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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력위기 넘겼다고…9월 전력위기 또 찾아온다
언제까지 국민들에게 절전 강요할까?
2013년 09월 03일 (화) 14:38:21 편집국 marketing@di-focus.com

지난 8월 11일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최대치인 7935만kW를 넘어서 마이너스 306만kW까지 추락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같이 전력대란은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겪는 연례행사처럼 되어왔다. 무엇이 문제이길래 해마다 반복적으로 전력수급을 걱정해야하는 것인가. 그 원인을 살펴봤다.
<위기관리경영 글 - 이정직 기자>


   
 


또 다시 시작됐다, 전력경보
지난 8월 11일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예비전력이 바닥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전력수급경보가 상향 조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12∼13일 이틀간 전력 공급능력은 시간당 7744만kW이지만 시간당 최대 전력수요는 8050만kW(수급 대책 시행 전 기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보된 전력 수요는 8월 9일 기록한 기존 최대치인 7935만kW를 넘어선 것으로 예비력이 마이너스 306만kW까지 추락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부는 당초 올여름 최대 수요를 7870만kW로 예측했으나 한 달 이상 지속된 폭염으로 예상보다 180만kW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 민간자가발전 등 상시 수급 대책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예비력이 180만kW 안팎에 머물러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어디서 많이 경험한 사례다. 이런 수급경보 ‘경계’는 2011년 ‘9·15 전력대란’ 당시 예비력이 20만kW까지 떨어지면서 ‘심각’ 단계가 발령됐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는 예고없이 순환단전을 함에 따라 큰 혼란도 초래됐다. 다행히 ‘대정전(블랙아웃)’을 지금까지는 지나가는 듯하다. 올여름 전력대란은 수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절전에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기상청이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보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8월 5일부터 오는 30일까지는 전국 2600여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의무절전규제를 시행해 하루 200만∼300만㎾의 전력을 감축했지만 9월까지 절전규제를 지속하기는 어려워 전력수급 상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1년에도 여름철 전력수급대책 기간이 끝난 후 갑작스런 폭염에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가장 큰 위기는 지났지만 전반적으로 9월 중순까지 전력수급 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민들의 지속적인 절전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되풀이 될 것인가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되풀이 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기본적으로 이번 전력난은 빗나간 장기 수요 예측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정설이다. 2002년부터 10년 넘게 계속된 장기 수요 예측은 평균 10% 이상 편차를 보이며 번번이 빗나갔다. 단기 예측의 경우도 애초 8월 둘째 주를 최대 수요로 잡고 비상대책 시행 전 7870만㎾로 예측했으나, 지난 9일 대책 전 최대수요가 7935만㎾까지 올라갔다. 결국 이번주에는 대책 전 최대수요를 8050만㎾로 올려 잡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말 터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원자력발전소 3기가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며 300만㎾의 공급력 순손실이 발생, 전력대란을 부채질했다. 전력당국은 내년 이후에는 예비율 16%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에는 신고리 4호기(140만㎾급)를 비롯해 영흥석탄화력 5호기(87만㎾) 등을 증설해 1천만㎾ 이상 공급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획기적인 전력수급이 문제

문제는 정부가 효과적이고 획기적인 전력수급 대책없이 국민에게 쥐어짜기식 절전만 강조하는 것은 전력관리 실패 책임을 국민에 떠넘기는 일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력위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언제까지 무더위를 참으며 ‘절전운동’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기관에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을 모두 금지하고 문 열고 냉방영업 등 전력낭비 단속을 하루에 4회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 쓰는 사무기기 단전, 승강기 이용 제한, 실내 냉방온도 제한, 하루 4시간 비상발전기 가동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윤상직 장관은 8월 8일에 전력 기관장들을 모아 긴급 절전대책회의를 연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해 “8월 셋째 주가 전력난 고비”라며 “12일부터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전기사용을 줄이는 등 절전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절전 강조에 대해 국민들은 언제까지 전력위기 앞에서 국민의 책임만 강조하며 절전만 외칠 것이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전력수급 정책부터 제대로 만들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지금이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아니고 온 국민이 나서서 전기 안 쓰는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는 마치 서민들이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동안 전력공급 늘릴 생각은 안하고 뭐하고 있었냐”고 비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도 “단기적으로 보면 문열고 냉방영업 등 전력낭비 때문에 전력난이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블랙아웃이 왔던 2011년 9월15일부터 따지면 정부의 전력수급 관리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전력수급 기본계획들을 보면 정부는 전력수요를 연평균 2.5%~5%대로 예측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전기 소비증가율이 7%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정부의 에너지 소비예측도 실패했음을 꼬집었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바로잡아야
현재 정부는 2035년까지 적용될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과 사용의 방향을 정하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전력망을 확충하는 문제, 핵발전소 비중 문제 등 다양한 쟁점들 가운데 정부 측과 시민사회 측이 한목소리로 대책에 고심하고 있는 핵심 쟁점이다. 그 중 하나가 난방, 가열, 건조 등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가스나 등유를 사용하던 곳이 전기로 전환되는 전환수요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전력망이 확보되고 친환경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수요가 줄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합리한 소비를 부추기는 전기요금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제조업의 전기화 속도는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 1991년 전체 제조업의 에너지소비 중 30%를 차지했던 전력은 2010년에는 55.4%로 늘어났다.  그중 가열, 건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2001년 15.3%에서 60.2%로 늘어났는데, 이는 가열, 건조를 담당하던 연료인 유류가격이 크게 폭등하면서 상당수가 전력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철강업에서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 중 전기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잘못된 가격신호로 인해 신규 전기로 설비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제철소 1곳이 사용하는 전력사용량은 무려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싼 전기요금은 대형 신축 건물에 전기로 냉난방을 하는 EHP(시스템에어컨)를 보급하게 했고, 난방용 전열기 없는 집이 더 드문 현실을 낳았다. 이렇게 타 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 정책은 결과적으로 전기에너지 수요의 급증과 만성 전력난을 불러왔으며, 그중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산업용 전력 수요 증가이다. 산업계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의 55%를 차지하고, 상위 20위 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용 전력의 약 30%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용 전기요금은 2012년 12월 기준 1kW당 92.8원으로 주택용보다 30.9원, 교육용보다 16원 싸다.

   
기업들에게 전기는 봉이다

국회 이낙연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할인 혜택으로 2011년 기준 지난 3년간 삼성전자는 3140억원, 현대제철 2196억원, 포스코 1681억원, LG디스플레이 1281억원, SK하이닉스 968억원, 한주는 766억원 등의 비용 절감을 얻었다. 누진제 적용으로 요금폭탄이 두려워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민들이 지불한 전기요금이 결과적으로 교차보조의 형태로 기업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인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수요관리 대책을 명분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이 결국 전력피크의 주범인 대기업에 ‘전력대란’을 틈탄 손해 없는 장사를 하게 하는 꼴이다. 산업용 싼 전기요금과 보조금, 이중혜택을 유지하면서 전력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환수요를 억제하고 지속가능한 전력시스템을 위해서라도 현재 논의 중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 세제와 전기요금의 합리적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1년 시행된 전력산업 구조개편 민영화 부작용
이같이 전력대란의 원인으로 전력수요 예측 실패와 낮은 전기요금, 관리 부실 등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2001년 시행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른 전력산업 민영화 부작용이 근본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부좌현 민주당 의원이 주관해서 열린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한국전력산업의 현 상황’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준석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정부는 2001년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논리로 한전에서 발전회사들을 분할했고, 전력거래소를 통해 가격경쟁을 하게 했다”며 “전력거래제도는 대기업 소유 발전소 이윤수단으로 전락했고, 대기업의 민자발전 확대로 전력수급 위기만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2001년 발전회사 분할 당시 전력설비 점유율이 1%대에 머물던 민자발전소는 올해 15.8%로 증가했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완료되는 2027년에는 30% 이상의 점유율이 예상된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선정된 민자발전사들이 발전설비 건설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수급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형으로 전환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형으로 전환된다. 현재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선진국형 다양한 수요관리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전력수요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형성될 것으로 보여,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8월 19일 현재와 같은 강제 절전 규제 방식의 전력정책에서 탈피해 ICT기술을 활용해 국민들이 스스로 절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보급 확산을 통해 피크 분산 효과는 물론 전력거래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산업체에 대해 ESS 보급을 늘려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싼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남는 전기는 전력거래 시장에 되 팔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력거래시장도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ESS보급 확산을 위해선 전기요금을 시간대별로 차등화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선택형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도의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또 ESS(에너지관리시스템)와 스마트플러그 도입을 앞당겨 산업체와 각 가정에서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근본적인 에너지절약을 위해 LED 조명과 지역냉방과 가스냉방의 보급 확산도 추진한다.

LED조명 보급 확대를 위해 ESCO 자금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기법을 활용, 지하철 역사, 공항, 고속도로 터널 등 136만개의 조명을 LED로 교체할 계획이다. 또 전기 냉방부하를 줄이기 위해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설치된 지역냉방을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ESS, EMS, 스마트플러그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유도해 오는 2017년 까지 3조5000억원의 시장을 창출해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새로만 들고 70~100만kW의 전력피크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

이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전력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한 경제성장률만큼 전력수요가 많아져 올여름보다 수급여건이 나빠질 수도 있다. 2년 전 정전사태로 급하게 짓기 시작한 발전소들이 본격 가동하려면 아직도 2년이 더 필요하다. 올여름의 전력위기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공급 위주 전력정책의 한계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전력생산의 중추인 원자력발전소 23기 중 10기가 정비나 고장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와중에서 화력발전소까지 줄줄이 이상이 발생했다는 점은 아무리 발전용량이 늘어나도 실제 공급은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제 수요 측면의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할 때다. 에너지원의 97% 이상이 우라늄과 석유·석탄 등 수입연료인 현실에서 전기료를 언제까지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당면과제다. 절전시설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만 현수준의 전기료를 부과하고 나머지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료는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부가적으로 전력생산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시스템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올해 전력위기는 무제한 송전을 시작한 1964년 4월 이후 근 50년 만에 맞는 초유의 사태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원점에서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함께 재난전문가들은 이번 전력수급 불안이 계속적인 재난으로 발전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원자력발전소 용지 선정이 한계에 부닥친 데다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규모정전사태를 미리 예방 할 수 있는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재난관련 전문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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