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만연하고 있음. 빠른 종식과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정부가 열심히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소극적인 정부의 방역시스템이 결국 지금과 같이 전국 확산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방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해외유입의 원천적 차단과 질병 발생이후의 확산 방지입니다. 지난해 1월과 4월에 발생한 구제역과 현재의 발생한 구제역은 역학조사 결과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행법 상 악성가축전염병 위험국가를 방문한 축산종사자들에 대한 신고와 소독을 권고하고 있지만, 농식품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해외여행 후 신고를 안 한 축산종사자만 작년 한해 9천4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축산농가의 입출국 시 검역의 안내절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검역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질병 발생 후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에 있어서도, 정부는 대책은 미흡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구제역 발생 및 의심지역 방문 및 경유인들을 차량소독만으로 방역을 하고, 소독장비, 소독약의 보급 및 지원 없이 축산농가의 자체소독을 매일하도록 권고만 하도록 되어 있어 그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가축전염병이 창궐한 원인을 바로 이러한 정부의 비현실적이고 소극적인 방역태도에 있다고 파악해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고 방역 절차를 현실화 하는데 그 중점을 두었습니다. 정부가 항공·항만에서 상시 검역·방역시설 설치 및 해외여행 축산농가의 신고를 의무화 하는 등 검역과 방역을 강화하도록 하였으며, 구제역 발생지 출입에 있어 차량뿐 아니라 탑승자를 소독하고, 소독 후 방제복까지 착용하도록 하여 그 방역에 더욱 철저를 기하도록 하였습니다.


정부는 구제역에 걸린 소 돼지 등을 살처분 하는데 이후 나타나는 오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았는지. 만약 그렇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구제역등 가축전염병의 살처분 매몰로 인한 2차오염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07년의 AI 발생후 매몰부터 시작해 지난 1월과 4월의 구제역 발생 매몰지의 사후관리에 대해 저는 지금까지 여러 번 살처분에 의한 2차오염 가능성을 경고하고, 사후영향평가에 대한 보완대책을 수립하라고 농식품부에 주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작년 4월 매몰지 점검 실태결과 매몰지 총243개소에서 751건의 지적 사항이 발생하는 등 매몰 직후의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최근 상황을 보면, 매몰지 주변 도로위에 핏물이 흐르고, 인근지역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며 지하수 오염으로 식수난을 겪는 등 2차오염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계속적인 2차오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2차오염의 이유로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는 매몰지 선정과 처리에 대한 지침이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상황이 급박하고 대규모 매몰이 이루어지다보니 현장에서는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함께 원칙대로 처리했다면 최근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살처분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향후 이것이 재감염의 원인이 되고 2차오염으로 인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올 것입니다. 이번에 통과된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제3조에 살처분매몰지의 사후관리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포함되어 있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2차오염에 대한 대책마련과 지속적인 점검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동법규와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른 철저한 관리로 2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에서 최근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의원님이 발의하신 부분은 어떤 내용인지?

지난 1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살처분 매몰지 오염방지대책’의 수립입니다. 개정안은 제3조 제1항 제7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가축방역에 따른 주변환경 오염방지 대책’을 추가하였습니다. 최근 단기간 엄청난 양의 살처분으로 매몰지 주변에서는 침출수로 인한 2차 오염우려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합니다.

개정안에서는 국가에게 환경오염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꾸준한 사후관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살처분 후 매몰법에 대한 2차 오염을 다소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두 번째로, ‘입국자 신고 및 질문·검사·소독조치’의 마련입니다. 개정안은 제5조 제2항에 가축전염병 발생국가로부터 입국하는 축산업 종사자와 농장 방문자에게 입국 시 신고 및 질문·검사·소독에 응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역학조사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 3차례 구제역의 발병원인이 모두 해외유입으로 추정되는 만큼, 의무부과 시 바이러스의 해외유입의 차단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검역 및 방역시설 설치·운영 (제5조의2 제1항 신설)입니다. ‘공항·항만 등의 장소에 검역 및 방역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운영’을 법제화하였습니다. 현재는 검역을 수행하는 장소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소독시설 등을 설치·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합니다. 동 조항의 입안으로 소독시설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보다 확대 설치됨으로써, 향후 가축전염병 바이러스의 해외유입 차단이 더욱 확실해질 전망입니다. 네번째로, 가축전염병 기동방역단 설치에 관한 조항입니다. 개정안에 제9조의2 신설하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산하에 가축전염병 전문기동단을 설치하도록 하였습니다.

구제역 발생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현장에 동원되는 지자체 공무원들은 대부분 가축전염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살처분이나 방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직 공무원들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각 지자체의 방역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타업무와 겸직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매몰처리, 소독과 같은 방역의 신속한 업무처리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구제역 발생 시 전문방역단이 각급 지자체를 돌며 방역 등에 관한 교육과 지원을 맡아,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방역이 될 수 있도록 하여 국내 확산을 조기 차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방역비용의 국가부담 확대 및 미발생지역에 대한 지원’조항입니다. 지금까지 살처분 보상금을 포함해 구제역의 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통제 초소의 설치, 매몰작업 등으로 소요된 정부예산이 국비만 2조원이 넘습니다. 현재는 방역 및 보상과 관련된 모든 재정소요에 대해 생계안정자금 및 살처분 보상금의 일부에 대해서는 국가가 최대 50~70%까지 부담하게 되어있어, 지방비의 부담이 나머지 부분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2008년도 세법이 개정·시행되어 현재로서는 지방재정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 방역의 특성상 몇 달동안 계속적으로 재정이 소모돼 지자체들은 재정에 무리를 느끼게 되고, 그만큼 방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조항의 개정으로 국가의 재정부담이 대폭 확대되고 이에 따라 향후 가축전염병 미발생 지역까지 장비와 시설 등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여, 철저한 방역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제역 확산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시급하게 대응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구제역이 전국에 창궐함으로써 우리나라 축산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을 하루빨리 종식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고려입니다. 축산농가에서는 지금 당장이야 보상을 받기 때문에 견딜만하지만 이후 ‘상당기간 수입이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습니다.

살처분 농가의 경우 다시 입식하기 위해서는 1년간 상황추이를 지켜봐야하는데다, 당장 입식이 된다 하더라도 돼지는 6개월만에 출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소의 경우 30개월 정도 키워야 출하가 가능하고 1년에 한번 새끼를 낳기에 번식이 쉽지 않고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 당장은 명절 특수와 급감된 수요에 경락가격에 큰 변동이 없다 해도, 결국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해 소와 돼지의 가격이 최대 10% 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구제역에서 살아남은 농가와 구제역 이후 입식한 농가의 구분 없이 우리나라 축산업 그야말로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구제역이 빠른 종식을 위한 방역활동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제는 무너진 축산 농가를 재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한미, 한EU FTA까지 줄지어 우리 축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사전에 미리 대비책을 세워 우리 축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현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난포커스 - 김정환기자(knews24@di-f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