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백두산 화산폭발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16일 기상청이 개최한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 세미나에서 윤성효 부산대(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가까운 미래에 백두산이 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윤 교수는 또 이날 세미나에서 “2014~2015년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중국 과학자들의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

백두산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는 윤 교수의 주장은 국내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6일 기상청 세미나 이후 거의 모든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떨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뉴스를 생산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국민도 백두산 화산 폭발을 화제에 올리는 형편이다. 하지만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 제기된 건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4~5년 뒤 백두산 화산이 크게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한 중국 과학자들을 비롯해 기상청의 지진·화산 전문가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화산폭발 가능성 오래전부터 제기
16일 세미나를 계기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윤성효 교수도 마찬가지다. <신동아> 2007년 5월호엔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주장한 윤 교수의 글이 실렸었다. 이 글에서 그는 “오랫동안 휴화산(休火山)으로 알려져온 백두산에 최근 들어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지의 화산학자, 지질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10세기경 지구 역사상 최대의 분화 사건을 기록한 화산체를 보려는 호기심 때문은 아니다. 이들은 백두산 화산체의 지하에서 마그마가 생성돼 발산하는 어떤 신호를 알아차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필자도 화산지질학자로서 오래전부터 백두산 화산 분화 사건에 관심이 있었다. 백두산 일대에서 지질을 연구했고 역사시대 분화 사건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엔 지질학적으로 백두산의 화산 분화가 임박했다고 보고 한·중·일·북한과 동북아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외 많은 과학자들이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해 연구해왔음을 시사했다.

기상청이 지난5월10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이전부터 중국과 협력해 백두산 지진·화산활동을 연구해 왔음을 내비쳤다. 기상청은 ‘한·중 지진분야 협력 확대’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5월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중국지진국의 지진전문가 2명을 초청해 양국의 주요 관심 사항을 협의한다”며 협의 사항 가운데 ‘백두산 지진·화산활동 정보 제공’이 포함됐다고 발혔다.

“중국지진국 전문가 초청은 지난해 11월5일~7일 실시한 ‘제8차 한·중 지진과학기술협력회의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양국은 상호 지진자료 교환, 지진 주요업무 정보 교환, 쓰촨성 지진관련 정보 공유, 한중 공동 연구 및 워크숍 개최, 백두산 지진·화산활동 정보 제공 등 5개 분야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해 연구중인 중국지진국은 물론 국내 기상청에서도 백두산 화산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국내 언론의 호들갑은 갑자기 뒷북치고 있는 셈이다.

분출하면 백두산 주변 피해 집중
물론 중국지진국 과학자들과 윤 교수가 백두산 화산 배분출이 임박했다고 보는 데는 근거가 있다. 윤 교수는 2002년 6월 중국 동북부 왕청현에서 규모 7.3 지진이 발생한 뒤 백두산 인근 화산성 지진 발생이 10배로 늘어난 점, 백두산 천지의 지형이 조금씩 솟아오르는 사실이 위성 촬영으로 확인된 점, 백두산 정상부 호수인 천지와 인근 숲에서 화산 가스가 방출되는 점 등을 들었다. 이는 내용들은 중국지진국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미나에서 윤 교수는 백두산 화산 대분출에 따른 피해에 대해 경고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올 봄 아이슬란드 화산의 분출물은 0.11㎦였으나 대량의 수증기가 생기고 화산재가 날려 피해가 컸다”면서 “정상부에 20억t의 물을 담은 백두산이 분화하면 이보다 훨씬 심각한 화산폭발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유럽 상공을 덮으면서 유럽 항공대란이 일어났음을 고려하면 백두산 화산 폭발의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하거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방방재청과 기상청 등은 이미 백두산 화산 폭발이 국내에 얼마만큼 피해를 입힐지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백두산 화산 폭발에 관한 민원인의 질문에 대해 기상청이 답변한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6월8일 기상청 홈페이지에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 등을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기상청 지진감시과에선 이 민원인의 질문에 대해 문서로 답변했다.

그 문서에는 백두산이 분화하면 △천지 칼데라 내의 20억 톤의 물 일부 방출로 대홍수 발생 가능 △암설류(암석조작과 물의 혼합물) 발생하여 라하르 발생 + 화산이류 발생(화산재와 홍수) △막대한 양의 고온 화쇄류 발생과 엄청난 양의 강하화산재 발생 △삼림의 화재 발생 △관광객 및 거주자의 대피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는 백두산 주변인 북한과 중국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과거 화산재의 흔적을 살펴보면, 백두산 동쪽(북한지역)과 일본 혼슈와 훗카이도에 백두산의 화산재가 퇴적되어 있다. 이러한 분포는 한반도 주변 기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상청 지진감시과 쪽은 설명했다.

백두산 천지와 10세기 대폭발
백두산 꼭대기에 있는 천지(天池)는 강렬한 화산 폭발에 의해 분화구 주변이 붕괴·함몰되면서 생긴 칼데라에 물이 고여 이루어진 호수다. 오래 전부터 국내외 여러 지질학자들은 10세기 백두산 화산이 대폭발하면서 천지가 생긴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0세기 백두산이 폭발한 정확한 연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10세기에 백두산 대분출이 있었고 그 결과 천지가 생겼다는 데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약 2840만년 전부터 시작해, 백두산 화산 분화의 결과로 발생한 냉해와 흉작, 화산재 등을 통해 AD 1014~1019, 1122, 1176, 1199~1201, 1217, 1373, 1401, 1403, 1405~1406, 1597, 1668년 6월2일, 1702년 6월3일, 1903년에 분화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이란 책을 펴낸 소원주 울산교육청 장학관은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백두산 산록은 10세기 화산의 대폭발에 의해 한때 완전히 파괴되었다.

지금은 생태계가 상당 부분 복구되어 산림 한계선 아래로 깊은 산림이 뒤덮고 있지만, 계곡의 단면을 보면 산림의 모태가 되는 토양은 깊이 수십m에 달하는 용결·비용결의 화쇄류 퇴적물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방패 모양의 순상 화산인 백두산 화산계 중앙 꼭지점이 천지점이 천지에 해당하며, 거기서 완만한 경사로 산록이 사방 수십㎞까지 펼쳐진다.

이 완만한 산록지대의 지표면은 수천억 톤에 달하는 화쇄류와 화산재에 의해 덮여 있다. 이러한 퇴적물이 짧은 시간 동안 유수에 침식되어 백두산 산록에는 아득한 깊이의 V자 계곡이 사방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테프라가 우수에 의ㅣ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이러한 계곡의 깊이는 아찔할 정도로 깊고. 그 깊이는 바로 과거에 일어난 화산 분화의 크기를 나타낸다.” -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157페이지

“조선 시대에도 백두산은 여러 번 소규모 분화를 일으켰다. 이 분화는 주로 파쇄된 암편을 분출하는 수증기 마그마 폭발이었다. 그러나 10세기 백두산의 폭발은 마그마를 직접 뿜어낸 것이었다. 이때 분출한 백색 부석과 거대한 화쇄류는 바로 마그마의 본질물이었다. 마그마의 어마어마한 열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대지뿐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했던 것이다” - 같은 책 158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