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주상복합아파트단지에서 6월3일 밤 폭우 직후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큰 불이 나 210명이 목숨을 잃거나 중화상을 입는 대참사를 빚었다.

남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방글라데시에서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2건의 대재난이 일어났다. 수도에서 발생한 화재로 116명이 숨졌고, 남부 해안도시에선 잇단 산사태로 16일 오전까지 최소한 58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시각으로 3일 밤 10시30분께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구시가의 인구 밀집지역인 나지라바자르(Najirabazar)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16명이 사망했다. 100여명이 심한 화상을 입은 탓에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폭풍우가 지나간 직후 변압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해 주변 상가와 아파트단지를 태웠다. 특히 발화지점 인근 화학약품 가게로 번진 불이 순식간에 확산돼 주변의 아파트 6채와 상점 15개 등이 화마에 휩싸이고 말았다. 화재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길이 좁아 현장진입이 어려웠다. 특히 근처에 소화전이 없었기에 진화와 구조작업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조차 진입하기 힘들어 소방대원과 주민들이 ‘릭샤’(Rickshaw)란 인력거를 이용해 부상자를 후송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날 화재는 3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대참사를 막진 못했다. 열악한 환경에다 불이 난 곳이 가게와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주상복합아파트단지여서 희생자가 많았다. 게다가 변압기가 폭발해 일대가 정전돼 주민들이 탈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게 현지 언론과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현지 소방당국 책임자는 “결혼식 파티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던 한 건물에서는 41구 이상의 주검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수도 다카의 화재참사에 이어 14일 새벽엔 남부 해안도시인 코스 바자르에서 대형 산사태가 잇따랐다. 폭우로 지반이 물러지면서 2건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산사태 직전 이 지역엔 하루 250㎜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산사태로 가옥 수십채가 매몰되고 16일 오전까지 58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코스 바자르 당국자는“한 현장에서만 34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이들은 잠을 자다가 산채로 매장된 셈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희생자 대부분은 집에서 잠을 자다가 흙더미에 파묻히고 말았다. 또 산비탈에 있던 군 막사가 휩쓸리며 군인 6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 재난포커스 - 이주현 기자  yijh@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