했었다.

녹색봉사단 100여명 중국 방문
2001년 설립된 (사)미래숲(대표 권병현 전 주중대사)은 황사의 근본 원인인 토지황폐화와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가꿈으로써 푸른 동북아시아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한중청년간의 우의를 다지며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미래지도자를 양성하는 단체다. 미래숲은 2002년 봄 우수한 대학생 자원봉사자 100명으로 구성된 제1기 녹색봉사단을 중국 시안과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 대학생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문화를 교류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봄철에 100명 규모의 녹색봉사단을 파견하여 중국의 사막화 지역에 나무를 심어왔다. 2006년부터는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황사 발원지인 중국 내몽고자치구 쿠부치 사막의 동단을 남북으로 가로막아 이동사막의 확장을 저지하는 ‘한중우호녹색장성’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한중우호녹색장성은 쿠부치 사막의 동진(東進)을 막고 이미 사막화된 지역을 생태원으로 복원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까지 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활착율은 80%에 달한다. 필자는 5월13일부터 19일까지 6박7일 동안 미래숲 제9기 녹색봉사단과 함께 중국 베이징과 내몽고 쿠부치 사막을 찾아 문화교류와 식수활동을 펼쳤다.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녹색사업단의 후원을 받는 미래숲 녹색봉사단은 봉사단원인 대학(원)생과 지도자인 환경전문가, 중국전문가, 취재진, 후원기관 관계자 등 100여명으로 구성됐다.

제9기 녹색봉사단은 13일 중국에 입국한 후, 아이스 브레이킹을 통해 중국측 참가자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중국측 참가자들은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그룹인 공청단 소속의 우수 대학생으로 향후 한중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재들이다. 이어진 환영만찬은 양국 학생들이 준비한 문화공연을 통하여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베이징서 중국 학생들과 문화교류
이틀째인 14일 오전에는 베이징의 발전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수도박물관을 견학하고, 오후에는 북경교통대학에서 개최된 제4회 한중대학생포럼(춘계)에 참가했다. 한중대학생포럼은 봄과 가을에 각각 북경과 서울에서 개최되며, 양국 청년간의 공통관심사를 주제로 한중 양국의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논문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하는 학술행사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이 행사는 순수하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행사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올해의 주제는 청년과 환경, 청년과 문화, 청년과 책임이었다. 각 주제별로 한국팀과 중국팀이 각각 발표했고, ‘청년과 책임’ 주제는 중국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과 중국 학생들로 구성된 한중혼합팀이 발표했다. 학생들이 모국어로 발표하면 참가자들은 이어폰을 통해 한중 동시통역을 제공받았다. 각 주제별로 발표가 완료된 후에는 한중 전문가들의 강평이 이어졌으며 마지막으로는 시상식이 열렸다. 제3일째인 15일에는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북경국제장거리걷기대회’에 참가했다. 화창한 봄 날씨 속에 치러진 이 대회는 총 1만 여명이 참가하였으며, 맑은 공기와 푸른 자연의 소중함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오후에는 북경항공대학을 방문하여 중국 학생들과 함께 한중우의를 상징하는 모형비행기를 제작하여 날리는 경험을 했다. 제4일째인 16일에는 북경시 평곡구에 있는 ‘한중미래숲’에서 나무 가꾸기 행사를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황폐한 땅이었던 ‘한중미래숲’은 양국 청년들이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꾼 정성으로 이미 푸른 땅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숲 가꾸기를 마친 후 저녁 저녁에는 야간열차로 내몽고 바오토우로 이동했다. 12시간 이상이 걸리는 야간 침대열차에서 녹색봉사단원들은 밤늦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사막 가로지른 녹색장성에 감탄
다음날 아침 열차가 도착한 곳은 내몽고 제2의 도시인 바오토우였다. 바오토우에서 기차를 내린 후 버스로 40분을 이동해 사막 근처의 도시 다라터치에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곧바로 숨 가쁘게 이동한 곳이 바로 쿠부치 사막.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사막이자 황사의 주요한 발원지인 쿠부치 사막은 중국에서 7번째로 큰 사막이고 베이징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 떨어진 사막이다. 쿠부치 사막은 몇 백 년 전까지 푸른 풀이 우거진 초원이었으나, 인간의 과도한 욕심과 무분별한 토지자원 및 수자원의 이용으로 사막화가 진행된 땅이다.

녹색봉사단이 탄 버스가 쿠부치 사막 동단(東端)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지에차이 도로’를 타고 이동하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완전히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에서, 말 그대로 녹색의 장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미래숲이 중화전국청년연합, 다라터치인민정부와 함께 심은 400만 그루의 나무가 사막 한가운데에 뚜렷하게 녹색의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 동참한 기관은 녹색사업단, 산림청, SK, 한국국제협력단(KOICA), 대한항공, 미스코리아, 경기도 등이다.

총길이 16㎞에, 폭이 평균 800m에 이르는 한중우호녹색장성은 ‘구글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녹색봉사단 가운데 상당수는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녹색장성의 실체를 믿게 되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오후에는 참가자들이 사막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트래킹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트래킹에서 참가자들은 사막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사막의 황량함과 나무의 소중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미래를 위해 한 그루라도 더 많이
다음날은 본격적인 식수활동이 진행됐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는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참가자들은 모래의 이동을 막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사장 가운데에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정성스럽게 심은 후 물을 줬다. 쿠부치 사막에 심은 나무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물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마른 모래지만 조금만 아래로 파내려 가면 모래가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고 있음이 확인된다.

황하의 지류가 부근을 흐르고 있는데다 지하수가 비교적 풍부한 까닭에 심은 첫해에 물주기 등 관리를 잘 해주면 묘목이 뿌리를 깊이 내려 높은 생존율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녹색봉사단원들은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기 위해 열심이었다. 나무를 심은 후 잘 자라기를 기원하며 정성스레 이름표를 달아주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하루 종일 나무를 심은 후 참가자들은 기분 좋은 피로에 젖어 야간열차에 몸을 뉘었다. 중국 방문 7일째이자 마지막 날인 19일 아침 열차가 북경역에 도착한 후 참가자들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꿈인 듯 지나간 7일을 회상하며 저마다의 시간을 갖는 녹색봉사단의 모습을 보고 필자도 조용히 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