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북한의 무차별 포격이후, 급히 방공호 대피한 주민들이 바깥 주변 상황을 신속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은 가능하다. 바로 지상파 DMB 재난방송을 활용하면 된다. 지상파 DMB 재난방송 라디오나 DMB는 정전 및 야외활동 상황에서도 동시에 광범위한 지역에 신속하게 재난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하철이나 터널, 지하도 등에서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지상파 DMB 재난방송의 경우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 외에선 지상파 DMB가 서비스 되지 않는다. 무료로 서비스되는 지상파 DMB 인프라에 방송사들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포커스 - 한나리기자>

신속 대피 위해 지상파 DMB 재난방송 필요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인해 연평도내 설치된 이동통신 기지국 대부분이 무력화됐다. 유선전화 설비는 작동했지만 주민 대다수가 방공호로 이동하다 보니 외부와의 연락은 완전히 두절되고 말았다. 대피한 주민 중 부상으로 생사가 위험한 사람이 있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이같이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급격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신속한 정보제공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국가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싣고 있다.

연평도 사태와 같이 포격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서둘러 마을이나 학교 지하 등에 설치된 대피소로 피했지만 이후 진행되는 상황은 전혀 모른 채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만 한다. 특히 전기시설이 피격되면서 대피소에서는 촛불에 의지해야 했고 정전으로 이동통신시설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통신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를 필두로 각 방송사가 특보체제로 전환해 사건 전개상황을 시시각각 전달했지만 정전상황에서 TV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보 두절로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을 뿐 아니라 대다수 주민이 아무 대책 없이 섬을 탈출하려고 하면서 큰 혼란을 불러왔다.

이러한 재난은 태풍이나 기습폭우, 지진 등 자연재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송종현 교수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보기관과 방송사 등 관련 기관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협력 속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해 위험지역의 국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도록 해야 하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매번 피해가 크다”며 “전시, 재난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모바일, 휴대 매체 통한 재난방송 활용

지난해 12월 5일 저녁 지하철 9호선에서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한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많은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탈선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같은 시간 다른 열차에 탑승해 있던 승객들, 그리고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하던 시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플랫폼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사고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했지만 지하구간에서 바로 재난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다.

그나마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이 라디오와 지상파 DMB 등 이동방송뿐이었다. 라디오는 거의 모든 차량에 탑재되어 있고, 지상파 DMB는 이미 3500만대 이상 보급돼 유동인구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다. 이는 지하철이나 터널, 지하도 등에서 비상상황 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터널 등에서 이들 매체를 통해 재난방송을 수신하기는 쉽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중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경우도 1~8호선은 수신이 가능하나 최근 개통된 9호선에서는 수신이 불가능하다. 시설 주체와 점용료 등 비용에 대한 사업자 간 의견이 엇갈려 중계망 구축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디오나 DMB는 정전 및 야외활동 상황에서도 동시에 광범위한 지역에 신속하게 재난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하철이나 터널, 지하도 등에서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매체다. 반면 국제사회도 모바일, 휴대 매체를 통한 재난방송의 활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자연재난재해가 빈발하는 동남아시아 주요국에서는 DMB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고 노르웨이 등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의 기술을 도입해 구체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방송연맹(ABU)은 지난 9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각국 정부와 방송사가 재난경보방송망 구축을 위한 노력과 재원 지원에 나서야 하며 제조사가 재난경보방송 수신기를 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지상파 DMB 활용한 재난방송 인프라 구축 시급

한편 지난해 11월 26일 통신 및 방송업계에 따르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을 계기로 6년째 표류하고 있는 국가통합망 사업과 지상파 DMB를 활용한 재난방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3년 소방서, 경찰, 지자체, 군 통신망을 하나로 묶어 재해재난시 긴급 통신인프라로 활용하기 위한 국가통합무선지휘통신망(통합망) 구축을 결정했었다.

지난 2005년 2월에는 소방방재청이 세부추진계획을 확정했고 2007년 12월에는 1차 사업으로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시범서비스까지 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감사원이 국가통합망에 사용하기로 한 기술이 몇몇 해외 기업의 독과점 성격이 짙다고 지적하며 중단됐다. 2009년 6월에는 한국정책연구원(KDI)이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지금은 논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지난 G20 정상회의 참가국중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국가통합망이 없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통합망의 경제적 효용성을 따져 사업을 중단한 것을 심히 유감”이라며 “공공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구축해야 할 통합망에 경제성을 따진다면 영원히 통합망 사업은 표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파 DMB를 활용한 재난 방송 역시 정부와 방송 업계가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지상파 DMB 특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급된 지상파 DMB 단말기 대수는 3416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 외에선 지상파 DMB가 서비스 되지 않는다. 무료로 서비스되는 지상파 DMB 인프라에 방송사들이 투자를 안하기 때문이다.

방송 업계는 지상파 DMB의 유료화와 터널, 지하철 등 지상파 DMB 음영 지역에 해당 시설 사업자가 직접 인프라를 투자하도록 해 방송 수신 지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송경희 과장은 “DAB와 DMB는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음영지역만 해소 된다면 바로 재난방송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미 해외에선 휴대가 간편한 DAB를 활용한 재난방송 구축을 완료한 곳이 많아 국내 역시 빠른 시일내 재난방송 활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난사고가 자주발생하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DMB를 통한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재난방송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자원의 보강도 시급하다.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송종현 교수는 “지상파 TV를 비롯해 라디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유무선통신 등 가능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엮고 묶어야 한다”며 “국민의 생활패턴과 방송통신기술 발전을 고려할 때 기존 고정형 매체보다는 이동하면서 휴대가 간편한 매체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많은 국민이 자동차를 이용하고 야외활동을 자주 하면서 이동, 휴대 매체를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라며 라디오나 DMB를 통한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이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에는 라디오와 DMB로 재난방송을 원활하게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이 발의 되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