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몸담은 이래 재난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만을 담당하면서 지역 재난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왔다. 어느 누구나 그렇듯 한 업무를 오랫동안 하다보면 타성에 젖게 되고 나 또한 그런 타성에 젖어 있었다. 이렇듯 오랫동안 재난 전문가임을 자부하며 타성에 젖어있던 나에게 재난관리사교육은 새로운 전문지식을 전달해 줬다. 재난관리사 교육을 받기위해 나는 (사)한국비시피협회에 문의를 했다. 문의 결과 재난 및 안전관리법, 자연재난관리법에 의거 추진되고 있는 교육이 앞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이 된다는걸 알게 됐다.

하지만 이 교육이 과연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교육인지, 교육을 끝가지 수강 할 수 있을지 등 반신반의 했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 여수 부시장을 만나서 재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결제를 받아 교육을 신청했다. 교육은 교육일정상 주말을 통해 받게 됐다. 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 3주를 서울로 오고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마음 각오를 단단히 하고 교육 준비를 했다. 교육에 앞서 교육을 받을 교육생 면면을 살펴보니 한국농어촌공사, IT사업분야, 교수, 대학원, 공무원 재난관리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모여 있었다.

첫 시간에는 협회회장과 사무국장이 간단하게 재난관리입문 내용과 앞으로 재난관리사의 역할, 그리고 행정기관에 닥쳐올 안전 분야의 표준방향과 사후대책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 인가하는 교육으로 진행됐다. 재난관리입문과 재난관리법제도등 교육은 교수, 행정안전부 서기관, 공공연구원 등이 담당했다. 이 교육을 통해 그 동안 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각종 시설에 적용하는 시특별법을 통해 살펴 볼 수 있었고, 관련 업체와 개인시설까지 위험요소를 찾아 안전한 사회도시로 만들기 위한 교육이라 생각했다.

2주차 교육인 재난관리표준 과정은 행정기관에서 적용이 매우 필요한 교육으로, 풍수해로 부터 저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을 절감 하고, 장기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데 본 교육과정이 필요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각 국가에서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태풍, 지진 등 대형 자연재난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2003년 ‘태풍 `매미’, 2005년 강원도 지역의 대형산불, 2006년 ‘태풍 `에위니아’와 강원도 `산사태 등 수많은 자연재해로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을 재해 복구비로 지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여 시민들을 놀라게 하는 등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닌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지난 인도네시아 쓰나미는 하와이에 있는 쓰나미경보센터가 지진의 발생을 감지하고 경보를 발령했지만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연안국들은 센터와 상시 접촉 채널을 갖고 있지 않아 이를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재난이었다.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은 `재난 발생의 조짐에 대한 국제간에 재난관리시스템의 호환성 및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재난관리 표준매뉴얼의 필요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번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재난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면 지구촌 어느 지역에선가 큰 재난이 발생하면 각국의 재난지원조직이 파견돼 일사불란하고 효과적인 재난지원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1년 재난관리의 국제표준화를 제정하기 위해 TC223 기술위원회를 구성했으나 휴면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2004년 ISO/TMB(기술관리위원회)에서 보안자문그룹(AGS) 활동보고서를 제출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ISO/TC223회의는 지난해 5월 스웨덴 1차 총회를 시작으로 11월 타이에서 2차 총회를 개최하였으며 한국은 2차 총회에 P-멤버로서 정식등록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TC223의 표준화 활동은 25개 회원국과 22개 옵저버국이 참여하여 WG1,2,3로 구성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자국의 재난관리 표준을 제정 운영하고 있으며, ISO/TC 223의 정기총회에 참석해 자국의 재난관리 표준을 널리 홍보하는 등 국제 재난관리표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TC223의 활동은 여타 TC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부분의 회원국은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규격을 제정하자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ISO Guide에서 권장하는 3년의 제정 소요 기간도 길다는 눈치다.

민간주도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기술분야와는 달리 정부의 업무비중이 크다 보니 각국에서 재난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다수 참석하였으며, 우리나라도 소방방재청과 기술표준원에서 참석하였다. 조만간 재난관리체계, 사용 용어, 지휘·통제와 관련한 국제규격이 제정되어 상호 호환되는 재난관리표준을 갖추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적 재난과 더불어 후진국형 재난이라는 시설물 붕괴 등 크고 작은 사회적·인적 재난을 매년 겪고 있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구호단을 파견하여 국제협력의 틀 속에서 원활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국제규격이 통하지 않으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이웃돕기도 같은 재난관리 체계를 갖춘 나라끼리 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재난, 재해의 국제적인 흐름을 인식하고 정부와 민간 전문단체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 된다. 특히, 이번 교육에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상호간에 호환이 필수며 혼자 살수가 없기에 국제적 표준 얼마나 주요한지를 잘 알게 해주고 있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금융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각기 재무적 대응과 생산 및 마케팅 대응을 강조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어 발전하여 왔다. 1990년대 금융업은 BIS 등 신용위기 중심의 대응체제를 발전시키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이번 교육을 통하여 새로운 방향을 결정하는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었다. 이제 국제적으로 재난관리분야 BCP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BCP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정남 여수시청 재난관리과 안전지도담당

BCP는 예기치 못한 비상상황이 발생하여 기업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적인(criticality) 업무기능(Business Function)을 일정한 복구시간 (RTO: Recovery Time Objective) 내에 복구 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도시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비상상황에 노출되는 정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BCP의 기본 아이디어는 업무중단시간에 비례한 재무적인 영향과 복구체계 유지비용 사이의 상충관계를 최적화하며 업무연속성 체계를 갖추는 작업이다. 이번 교육과정을 BCP 교육은 어떠한 교육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자연재해재난관리법을 적용하는데 특히 풍수해저감대책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여수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강의와 지도를 해주신 강사님과 협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