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에 6호 태풍 ‘콘파스’ 제9호 태풍 ‘말로’ 등 갑작스런 가을 태풍들이 접근해 많은 비 피해를 줬다. 특히 한 달 사이에 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경우는 무려 25년 만의 일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그중 몇몇 태풍들은 한반도를 지나갈 것이라는 예상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비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시기 일본정부가 최근 폭우로 인해 동경 및 수도권이 잠기면 6,300여명까지 목숨을 잃는다는 '충격적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 재난포커스 - 박진수 기자 >

日, 폭우관련 피해예상보고, 인명피해 충격
올해 유난히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 파키스탄에선 기록적인 홍수가 일어났으며 우리나라엔 태풍이 세 개 이상이나 연달아 북상하는 등 지구 '온난화' 로 지구촌이 몸살을 알고 있다. 특히 5백 명 넘게 숨지거나 5억 달러 이상 피해가 난 '대형 기상재해'도 2000년대 연평균 24.5건으로 1980년대 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이런 기상 재해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에서는 폭우로 인해 동경 및 수도권이 잠기면 6,300여명까지 목숨을 잃는다는 '충격적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시간당 100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진 도쿄시내는 빗물이 순식간에 맨션 안으로 들어왔으며 도로도 이내 물이 차기도 했다. 또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 때문에 트럭까지 잠기는 등 거리는 온통 물바다로 변한 물 폭탄을 실감하게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사람은 “60년 살았는데 처음”이라며 “겨우 목숨을 건졌다. 물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추어 일본 정부는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자 이른바 도심형 수해 상황 보고서를 새로 냈다. 이 보고서에는 많은 비로 인해 하수도 물의 역류를 의미하는 이른바 '내수범람'으로 도쿄 인근 주택 2백여 동이 순식간에 물에 잠긴다고 밝혔다.

특히 3일 동안 300밀리미터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경우 주요하천 제방이 무너지고 도심은 수심 5미터의 물에 잠긴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할 경우 도쿄의 도심 대형 건물의 지하층은 물론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철의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일본정부는 우려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6,300명이 사망하고 110만 명이 고립될 수 있다고 보고서도 나왔다.

주오대의 야마다 교수는 "시간당 50밀리미터까지는 맨홀에서 넘치지 않도록 설계돼있지만 이처럼 한 시간에 100밀리미터 내리면 어딘가 넘쳐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도심 수방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우선 지하철 입구와 대형 건물에 침수방지판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또 저지대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상 시나리오별로 제방 붕괴와 침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주민들도 위험 상황 발생 시 어디가 안전한 지가 표시돼 있는 피난지도를 만들어 항상 대비하고 있다.

630mm의 폭우 쏟아지면 한강유역 물바다
그럼 우리나라 지자체의 실정은 과연 괜찮을까? 서울 역시 최악의 경우 10%가 물에 잠길 수 있는데 정작 해당 지자체는 밝히기를 꺼려한다. 최근 한강 유역에 이틀 동안 63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조사한 결과 한강 수위가 올라가면 시민공원은 완전히 잠기고, 수위가 13미터까지 올라가면 제방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변, 잠실과 성동, 마포와 영등포 일대가 침수되고, 중랑천과 안양천 주변도 물에 잠기는 등 침수 면적이 서울 전체의 10%에 달하는 지역이다. 한강홍수통제소의 한 관계자는 "한강 유역에 이틀 동안 630mm의 폭우가 내리면 제방은 넘치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잘못돼서 무너지기라도 하면 이러한 침수 지역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의 침수 예상도엔 지역만 있을 뿐 고립 예상 인원이나 지하철 수몰 여부 등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또한 이런 홍수 예측지도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주민대피지도는 자치단체가 만들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없는 곳이 태반이다. 지난 2006년 제방 붕괴로 실제 피해를 입었던 지역, 해당 구청은 홍수 위험지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위험지역을 주민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OO구청 재난안전팀장은 “여기는 ‘상설 침수지역입니다’ 라고 도면에 표시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집값 떨어진다고 주민들이 항의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작 폭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지역주민들은 피해 발생 시 위험을 알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홍수 피해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