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정밀기기의 전자부품들이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에 의해 오작동을 일으켜 환자의 생명에 위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전자기펄스’로 번역되는 EMP(Electro-Magnetic Pulse)는 첨단 전자기기에 의한 의존도가 높은 현대에 있어서 재앙이 될 수 있다. 11년 주기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태양의 흑점이 오는 2013년 극대화되면서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태양의 쓰나미’라며 인공위성을 비롯한 통신네트워크에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핵폭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전기장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무력화하는 현상을 이용한 EMP탄은 전력공급선, 통신케이블, 공기정화용 통로, 빈 공간 등을 통해 침입해 들어가 전기 공급선과 변압기, 전원이 켜져 있는 모든 제품에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전자기파를 만들어 일시에 사회기반 시설을 마비시킨다. IT강국으로 첨단 전자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재난으로 떠오르는 EMP에 대한 관심이 촉구된다. EMP를 재난의 종류로 분류하며 미래사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체제와 체계구축이 마련되어야 하며 특히 공공서비스·기업의 생산성 보장을 위한 BCP도입 전략이 구축되어야 한다.

<재난포커스 - 김선원 전문위원>

 EMP는 핵전자기펄스(NEMP)와 비핵전자기펄스(NNEMP)로 구분된다. NEMP는 핵폭발시 방출되는 대규모의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당연히 피해영역이나 정도는 매우 넓고 치명적이지만 핵폭발의 통제가 매우 어려운 것이 단점이며 또 제작비용이 고가이다. 반면에 NNEMP는 필요한 영역에 요구되는 만큼의 피해를 강요하도록 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제작비용이 저렴하다. 현재는 NEMP와 NNEMP의 장점만 모아서 통칭 ‘EMP폭탄’으로 불리는 새로운 변종무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MP는 1962년 하와이 핵실험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북한이 핵폭발 없이 EMP 효과만 거둘 수 있는 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핵전자기펄스(NEMP)의 위협 사례
미국은 1962년 7월 9일 ‘Starfish Prime’이라는 고공 핵실험을 Hawaii Ohau섬에서 1400㎞ 떨어진 Johnston 섬 상공 400㎞에서 실시했다. 1.44메가톤급 핵폭탄이 폭발하며 발생된 버섯구름 모양의 거대한 섬광은 일순간에 1,287㎞나 떨어져 있는 하와이 섬의 밤하늘을 대낮같이 환하게 비추었다. 또한 순간전력을 급상승시켜 폭발장소에서 800km 떨어진 곳의 관측 장비를 모두 터지게 만들었고 1,300km 떨어진 미군 전자통신 감시지휘시스템까지 망가뜨렸다.

이 폭발의 영향은 1,500km 떨어진 하와이에 설치되었던 각종 회로차단기와 도난 및 공습 경보기들을 대부분 오작동 상태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가로등과 전화교환기 시스템들도 대부분 작동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미군 조사팀은 이 사건을 조사한 후 그 원인은 바로 핵폭발로 일어난 고성능 전자기펄스(EMP)라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동시에 핵무기를 이용해 적의 지휘통신 및 전자기기를 한방에 무력화 시킨다는 이른바 ‘핵EMP무기’ 개념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구소련은 1962년 10월 ‘The K Project’라고 명명된 작전을 카자흐스탄의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의 상공 우주공간에서 300kt급 핵폭탄을 사용하여 실시하였다.

이 핵실험은 미국에서 실시한 ‘Starfish Prime’ 때 사용된 것 보다 작은 핵무기였으나 600㎞ 내의 지상 및 지하 매설 전력선과 통신선로를 손상시켰고 각종 전력선의 절연체를 훼손, 디젤발전기 및 각종 안테나시스템 기능고장, Karagandy시에 위치한 변전소에 화재를 일으키는 등 훨씬 큰 피해가 발생하자 구소련의 과학자들은 미국의 과학자들에게 자문을 요청하였다. 미국정부는 소련의 핵실험 결과를 보고 소련이 전략잠수함을 미국 근해까지 근접시킨 이후 핵 탑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국 중앙부 고도 400km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이때 발생하는 EMP로 인해 미국 전역의 모든 군사통신 시스템이 붕괴되고 미국사회가 1920년대로 회귀할 것으로 판단하고 곧바로 대잠 방어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휘시스템 붕괴시에도 핵보복이 가능하도록 미 해군의 모든 전략핵 탑재 잠수함에게 본토의 지령 없이도 스스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예상되는 EMP 위협 사례 - 핵전자기펄스(NEMP)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서울에 투하하여 200만 명의 인명을 살상하거나 휴전선에 투하하여 직경 30km의 남하 통로를 구축하거나 하는 방법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측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핵 보복으로 평양은 사라질 것이며 휴전선에 통로를 구축하더라도 방사선 및 낙진에 의해 북측도 크게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로는 직접적인 핵무기 사용보다는 EMP를 이용한 공격을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EMP 효과를 노려 남한 상공에서 핵폭발을 일으킬 경우 수도권과 남측 지휘통신체계를 무력화시킬 경우 핵무기 사용으로 인명살상 없이 전술용으로 전자기기 파괴에 사용하므로 미국이 개입할 여지는 매우 줄이게 된다. 이런 사실 때문에 국방부는 원자력연구원을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가 EMP 무기로 사용되어졌을 때의 효과와 피해범위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였고 이에 원자력연구원은 고고도 핵폭발에 수반되는 전자발생과 전자파 발생을 ‘연필심모형’으로 모사해 핵자기펄스발생을 예측하는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림 1은 원자력연구원이 서울 상공 100km에서 10kt급 핵무기가 폭발했을 때 발생하는 EMP 수준을 시뮬레이션 한 자료이다. 폭발지점에서 남쪽 방향을 향해 최대 170km 떨어진 곳까지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북측이 핵폭탄을 사용하여 EMP 발생 시 남측보다는 유리한 상황에 있다. 왜냐하면 핵폭탄을 이용한 EMP 무기는 지구자기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한반도 지구 자기장의 분포가 위도에 따라 다르며 2008년 1월 서울 상공을 기점으로 자기장의 강도가 0.508gauss 이고 아래쪽으로 53.8도 기울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의 정확한 의미는 곤란하나 간단히 말해 고고도에서 핵무기가 폭발해서 만들어진 EMP 에너지가 북쪽보다는 남쪽을 향해 퍼지도록 되어 있어 그만큼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유리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핵무기가 지상에서 80km 이상의 우주에서 폭발할 경우 핵무기에 의한 방사선이나 낙진의 영향은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 된다. 한반도의 지구 자기장 특성이 조사되자 북한이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100kt급 핵무기’를 북한에게 이상적인 위치인 ‘수도권 상공 100km’에서 폭발시키는 시뮬레이션이 수행되고 분석되었다. 간단히 해석하면 수도권 상공 고도 100km에서 터진 100kt급 핵무기는 대전지역에 있는 보호받지 못하는 통상적인 전자장비는 파괴 및 고장을 일으키게 된다.

- 비핵전자기펄스(NNEMP)
북한은 구 소련 붕괴시 전자기무기(electromagnetic weapons)개발자를 영입하여 복잡한 전자시스템을 교란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는 다양한 고출력전자기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완료했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HPEM (High Power ElectroMagnetic : 고출력 전자기파)
위협 과거에는 군사목적으로 개발됐지만 근래에는 보다 작은 크기로 큰 출력을 내는 소형 장치가 민간에서 개발되고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손가방 크기로 거리 1m에서 120㎸/m의 고출력 전자기파를 내는 장치가 독일의 Diehl Munitions에서 개발돼 전시회에 출품되고 있고, 러시아 등에서는 고출력 펄스발생기와 자동차 정지용 고출력 전자파 펄스발생기를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과 매각 처분된 레이더장치를 활용하여 조립제작 될 수 있다. 고출력 전자파펄스는 국가 안전시스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미국·러시아는 물론, 일본·독일·영국·스웨덴·노르웨이 등은 방호대책 관련 기술기준을 비롯해 다양한 대응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은 2003년부터 하원에 전자파펄스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응조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무기는 그동안 주로 군사적 목적을 위해 설계되어 왔으나 보다 작은 크기로 보다 큰 출력을 내는 RF sources와 안테나에 대한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져 있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화와 자동화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으나, 시스템을 구성하는 민수전자장비는 이러한 종류의 위협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전자기 무기가 테러에 사용된다면 정보화 및 자동화전자시스템의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사회기반시설 등에 장애를 일으켜 엄청난 사회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 주요 사회기반시설 즉, 전력공급망 및 통신망, 교통신호통제장치, 무인 자동홍수경보장치 등은 고출력전자기파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실태파악 및 방호대책이 요구되며, 긴급재난복구에 대한 매뉴얼 제정 및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