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전쟁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간이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3,500년의 세월동안 전쟁을 하지 않은 시간은 겨우 300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인간의 역사란 수많은 국가가 명멸을 거듭한 전쟁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래서 혹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 이 시기를 ‘전쟁의 휴식기’라 칭하기도 한다. 이는 전쟁이 그친 이후에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국제분쟁 속에서 꺼지지 않은 전쟁의 불씨를 가늠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중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동북아 지역이다. 그 이유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분단국이자 세계 4대 강국의 각축장인 한반도가 있기 때문이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패권을 쥐기 위한 강대국들의 역학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아시아의 잠룡(潛龍)에서 세계 2위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부터 이를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 그 가운데 조용히 판세를 관망하는 러시아, 끊임없이 남한을 도발하는 북한에 이르기까지 동북아의 외교안보 문제는 팽팽히 당겨지는 고무줄과 같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한반도의 위험요소, 북한의 도발

예로부터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로 잦은 외세의 침입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과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 세계 어디에도 한반도 같은 위험지역은 없으며 그중 가장 위험한 요소가 바로 ‘북한의 도발’이다. 지난해 11월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남북 간의 정세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 사건 직후 남측과 미국은 연평도 포격에 무력시위라도 하듯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해상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했으며, 12월 20일에는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부근에서 남한 측의 독자대응사격훈련이 실시되기도 했다.

군은 이와 같은 훈련을 추가로 열릴 수 있다고 밝혀 앞으로 북의 도발을 잠재울 카드로 자주 활용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런 남북간의 긴장은 지난 천안함 사태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 위기의 국면을 넘나들고 있다. 평택대학교 윤영미 교수는 “남북한 사이에는 여러 가지 갈등 요소가 내재돼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남한은 대화를 택했고 북한은 선점(先占)을 택했다. 그래서 남한은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설립 등 인도적인 지원을 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실험이라는 강경책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남한은 다자회담과 비핵화를 추구하며 북한은 연평도 사태나 천안함 사태와 같은 국지적 도발을 일삼는다”며 “하지만 북한의 이런 도발은 한반도 긴장은 물론 동북아 전체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연평도 사태가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건이기 때문”이라며 “현재 남북한 관계는 경색될 대로 경색된 상태다. 우리 정부는 연평도 사태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하는데 북한이 할 리가 없다. 하지만 북한의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한 남북한의 관계 진전은 있을 수 없고 지금의 긴장상태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기구 부재

동북아지역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는 관련국 간 다자 안보협력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동북아는 미국-일본-한국, 중국-러시아-북한을 잇는 두 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직까진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여가고 있지만 동북아의 패권을 노리며 2인자의 자리를 꿰찬 중국의 영향력도 무시할 순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원민족주의를 앞세우며 조용히 밀고 내려오는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과는 형제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시각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 지지나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 표명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정 부분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위한 제스처이기도 하다. 실제 러시아가 진행 중인 동시베리아 가스관 연결 공사의 주요고객 중 하나가 남한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국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세계의 화약고인 동북아지역에 다자 안보협력기구의 부재는 상당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연세대학교 고상두 교수는 지난 12월 25일 제주평화연구원(JPI) 정책포럼에서 “동북아에는 아직 냉정질서가 잔존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군비증강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고 교수는 유럽연합의 안보협력과 독일통일의 사례를 비교하며 “유럽에서는 다자주의가 일반적인 반면 동북아 지역의 안보질서는 양자적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적 안보질서 때문에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대표적 사례인 6자회담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당사국이 모두 참여한 다자 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세력이 대립하는 양자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영미 교수는 “한반도처럼 복잡미묘한 역학관계 지역도 없다. 한반도는 아직도 남북한이 대치하는 냉전시대라 할 수 있다. 항상 갈등요소,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분쟁화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영토분쟁

현재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격렬히 진행되고 있는 분쟁요소가 바로 영토다. 독도, 센카쿠열도, 쿠릴열도를 두고 동북아 세 나라가 대치한다. 독도문제는 익히 알다시피 독도의 영유권을 두고 일본과 우리가 벌이는 싸움이다. 또한 센카쿠열도는 ‘동중국해분쟁’으로 동중국해 남부에 위치한 5개의 섬을 두고 일본과 중국이 벌이는 분쟁이다. 쿠릴열도 역시 홋카이도 위쪽 56km 지점에 위치한 4개의 섬을 두고 벌이는 일본과 러시아 간 영토분쟁이다. 세 곳 모두 풍부한 지하자원이나 유전이 매장돼 있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게 된다면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쿠릴열도는 세계 3대 어장 중 하나다. 또 쿠릴열도는 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부동해로 러시아 잠수함의 주요 이동로다. 태평양 진출의 주요 요충지이기도 한 이곳이 막힌다면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센카쿠열도 또한 중국의 태평양 진출 전초기지인 동시에 일본 원유수입의 주요 수송로다. 윤 교수는 일본의 영토분쟁에 대해 “영토는 국민적 자부심과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이 보수우경화가 되면서 예전의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국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한반도의 평화요소

과연 한반도에 평화는 올까.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익을 충족하고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낼 절묘한 수는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이 진행되던 시기에도, 금강산관광이 호황이던 시절에도, 개성공단 입주자들이 부지런히 일하던 시간에도, 북한이 쌀 지원을 호소하던 순간에도, 이산가족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내던 순간에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대화로 하겠다는 것이 우선의 목표다. 하지만 의미도 없고 결과도 없는 대화에는 강경책을 써야 한다. 압박과 지원을 같이 쓰는 것, 이것이 올바른 방법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의 동북아 정세로 볼 때 이 같은 긴장 관계는 새로운 전환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지지부진한 줄다리기 싸움이 계속 될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인 동북아에서는 충돌은 이제 동북아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의 재난이며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