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직후 기업의 대응 자세’를 나타낸 행동계획을 일본에서는 ‘재해대응계획’, ‘방재대응계획’, ‘초동대응계획’이라고 부른다. 최대의 목적은 인명을 보호하는데 있으며, 피난행동과 안부확인, 귀가 곤란자 대응을 포함한 이차적 피해방지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재해를 입었을 때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책정한 행동계획’을 BCP라고 부르며, 이 인명보호를 목적으로 책정한 초동대응의 계획은 BCP의 일부라고 말한다.

<재난포커스 - 이교진 기자(marketing@di-focus.com)>

도쿄내 지진 대비 훈련을 강화해야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다. 같은 시각, 도쿄도청에서는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되, 16시 30분에는 이시하라 도쿄지사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17시 넘어 JR동일본이 당일 운행재개 단념을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귀가 곤란자가 생겨, 편의점 등 재해시 귀가지원 시스템(도와의 협정을 기초로 재해시에 귀가곤란자에게 수도와 화장실을 무상제공해주는 장소)을 시행했다.

도의 각시설, 도립학교, 시군구시설, 합계 1030개 시설이 임시수용시설로 개방되어 9만 4001명이 이용했다” 지난 동일본 대지진이후 일본 각 언론사에서 보도한 내용들이다. 이처럼 일본의 관동권에서는 대지진에 대해 문제없이 대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 보면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아래 내용은 지진직후 회사에서 근무하다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겪은 이야기이다.

“지진 발생시는 사무실에 있었다. 갑자기 천정에서 물건이 떨어져내려 팔을 강하게 쳤다. 골절은 아니였지만 큰 고통을 느꼈다.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지만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연결이 되었는데 일단 구급차를 보내지만 언제 도착할지 장담할 수 없으며, 병원의 다른 중상자로 인해 실질적인 치료 및 대응이 어렵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까지의 이동수단도 없었으며 길에는 사람도 많았다. 걸어서 겨우 도착한 병원에도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사례는 도쿄 재난대응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유의해야 할 것은 이번 대지진은 도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도쿄를 덮친 것은 최대 진도 5의 지진이었다. 하지만 30년 내에 도쿄에 진도 6미만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어 더욱 긴장되는 부분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부상자도 증가하고, 많은 도로가 폐쇄되어 혼란의 크기가 이번 동일본대지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내각부가 2008년에 발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도쿄만의 북부에 지진이 발생하여 관동지방을 직격했을 경우 피해당일은 도내에서 사이타마까지의 이동만도 평소의 배에 가깝게, 즉 11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평상시 준비해야할 “초동대응의 자세”

일본은 이러한 피해에 대비 기업의 업무연속성을 강화하는 ‘피해 직후 기업의 대응 자세’라는 행동계획이 있다, 일본에서는 ‘재해대응계획’, ‘방재대응계획’, ‘초동대응계획’ 이라고 부른다. 용어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최대의 목적은 인명을 보호하는데 있으며, 피난행동과 안부확인, 귀가 곤란자 대응을 포함한 이차적 피해방지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재해를 입었을 때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책정한 행동계획’을 BCP라고 부르며, 이 인명보호를 목적으로 책정한 초동대응의 계획은 BCP의 일부라고 말한다. 일단 사원의 안전이 보호되어야 ‘사업연속’이 가능하므로 초동대응계획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피해 직후에 기업의 대응 자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피난

“흔들리는 순간 무서워서 밖으로 나왔다”, “처음 흔들림이 멈추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계속 실내에 머물렀다” 등, 이번 대지진에서는 같은 기업 내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답변을 한 케이스가 많이 있었다. 피난장소로 대피한 후, 자신의 판단으로 마음대로 돌아가 버린 사람도 있었다. 피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람은 목숨을 잃는다. 실제로 건물 안에 있는 편이 안전한데도 밖으로 나와 낙하물에 부딪혀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초기의 피난행동의 자세’에서는 입주하고 있는 건물의 내진성이 높으면 건물 내에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만약 입주하고 있는 건물의 내진성, 피난장소까지의 거리 등의 정보가 없으면 사원도 추후행동을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회사로써는 대응방침을 명확히해서 사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2)안부확인

피해당일, 회선에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해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휴대폰 메일을 사용한 안부확인시스템은 메일서버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에 메일 송수신이 지연됐다. 또 회사의 경우 사원안부확인에 쫓겨 고객대응이 소홀해지는 케이스도 있다. 사원의 안부가 확인됐다하더라도 사원은 가족의 안부를 모르기 때문에 업무에 전혀 집중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사원뿐만 아니라, 사원의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그것은 사업연속의 난관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써는 업무재개활동이 여의치 않을 수밖에 없다. 또 고객에게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고 기업은 신용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 또 음성채팅 등 데이터통신을 이용한 연락수단을 구축하고 있어 지진피해에서 사용했어도, 다음 지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복수의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원뿐만 아니라 사원의 가족, 그리고 고객의 안부확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3)귀가 곤란자 대응

3월 11일 17시 이후. JR동일본은 그날 운행재개를 단념한다고 발표했다. 도로에는 자택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별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일본 도내에 진도 6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경시청은 환상7호선(도쿄도의 국도 중 하나) 안쪽 구역을 전면차량통행금지를 시키고 교통규제를 실시한다. 또 긴급 차량을 최우선으로 통행시키기 위해 긴급교통로로 지정된 간선도로에 관해서도 전면차량통행금지가 실시된다. 이에 따르면 도쿄만 북부 지진에서는 ‘2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만원전철상태의 도로를 최소한 3시간 걸어야한다’ 라는 가정결과가 나왔다. 부상자의 병원 이동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부상자가 아니더라도 귀가 도중에 여진에 휘말려 2차 재해를 입을 위협성이 크다. 이러한 ‘귀가 패닉’을 피하기 위해서 기업도 평상시부터 ‘재해시 사원의 귀가 방침’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귀가해야 할 사정이 있는 사원과 그렇지 않은 사원을 구분해 단계적으로 시차를 정해서 귀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응력 강화를 위해 룰 명확화와 훈련 필요

이번 지진으로 실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 중 ‘대지진에 직면해서도 초동 대응이 가능한 기업’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피난, 안부확인, 귀가곤란자 대응을 평상시에도 진지하게 검토했던것은 물론 훈련도 적극적으로 행했다는 것이다. 1만 5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이번 대지진·쓰나미에도 불구하고 이와테현 카마이시시의 초등학생 생존률은 99.8%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평상시의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디즈니랜드의 피해 직후 대응도 훌륭했다고 평가받는다. 지진이후 고객의 안전을 지키고 안심시키기 위해 연 180회의 현장스텝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은 동일본대지진으로 배운 사항을 최대한 살려 진정한 ‘대응력’을 몸에 익히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노력은 반드시 결과가 되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