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1년 기준으로 OECD회원 국가 가운데 상해나 사고로 인한 아동 사망률이 가장 높다. 특히 어린이놀이시설에서의 안전사고가 늘고 있는데,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놀이시설에서의 안전사고 건수는 2002년 78건에서 2005년에는 194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의 ‘어린이 놀이터 위험 실태 조사’에 대한 학사논문에 따르면 어린이 놀이터의 국제적 안전기준 적합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많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어린이 놀이터 제조자, 관리자, 감독자 등 모든 사람들이 안전의식 수준 개선을 위해 해외에서 하고 있는 안전관리 프로그램과 같은 제도가 국내에도 정착돼, 지속적인 안전교육과 시설물 유지 관리를 통해 놀이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다양한 국제규정을 검토하고 우리나라 디자인에 적합한 규정을 지침서로 제작, 미국의 CPSC 핸드북 가이드라인처럼 누구나 알 수 있는 놀이시설물 표준 권고지침서 발간과 지속적 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고 유지관리의 소홀로 인한 불량 시공업자들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 강화를 통해 위험 요소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간 20만명 어린이 안전사고
놀이는 높은 감성적 상황을 동반하고, 어린 시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어린이들이 그들만의 이웃이나 동네놀이터, 공원 운동장 등 또 다른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로이 놀 수 있었던 추억이다. 이러한 기억들은 모든 이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하고 영혼에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게 된다. 하지만 놀이의 중요성과 함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놀이에 대한 안전요소이다.

미국의 소비자 제품안전위원회(CPSC)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 놀이터 관련 안전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은 어린이들이 매년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 어린이 놀이터 협회와 CPSC에서 지칭하는 공공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공원, 학교, 탁아시설, 식당, 리조트 등 공공장소의 놀이터에 사용되는 시설물을 지칭하고 있으며 공공장소에 설치돼 2~12세까지를 주 이용자로 하고 있다.

	1 놀이터에서 말껏 뛰어놀 수 있도록 찻길과 이격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안전울타리가 허술한데다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어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 놀이터내 설치된 놀이기구가 부식돼 흉한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안전검사 대행을 맡고 있는 한국생활용품연구소에서 지칭하는 어린이 놀이대상에는 공공장소에 설치돼 10세 이하 어린이가 놀이에 이용하는 것으로 신체 발달, 정서 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나 그 조합 놀이 구조물을 말하며, 여기서 공공장소라 함은 초등학교, 유치원, 유아원 등의 교육시설과 아파트 등의 공동주거시설, 공원, 병원, 쇼핑센터, 음식점 등 다중 이용시설을 의미한다.

어린이 놀이기구로는 그네, 미끄럼틀, 공중 놀이기구, 회전 놀이기구(회전목마 등), 흔들 놀이기구(시소 등), 정글짐, 구름다리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철봉, 평균대, 늑목과 같이 체육활동에 주로 이용되는 기구이더라도 어린이 놀이기구와 동일한 공공장소의 공간 내 설치돼 있는 것은 어린이 놀이기구에 해당된다.

‘씨랜드’화재참사 망각했나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놀이터 안전 관리규정은 2004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유럽규정 EN1176 Standard을 토대로 제작한 KS규격이 있지만 유럽 기술 규정을 기본으로 제작된 자료여서 일반인들이 지침서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애로사항이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국제적 안전기준을 분석해보고 이들의 시스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산업화의 고도성장과 개발 흐름에 맞춰진 탓에 어린이의 안전과 복지에 관한 문제가 소홀했으며 지난 1999년 6월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와 이후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과 어린이를 비롯한 사회적 안전사고 불감증이라는 큰 명제 앞에 2003년을 ‘어린이 안전 원년’으로 선포, 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 수를 매년 10%씩 낮춰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1 그네의 훼손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툭 튀어나온 연결고리와 칠이 벗겨져있어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2 놀이터내 놀이기구가 모래바닥이 아닌 시멘트바닥으로 바로 연결돼 부상이 우려된다

예기치 못한 사고 어린이 위협
사고 유형별로 보면 여자 어린이의 상해 비율이 55%로 남자 어린이 45%보다 다소 높았고 5~9세 아동이 의외의 연령대보다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사고율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0~4세 어린이의 40%가 오르기에서 가장 높은 사고가 났으며 다음으로 미끄럼 순으로 집계됐다. 5~14세 어린이들은 오르기 구조물이 56% 수치를 보인 가운데 그네가 24%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어린이 놀이터를 디자인하거나 설계사무소에서 설계 반영 시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장애물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놀이를 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행위로 인해 찻길로 뛰어들 수도 있으므로 놀이터 주변에 보호 장애물을 설치하되 보호 장애물을 울타리로 할 경우 현지 건축규정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놀이터 구조물 뿐 아니라 중금속 오염 심각한 수준
즐거운 놀이터지만 마음 놓고 아이들을 보내기가 두렵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어린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가운데 주된 이유는 놀이 시설에 들어간 방부제와 페인트 중금속 때문이라고 잠정짓고 있다.

지난해 봄, 환경부가 전국 10개 지역에서 놀이터 64곳을 점검한 결과, 방부 처리한 목재 시설에서 중금속 구리와 크롬, 비소가 6백에서 1천100ppm 선으로 나왔다. 철재시설에 칠한 페인트에서는 납이 2만7천2백ppm이나 검출됐는 데 이는 국내 용출기준의 3백배, 미국 기준치에 비해도 45배나 높은 수치다. 놀이터 모래밭도 골재업체 모래에 비해 중금속 별로 2배에서 46배나 오염도가 차이를 보였는데 놀이시설이 부서지거나 비에 씻기면서 중금속이 녹아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금속은 인체에 급성, 만성 중독을 일으키고 특히 크롬과 비소는 발암물질이기도 해 경각심이 요구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1천500만~1천800만 명의 어린이들이 혈중 납 함유로 고통 받고 있다. 납은 섭취·호흡·피부흡수 등에 의해 몸속에 침투, 인체 내 작은 양만 있어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며 상당양이 축적됐을 경우 혼수상태나 경련,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량 납에도 ‘치명적’ 손상입을 수 있어

	1,2 놀이터시설을 둘러본 결과 전혀 관리ㆍ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소량의 납에 장기 노출됐을 경우 산소운반 분자 형성에 장애를 줘 빈혈이나 신장질환과 불임을 유발 할 수 있다. 학교와 공원, 지역 어린이 놀이터는 현재 어린이들에게 잠재적인 납 독성에 노출돼 있는 실정으로 관련 부모, 학교, 관리 감독자들이 납중독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납이 인체에 침투·축적되면 외관상으로 알 수 없지만 납 중독은 점점 강도를 더해 간다.

어린이에게는 발육이나 학습장애 및 기억력 장애를, 성인에게는 고혈압, 임신장애, 소화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강원도 양구군은 10살 이하의 어린이가 이용하는 공공장소 놀이기구에 대한 설치검사와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보험에도 의무적으로 가입, 안전사고 발생에 대처키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군은 놀이시설에 대해 장소별로 관리주체와 감독부서를 지정해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하도록 하고, 새 놀이시설을 설치할 때는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안전검사를 맡기기로 했는데 사고 발생에 대비해 모든 놀이시설을 최고 8천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했다.

‘맨땅 놀이터’ 사라질 전망
그동안 모래바닥에 설치된 놀이터를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된다. 대신 충격으로 인한 사고방지 등을 위해 놀이터 바닥에 모래나 충격흡수 재질 마감재를 깔아야 하고 모래는 중금속 오염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등 안전기준이 강화된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놀이터 안전사고 증가추세에 따라 놀이시설 안전관리 규정을 강화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놀이시설법)’을 올해 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린이놀이시설은 제조에서부터 설치와 유지 및 보수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만드는 놀이터는 반드시 모래나 고무 등 충격 흡수 재료를 바닥에 깔아야 하며 안전검사기관으로부터 놀이시설의 간격, 바닥재의 충격흡수력, 모래의 유해중금속 함유 여부 등에 대한 검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놀이터가 기생충 알 등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도록 애완동물의 출입을 막을 조경시설이나 울타리를 설치(권고사항)하는 한편 경고문을 게시해야 한다.

놀이시설 관리 주체는 월 1회 이상 자체적으로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2년에 1회 이상 안전교육도 받는다. 안전교육의 경우 타 법령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유사교육도 인정하고 손해배상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 상시적인 안전관리와 보상이 이뤄진다. 한편 기술표준원은 이미 설치된 전국 6만2천350여 개의 놀이시설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4년 이내에 설치검사를 받은 후 2년에 1번씩 정기검사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래 포설 규정미달 태반
한국생활안전연합과 한국토지공사는 ‘친환경 어린이놀이터 리모델링 및 모래교체 사업’ 일환으로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 ‘원이충 어린이공원 리모델링 개장식’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평택시 지역주민을 위해 ‘어린이놀이터 안전가이드’를 배포, 학부모들에게 어린이놀이터관련 안전정보를 제공했다.

	목재로 된 놀이기구에 나사못이 그대로 튀어나와 있는 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어린이들의 상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어린이놀이터 안전가이드에는 어린이놀이터 Q&A, 자녀 놀이터 이용 시 체크사항, 놀이기구별 이용안전수칙, 2008년 1월 27일 시행되는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의 주요내용, 어린이와 부모님 그리고 제조자 및 관리자들에게 놀이터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놀이터안전센터 소개 등이 담겨있다.

이번 리모델링 놀이터의 선정은 평택시에 소재한 어린이 놀이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69개 공원 중 10년 이상 놀이터 시설 개선을 실시하지 않은 15개소 어린이공원의 접근성, 입지측면, 관리실태, 바닥실태, 이용자측면, 시설 측면 항목 등 총 83개 항목에 대한 안전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히 낙후된 원이충 어린이공원이 사업대상으로 선정되어 리모델링을 실시하게 됐다.

놀이터 리모델링 과정에서 평택시 주민, 어린이, 아동전문가가 놀이터환경위원회로 참여해 환경위원 회의 및 공청회 실시를 통해 아동과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사회의 안전한 놀이터 조성에 중점을 두었으며, 아동발달과 지역여건을 고려한 안전한 놀이터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유아를 위한 공간(만 2세∼5세), 초등학생을 위한 공간(만 5세∼12세),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공간(만 12세 이상)으로 나누어 어린이들의 신체 발달 상태를 고려한 연령별 맞춤형 놀이시설을 설치하였으며, 모든 연령이 이용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구성하였고 놀이터 영역별 안전펜스를 설치하여 놀이기구 이용 어린이의 안전을 고려하였다.

또한 어린이공원 입구 안내판과 연령별·기구별 분류에 따른 안전수칙 게시판을 설치하여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대표적 수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설치된 모든 어린이놀이기구는 ‘안전인증합격증서’를 교부받은 안전인증기준에 적합 제품이며,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재정·공포에 따른 ‘어린이놀이시설 설치시설 기준 및 기술기준에 따른 설치 기준’에 맞춰 놀이기구를 설치, 기구별 안전인증표시 또한 부착했다.

또한 리모델링 공사와 함께 진행된 평택시 15개소 어린이공원 모래교체는 어린이놀이시설 설치 시설 기준 및 기술기준의 충격흡수바닥재 중금속 오염 기준에 준하여 8대 중금속 테스트 실시하여 안전하고 깨끗한 모래로(안전기준에 준하는 30cm 이상) 포설했다.

	1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봉, 벗겨진 페인트는 중금속 오염에 노출 될 수 있다  2 충격완화를 위한 폐타이어는 심하게 훼손됐고 시소는 빛이 바랬다

흙과 모래 정기적 교체 ‘법제화’
앞서 환경부가 이번에 전국 64곳을 조사했다지만 대부분의 놀이터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어린이놀이터는 어린이에게 건강과 재미를 주기 위한 놀이공간이다. 그런데 오히려 중금속에 오염돼 건강을 해치는 놀이터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없는 것만 못한 것이다. 보다 안전한 놀이공간을 만들려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어린이놀이터는 어른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선 선진국처럼 흙과 모래를 정기적으로 바꾸어주도록 법제화하는데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며 시설물에 대한 중금속기준을 만들어 엄격히 적용, 미래의 주역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급선회 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은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