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 등에 따르면 2001년부터 현재까지 놀이기구로 발생한 사고는 총 20건에 이른다. 2001년 2건, 2002년 2건, 2003년 6건, 2004년 3건, 2006년 6건으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 중에는 기계 결함에 의한 것도 있었으나, 상당수는 직원이나 이용객의 안전 부주의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서울 롯데월드의 롤러코스터 직원 추락사를 시발로, 광주 패밀리랜드 놀이기구에서 어린이 1명이 추락해 부상당하는가 하면 경기 용인 에버랜드 놀이기구가 운행 정지하여 대피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꿈돌이랜드 놀이기구에서 어린이 2명이 추락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10여일 같은 지역에서 롤러코스터가 5미터 상공에서 정지하는 바람에 10여명이 비상 대피하는 사태까지 빚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급기야는 에버랜드 ‘가고일의 매직배’를 탑승한 중년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를 당해 놀이공원에서 유희를 즐기던 시민들의등골이 오싹하도록 만들었다. 더욱이 매직배 사고는 놀이시설을 작동하기 직전 안내방송만 하고 탑승객의 안전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아 여성이 구조물 사이에 끼어 숨진 사고여서 안전 불감증의 전형을 보여주는 셈이됐다.

이처럼 전국 곳곳의 놀이공원에서 이어지는 안전사고의 문제점은 이들 공원에서 운행 중인 놀이기구 내구연한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시설들이 10년이 넘도록 부품교체나 수리만 한 후 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20년이 넘게 사용되고 있는 놀이시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다시 밀려드는 불안감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가 지난달 14일 오픈한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 ‘T 익스프레스’ 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동 9일 만인 3월22일 오후 3시 18분 경 ‘T 익스프레스’는 승객 36명을 태우고 레일을 오르던 중 지상 50여m 높이의 경사진 곳에 멈췄다. 이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승객 36명이 경사진 레일에 매달린 롤러코스터 탑승차안에서 10분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1,2 놀이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인명피해는 물론 가족나들이를 즐기려던 일가족이 모두 사망해 버리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전장치에 대한 지속적인 실태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사고가 나자 에버랜드는 안전요원을 투입, 탑승 차 인근까지 걸어 올라가 레일 옆 계단을 이용해 20여 분만에 모든 승객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이 놀이시설의 경우 민감한 놀이시설로 작은 문제라도 발생하게 되면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정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승객 중에 누군가 휴대폰 등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센서가 작동하며 정지된 것 같다”고 말했다. ‘T 익스프레스’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뒤 시험운행등을 거쳐 오후 6시쯤 운행을 재개했다.

월드카니발 참사는 ‘명백한’ 과실치사(過失致死)
지난해 8월13일 일가족 5명의 생명을 빼앗은 월드카니발 행사장의 추락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예견된 인재였다. 영국의 월드 카니발사가 주관하는 이 행사장은 대관람차를 비롯해 30여 종의 놀이기구, 30여 가지의 다양한 게임을 설치한 이동식 테마파크다.

행사를 주최한 ㈜아이이엠지 측은 “전체 놀이시설은 세계테마파크협회(IAAPA)의 인증을 얻은 안전한 시설”이라며 “기구 조립과 조작은 22개국에서 파견 온 외국인 스태프가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동식인 이곳의 시설은 설치허가 당시 한국종합유원시설협회(KAAPA)의 안전점검만 받았을 뿐 개장 이후 22일간 운영과정에서 관리감독이나 안전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은 이날 사고가 난 뒤 운행과정에서 안전점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도 최대 66m 높이로 42개의 관람차가 돌아가는 놀이 기구에서 2번 관람차가 내려오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뒤집어지면서 일어났다. 정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나 5명의 일가족이 안전벨트도 없이 문이 열린 25∼30m 높이 관람차에서 추락해 모두 숨지고 말았다. 관람차에서 이들의 생명을 지켜줄 안전장치라곤 하나도 없었다.

막대 부러지면서 추락
광주의 한 놀이공원 놀이기구에서도 안전사고가 발생, 어린이 2명이 다쳤다. 지난 1월27일 오후 1시 25분께 광주 북구 생용동 모 놀이공원에서 ‘나르는 눈썰매’라는 놀이기구를 타던 노모군(10) 등 어린이 2명이 떨어져 부상을 입은 것. 노군 등은 곧바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난 ‘나르는 눈썰매’는 1m안팎의 높이에서 고속회전을 하는 놀이기구이다. 사고는 놀이기구 의자를 연결하는 지름 5~6cm, 길이 10cm에 달하는 막대가 부러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시설불량과 안전 불감증이 빚은 합작품

	1,2 각종 놀이시설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고의 원인을 보면 시설불량과 해당 공원측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놀이시설은 여러 안전 시험을 거쳐 놀이공원에 설치가 된다지만 기계적 결함은 상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항상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해마다 방학시즌이면 각 놀이공원에서는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책임감이 결여된 것이 사고 다발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각종 놀이시설의 사고원인은 시설불량과 해당 놀이공원 측의 안전 불감증의 합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량 노후 놀이기구는 교체하고, 나아가 직원들의 철저한 안전의식 교육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안전수칙을 지키고 또 평상시 제반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나간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각종 놀이시설 측에서는 운영 시스템과 시설 등의 작동 상태와 노후상태 등을 잘 살펴, 다시는 아까운 인명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나갔으면 한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는 없다. 이와 함께 놀이기구 내구연한에 대한 규정을 제정비하고, 관련 당국에서는 놀이공원 이용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 종 시스템 점검 및 운영실태 파악, 각종 위협 요인들을 지도·감독하고 관리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진 기업은 그 책무를 끝까지 이행해야 마땅하다. 잠실 롯데월드의 경우 실내외 38곳의 놀이시설을 갖춘 대표적인 놀이공원 산업의 주체임에도 겨울방학 몇 달간 영업을 더해서 이익을 증대하려던 ‘속 좁은’ 자세 때문에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용인 에버랜드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내방객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해서 놀이문화 자체를 축소하거나 그것에 위축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이 죽거나 다쳤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배짱 영업’을 한다면 더욱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연이은 놀이기구 참사는 한 순간의 방심도 용인할 수 없는 안전관리 문화의 부재를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이다. 안전한 시설, 철저한 관리, 완벽한 안전 교육이 선행돼야 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앞으로는 안전사고로 인한 불상사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