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산업재해를 줄이겠다고 대대적인 행사와 홍보를 통해 시작한 안심일터 추진본부가 발족만 한 뒤 별다른 활동이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며 시작했지만 올해 1월부터 5월말까지 누계 기준으로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87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특히 업무상 사고 사망자수는 564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12.6% 급증했다.
<재난포커스 - 김용삼 기자>

1~5월 870명으로 사망만인율 14% 급증

정부가 이른바 ‘안심일터 추진본부’를 발족하는 등 산업재해를 줄이겠다고 대대적인 행사와 홍보를 벌였지만 올들어 실제 재해사망자 수는 900명에 육박하는 등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시 고용노동부가 추진했던 ‘안심일터 추진본부’가 발족만 한 뒤 별다른 활동이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8월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말까지 누계 기준으로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87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특히 업무상 사고 사망자수는 564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2.6% 급증했다. 이 중 건설업(37명), 서비스업(23명)에서의 사고 사망자가 많은 가운데 추락(25명)과 사업장외 교통사고(17명), 전도(12명)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만명당 재해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업무상사고 사망만인율은 0.40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3%나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당시 박재완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안심일터 추진본부’ 발대식을 열고 노동현장의 안전문화 확산, 재해 줄이기, 제도개선, 재해예방 사업을 실천한 뒤 실적으로 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중앙추진본부에는 정부 7개 부처와 한국노총,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음식업중앙회,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25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사망자수 증가를 막기 위한 분야별 특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 매달 정기적으로 안심일터추진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러 기관과의 공통 현안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기관이 현안사항이 적거나 첨예하다는 이유로 회의 참석에 소극적이고 하위 직급을 대리 참석시키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쳤다.

산업재해 많이 발생한 사업장 164곳도 발표

이와함께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율이 높거나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 164곳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사업장은 2010년도 산업재해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재해율을 넘는 사업장 중에서 상위 10% 사업장(상시 근로자 150명 이상인 사업장으로 재해자 2명 이하 제외) 135곳과 2010년도에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으로 사망만인율(연간 상시근로자 1만명 당 발생하는 사망자수로 환산한 수치)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사망만인율 이상인 사업장 17곳,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3년간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하여 사법조치 또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업장 6곳이다.

또한 2010년에 중대산업사고 중대산업사고 즉, 위험물질의 누출, 화재·폭발 등으로 인하여 사업장 내의 근로자에게 즉시 피해를 주거나 사업장 인근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법조치 또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업장 6곳도 포함됐다.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등 명단 공표 제도’는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관심과 예방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8회에 걸쳐 총 1,670곳을 공개했다.

문기섭 산재예방보상정책관은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으로 공표되는 사업장은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만큼 사업주는 산재예방활동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재해 많은 기업도 발표

고용노동부는 이와함께 기업별, 지역별  산업재해 빈도가 많은 기업도 발표했다. 우선 산업별로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주요 대기업중 SK에너지와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도 산업재해가 빈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을 기초로 작년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사업장 164곳 중 2명 이상의 사망사고를 낸 사업장은 17개소로, 이곳에서의 사망 근로자 수는 총 43명으로 집계됐다.
대우조선해양(㈜단성 포함)이 5명, SK에너지 울산 컴플렉스(㈜제이콤 포함)가 4명의 사망자를 각각 기록해 상위에 랭크됐다. 대우조선 해양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수가 2만7500여명으로 근로자 전체 인원 대비 사망재해 비율은 높지 않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전체 근로자 3~5명중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도 5곳이나 됐다. 150명 이상 사업장 중 2명 이상의 재해자가 발생한 곳은 135개소로 피해 인원은 1533명에 달했다. 금호타이어는 곡성공장 등에서 173명(3.9%)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는 고무제품 제조업계 평균 재해율(2.2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39명(재해율 2.9%)이 산업재해를 당해 선박건조 및 수리업체 중 가장 높은 재해율을 보였다.

이 외에도 현대차 전주공장(119명, 2.94%)과 기아차 화성공장(265명, 2.2%)·소하리공장(113명, 1.98%) 등이 리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롯데제과 양산공장(7회)과 삼화산업(3회), 금하기계(2회) 등 6곳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3년간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이름이 공개됐다.

광주 전남지역 사업장 금호타이어

또 지역별로 산업재해가 많은 기업을 살펴보면 광주 전남지역 사업장 중 산업재해가 가장 많은 곳은 금호타이어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164곳 중 금호타이어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이 고무제품 제조업 분야에서 재해발생율이 3.93%(2471명 중 97명)와 4.08%(1864명 중 76명)로 상위 10%에 해당됐다.

또 화학제품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쓰리엠(나주시 문평면)과 금속제련업의 삼화산업(광양시 중동), 선박 건조 및 수리업에서 한성기업코리아(영암군 삼호읍), 전방 영암공장(염암군 신북면) 등도 명단에 포함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위생 및 유사 서비스업에서는 남구청과 광산구청이 명단에 포함됐다. 남구청 총무과는 162명의 근로자 중 3명이 재해근로자로 재해발생률이 1.85%였으며 광산구청 총무과는 157명 중 3명이 재해근로자로 1.91의 재해발생률을 보였다. 이밖에 식료품제조업체인 ㈜유진(여수시 오천동), 자동차여객운수업체인 대한통운㈜ 목포지사, 목포시 공원과, 나주효사랑병원이 명단에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8년부터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을 공개했으며 올해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1670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대전·충남 사업장 18곳 공개 

대전·충남북 지역에는 총 18개 사업장이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8개 사업장으로 가장 많았으며, 충남 7곳, 대전 3곳 등이다. 특히 대전시 동구청과 충북 청원군청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자치단체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대전시 동구청의 재해율은 3.16%로 동종업종 평균 재해율(0.94%)보다 2.22%포인트 높았다.

총 317명이 근무하는 청원군청은 6명이 재해자에 포함되며 1.89%의 재해율을 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으로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이 규모·업종별 평균 사망만인율 이상인 17곳도 명단에 올랐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를 2차례 이상 위반한 6곳, 위험물질의 누출이나 화재·폭발 등으로 근로자에게 즉시 피해를 주는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 6곳도 명단에 들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2003년부터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을 공개했으며 올해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670곳의 명단을 공표했다.

문기섭 산재예방보상정책관은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으로 공표되는 사업장은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만큼 사업주는 산재 예방활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으로 공표되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등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는다”며 “사업주들이 산재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대책은 없나?

이같이 근로자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하다. 산업재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중추국가라는 특성이 있다. 산재사고도 그만큼 많은 측면이 있다. 그러나 수십년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는 크게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내에서 산업재해 발생이 최고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산재 후진국’이라는 오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OECD 조사 결과 2006년말 기준으로 회원국 10만명당 산재 사망자수는 우리나라가 20.99명이다.

21개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산재 사망자수다. 이같은 산재 사망률은 2위를 기록한 멕시코의 10명보다 무려 2배를 넘는 수치다. 이 같은 이유는 우리나라 산재사고의 55%가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두 산업이 대표적인 산재사고 발생산업 분야라는 의미다. 또 산업재해 대책 마련과 재발방지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재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업재해 문제를 일부 근로자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재 하루 평균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7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장애를 입거나 부상을 당하고 있다”며 “이제는 산업재해 문제가 공장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문제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보험에 대한 전면 개혁은 물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반면 산재 불승인을 남발한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조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를 해체하고 산재보험의 사회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비정규직의 산재보험 진입장벽을 철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진폐 환자의 폐암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직업성 암을 인정받는 경우가 없다”며 “발암물질 범위를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직업성 암 예방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를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재난관련 전문가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