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길에 나섰던 수만명이 폭설로 공항에 며칠째 발이 묶여 있다. 날씨가 정상화돼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각국 기상당국은 향후 며칠간 폭설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해 항공대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규모인 영국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은 지난해 12월 19일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한 데 이어 20일에도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프랑스 샤를르 드골 국제공항은 각각 500편 이상의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된 상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국제공항에서도 일부 항공기만 이착륙 허가를 받았다.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공항 역시 투스카니 지역을 덮친 폭설과 한파 때문에 12월 19일 한때 정상 운영하지 못했다. BBC, AP통신 등에 따르면 각국 공항마다 며칠째 오도가도 못한 채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여행객들이 최소 수백명에 달한다.

히스로 국제공항에 발이 묶인 한 여행객은 AP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비롯해 몇몇 어른들은 흐느껴 울기까지 하는 등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한 여성은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을 다시 만나 포옹하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희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육상 교통도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대륙과 영국을 연결하는 고속열차 유로스타, 프랑스 고속열차 TGV 등은 운행 속도를 늦췄으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자동차들도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프랑스-벨기에 국경지역에서는 화물트럭들이 폭설과 얼음판으로 변한 도로 위에 멈춰서는 바람에 물류대란까지 예상된다. 서유럽에 때이른 이상한파와 폭설이 닥쳐 영국에서 가장 붐비는 런던 개트윅 공항과 스위스 제네바 공항 등 주요 공항 4곳이 폐쇄됐다.

또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공항과 프랑스 동남부 리용-브롱 공항 등도 같은 폭설 등으로 활주로 이용이 금지됐다. 제네바 지역에는 전날 오후부터 내린 눈이 22㎝ 이상 쌓여 저녁에 이륙하는 항공편이 결항됐고, 철도와 버스 등 일부 대중교통수단의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스위스 기상 당국은 서유럽 중심부에 위치한 저기압이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어서 앞으로 며칠 동안 폭설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제네바에는 이날까지 30㎝가 넘는 적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