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가운데 정부는 대응책에 부심했고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방역당국은 물론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해 1월 경기도 포천과 같은해 4월 인천 강화군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구제역이 3번이나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구제역이 3번씩 발생한 것만 보아도 정부의 대응에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기에 충분했다. 지난 6월 정부가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라졌다고 선언한 지 5개월만에 구제역이 다시 쳐들었고 세계동물기구(OIE)에서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은지 두달만에 구제역이 전국을 뒤덮은 꼴이 됐다.

<재난포커스 - 김정환기자(knews24@di-focus.com)>

세계동물기구의 청정국 지위 두달만에 박탈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정부가 구제역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을 돌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북부, 강원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남부, 충북지역까지 급속도로 확산되어 축산 밀집지역인 안성, 용인, 충남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4조’에 따라 대규모 재난에 대한 관리를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적 구제역 방역기구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주요 역할은 상황 관리, 부처간 역할 분담 및 조정, 지자체 방역활동 지원(지역별 대책본부 구성, 인력 동원, 현장 점검 등)에 주력하고, 특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발생지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제역 방역대책을 추진한다. 또한 이를 위해 행안부, 농림부, 국방부, 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구성돼 상황실을 운영한다.

따라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운영되던 ‘중앙구제역 방역대책본부’는 ‘구제역중앙수습본부’로 전환되고, 구제역 방역(방역조치, 예방접종, 농가 지원 등)활동에 주력하게 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원에서 농림부 활동을 지원, 총괄 관리하게 된다. 정부가 이렇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만들고 대책마련에 부심한 가운데 한나라당 출신의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자 마자 곧바로 안동으로 달려가 수습책을 강구했다.

안동에 도착한 유 장관은 “안동지역은 구제역 발생 경험이 없으므로 본부 및 수의과학검역원이 긴밀한 협의 아래 초동대처를 철저히 해 확산을 막으라”며 “철저한 검역과 방지에 힘을 쏟으라”고 지시했다. 안동이 구제역에 감염되자 안동시와 인접한 경북, 충북, 강원 지역은 자신들의 지역의 가축시장도 폐쇄하며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오전에 처음 신고된 농장에서 서남쪽으로 8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또 들어왔다. 결국 방역당국이 이 농가에 대한 긴급 조사를 실시했으며 구제역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구제역 바이러스가 안동지역에 이어 타지역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왔다.

멈추지 않는 구제역, 전국 지자체 초비상 갈수록 확진판정 지역 늘어나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북 안동은 구제역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책마련에 시급했다. 이에 안동지역에서 발생된 구제역은 한달만에 경북 도내 10개 시·군으로 늘어나 방역당국이 당혹해하고 있다. 경북도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전날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영주 장수면 돼지농가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구제역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송에 이어 2건의 구제역 양성 발생지역이 나오자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렇듯 구제역이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되자 각 지자체 등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충남은 지난해 4월과 5월에 이어 이번에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역차단에 실패했지만 추가발생은 막겠다며 감시초소를 확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인접지역인 경기남부와 충북 양쪽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등 구제역 확산이 거세지고 있어 각 지역의 불안감은 마찬가지다.

이에 충남도는 천안시와 연기군 등 경기도와 충북 접경지역에 방역초소 2~3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충남도가 운영 중인 방역초소는 현재 49개다. 충남도는 긴급예산 2억8600만원을 시·군에 지원하고 구제역 상황실 20곳과 방역초소 54곳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경북도에 이어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경기도 역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 이어 양평읍 한우농가와 이천시 대월면 돼지농가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제역 발생지가 경기남부지역에서만 총 4곳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여주 이천 파주 등 지자체들이 자체 행사 등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반면 경기북부지역은 구제역이 일주일째 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인천시 역시 강화군 서구에 이어 계양구까지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추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시 축산농가 대부분이 강화 서구 계양구에 산재해있는 만큼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아 불안감과 함께 긴장을 하고 있다. 구제역에서 멀리 떨어지게만 느껴졌던 강원도도 구제역이 홍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 인접 6개 시군이 모두 구제역 지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강원도는 원주 횡성 홍천에서 신고된 구제역 의심신고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 구제역 판정을 받은 농가는 7개 시군, 11개 농가로 늘어났다. 도는 현재 93개 농가 5672마리를 대상으로 살처분 작업을 마쳤다. 여기에 횡성 대화 철원 등 확산 우려지역에 대해서는 특별방역대책을 강구하며 구제역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군병력 308명을 상주시켰고 차량통행 금지조치도 내렸다. 특히 강원도는 태백 원동재, 횡성 유현, 평창 계촌, 철원 월하 4개노선에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국회, 구제역방역대책안 마련 소홀 구제역 확산된 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통과

구제역이 한해에만 3번씩 발생한 것은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에 반박을 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특히 대책마련 법안을 만들어야 할 국회가 대책 법안 마련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국민들로 부터 비난을 받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에 국회가 6개월전 만든 법을 팽개친 사이 ‘3차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구제역 예방을 소홀히 한 것이다.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 등 11명이 지난해 6월 1일 공동 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6개월이나 지난 12월 1일 국회에 상정됐다. 올해 1월과 4월 경기도 포천과 인천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한 내용을 담은 법이지만 그동안 국회에 상정조차 못한 상태로 있었다. 결국 개정법안은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세 번째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에야 국회에 상정됐다. 이렇게 어렵게 상정된 법안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법안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국경검역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에 국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구제역 발생국가나 위험국가를 방문한 후 신고와 방역을 소홀히 해 바이러스를 퍼지게 한 농장주는 피해보상에서 차등을 주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있다.

여기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재산처럼 기르던 소나 돼지 등 가축을 죽이고 매몰해야 하는 농장주의 심리적·정신적 치료 등 가축방역 지역 및 주민에 대한 사후대책 사업도 포함하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정부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백신 예방접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특히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예방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백신 예방접종을 전남·북과 경남을 포함해 전국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까지 확보된 1100만두분 예방백신 외 추가소요량을 신속히 확보할 예정이다. 정부가 예방접종 할 백신은 구제역 바이러스의 활동성을 줄여 가축 몸속에 주사해 항체를 형성하는 예방법이다. 이에 정부가 예방접종을 하려는 데는 구제역이 발생경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고 예방적 살처분과 차단방역이라는 방식으로는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