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종익 사무국장

재난발생은 소중한 인명 및 막대한 재산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재난의 예방은 일상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하고 신속한 복구를 통해 피해규모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재난을 빈번하게 겪으면서 재난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그에 따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의 제정과 소방방재청의 발족이라는 획기적 조치가 이뤄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재난관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재난이 발생하는 현장인 지역의 재난예방과 복구를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 수준은 전문성과 자원부족 등 여러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재난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매년 최저적립액과 용도를 정한 재난관리기금을 적립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 활용도와 운영방식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기금활용이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어 활용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고, 특히 재난 발생 후에는 적시에 기금을 신속하게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등 기금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획일적 기금운용으로 지역별 특성 및 수요 반영 못해
재난관리기금에 관한 사항은 <표1>와 같이 법률 제67조와 68조, 동법 시행령 74조, 75조, 동법 시행규칙 20조에 기금의 적립과 용도를 구분하여 정하고 있다. 재난관리기금은 매년 적립해야 하고, 최저 적립액은 최근 3년 동안의 「지방세법」에 의한 보통세의 수입 결산 액의 평균연액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입에 따라서 차등·적립하도록 되어 있다.

기금의 용도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주로 시설정비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밖에 장비구입, 이주지원, 연구용역에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시행규칙 20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서 정한 재난 예방사업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시행규칙으로까지 용도를 명시하고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한 곳에 기금을 사용하기란 창의적 발상이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점은 <표2>의 16개 광역 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 운용 및 관리조례’에 규정된 기금의 용도가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표2>에 나타난 16개 광역시·도의 재난관리기금의 용도를 살펴보면 서울시가 빗물펌프장·우수유출저감시설(공공시설에 한함) 등의 신설 및 보강사업, 기금관리업무에 필요한 부대경비를 기금의 용도로 추가하고 있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풍수해 감시인 인건비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용도에 추가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 지방자치단체의 용도는 같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례를 만들어서 정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같은 내역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이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용도를 정할 때 충분한 검토 없이 대부분 선행조례를 그대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은 획일적 조례 제정은 헌법이 정한 자치입법권의 취지를 전혀 살리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조례는 구미와 같이 지방법(local law 또는 ordinance)1) 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한 표현(조창현, 1991)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책임 하에 창의적으로 자치입법적 권능을 발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점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처럼 획일적인 이유는 재난관리기금의 용도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데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창의적 발상을 하지 못한 것이 크다. 또한 재난관리업무, 그중에서도 재난관리기금에 대한 지방의회의 관심부족으로 집행부가 제출한 획일적인 조례안을 특별한 토의과정이나 전문적인 접근 없이 통과시킨 것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기금심의위원회, 전문성 갖춘 민간의원 참여 일부지역에 불과
재난관리기금에 대해서 일부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06년도에 집행된 기금의 용도와 사용결정과정을 파악해본 결과 다음과 같았다. 경기도는 재난위험시설 해소, 배수펌프장, 자동우량경보시설, 수위관측 시설, 재난예방홍보, 하천제방정비, 재난응급복구 등에 194억 원을 사용하였으며 두 번의 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부산광역시는 시설물 보수보강, 홍보물 제작, 재난예방장비 확보, 태풍응급복구에 기금을 사용하였으며 독자적인 기금심의위원회가 아닌 부산시 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기금사용을 결정했다. 대전광역시는 재난예방시설과 낙석방지울타리 설치, 하천영상감시시설 설치를 위해 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4억 원의 기금을 사용했다.

대전광역시 재난관리기금심의위원회는 학계 3명, 수자원전문가 4명, 시의원 1명 등을 포함하여 총 1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년에는 5번의 회의를 개최했다. 전남도는 배수문 전동화와 소하천 정비에 기금을 사용했고, 공무원들로만 구성된 기금심의위원회를 두 번 개최했다. 충북도의 기금심의위원회는 토목 관련 학계 3명, 공무원 6명 등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효과적인 기금 사용을 위하여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는 기금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재난관리기금의 사용을 심의하고 있다.2) 하지만 심의위원으로 민간위원이 참여하고 있는 경우는 서울, 대전, 충북 등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13조(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는 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기금별로 기금운용심의위원회3) 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필요한 경우에는 심의위원회를 통합하여 설치·운영)는 점을 고려할 때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더군다나 동법 시행령 제7조(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구성)에는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는 기금운용 또는 기금 관련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민간전문가가 3분의 1이상 참여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현재의 기금운영심의위원회는 일부 자치단체들을 제외하고는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라 할수 있는 상황이다. 재난기금의 전문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 민간의원이 기금심의위원회의 구성요소가 되도록 시급히 개선되야 할 부분이다.

편차 큰 지역별 사용비율, 기금의 비효율적 활용으로 이어져
2005년까지의 재난관리기금 법정적립금액은 1조 5,402억 원이지만 실제 적립액은 1조 5,450억 원(확보액 13,954억 원, 수입이자 1,496억 원)으로서 최저 적립기준을 0.3% 상회하고 있는 수준. 이 기금은 2005년 10월말에 적립액의 34.5%인 5,324억 원을 사용하여 1조 126억 원의 잔액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관리기금 적립현황과 사용률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2005년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법정적립액은 대체적으로 준수되고 있었지만 대구, 인천, 대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적립액이 법정기준보다 미달했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사용비율의 문제다. 인천, 대전 등 사용률이 전체의 10% 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최고 50% 이상을 사용한 서울에 이르기 까지 지방자치단체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활용도가 낮다는 것은 기금이 사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재난관리기금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금조성이 재난발생 후 복구는 물론이고, 사전 예방적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서 적립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때 낮은 수준의 활용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표3>은 우리나라의 재난예방투자가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방재예산 총액 중에서 예방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86.4%를 차지하고 있는 반해 피해복구비 비율은 13.6%에 그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방투자비의 비율은 33.3%에 불과하고, 피해복구비율이 66.7%에 이르고 있어 우리나라 재난예방투자의 미흡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금의 늑장 투입 및 투명성 제고 시급 재난관리기금의 늑장 투입현상 극복은 운영개선의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제때에 신속하게 집행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난발생현장을 조사하고 복구계획을 수립하는 절차의 간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해진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기금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하여 위원회에 재난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이미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제조사 등을 실시하면 정책적 효과를 쉽게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금심의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 기본법이 정한 대로 기금운용계획의 수립 및 결산보고서의 작성, 기금운용의 성과분석, 기타 기금의 관리·운용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도록 한다. 특히 기금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한 정책적 조언이 가능한 것이 핵심 사항이다. 아울러 기금심의위원회 활동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회의록 등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난관리기금의 운영개선은 정보의 공유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집행부는 물론이고 지방의회, 심지어 시민사회의 주된 관심영역이 아니어서 기금의 운영에 대해서 적극적인 외부 통제 기능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점은 기금 운영의 활성화를 가져오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금의 신청과 집행에 관한 일체의 정보 및 구체적인 실적을 인터넷에 자동으로 공표함으로써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기금사용의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이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재난관리대책에 적극적 투자 필요
재난관리기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기금 활용을 개선해야 한다. 기금의 낮은 활용도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의 무관심에서 비롯한 측면도 있지만, 기금 사용의 탄력적 운용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이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법으로서 최대한 보장해야 주어야 한다.

	재난 발생으로 인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주유소 건물.

중앙정부가 규칙으로까지 범위를 명시하는 것은 지나친 자치권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시행령에서 범위를 정하고, 조례에 위임하는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현행 제도상으로 가능한 용도 범위 안에서 최대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위해 기금관련 조례에 대상을 세분화시켜 규정하도록 해야 한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 발생 전망 Prospect of Natural Disaster in Korea with Global Warming다.

무엇보다도 재난의 사전 예방적 측면을 강화하기 위하여 재난의 원인분석이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예방 및 대응방안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정책연구를 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전문성을 갖춘 외부기관, 대학이나 전문연구기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재난관리기금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투여돼야 한다.

또한 재난관리를 위한 민·관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전담 부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재난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없으며 전문성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전문성과 자원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와 기업부문, 시민사회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문성과 자원동원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는 일반시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다.

재난에 관한 교육과 홍보는 재난관리의 기반에 속한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 재난관리기금을 이러한 재난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소방방재청장으로 하여금 ‘재난 및 안전관리에 대한 각종 교육 및 행사 등과 연계하여 재난의 예방을 위한 교육을 정기 또는 수시로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는 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재난예방을 위해 조례로서 포함하는데 제약요인이 없는 만큼 적극적으로 실시토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홍보물 제작에 관한 사항만 공통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조례를 개정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 홍보가 가능해야 하며 강사인력의 개발과 교재개발 등에 활발한 투자를 해야 한다. 법률 제26조에 정한 ‘재난발생의 위험이 높거나 재난예방을 위하여 계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 및 지역’ 즉, 특정관리대상시설에도 재난관리기금은 적극 사용돼야 한다.

특히 공공시설에 집중되어 있는 관리방식을 탈피하여 민간시설의 경우에도 안전진단과 보수·보강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기금의 사전 예방적 기능을 촉진하기 위하여 일정한 비율 이상으로 예방기능에 투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예방대책은 사전에 재난 요인 자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인명과 재산피해를 근원적으로 피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1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예방적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적 기능에 포함되는 사업의 범주, 예산의 항목 등을 정하여 매뉴얼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조례의 제정, 곧 자치입법권의 범위는 나라마다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영미법 계통의 지방자치제도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주(州) 법률 외에는 규제를 받지 않고 있으나 일본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로 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하도록 함으로써 법률은 물론이고 시행령으로도 조례제정을 제약하고 있어 자치입법권은 크게 제약하고 있다.

2)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금심의는 부산은 부산광역시재정위원회, 울산은 울산광역시시정조정위원회가 기능을 대행하도록 조례에 규정하고 있다.

3)심의위원회는 기금운용계획의 수립 및 결산보고서의 작성, 기금운용의 성과분석, 기타 기금의 관리ㆍ운용에 관한 중요사항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부의하는 사항을 심의한다(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13조 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