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유류 사고, 남대문 화재 사고,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등 각종 재난, 재해와 관련 새로운 사회안전망시스템(Societal Security System)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각종 재난, 재해의 발생 원인과 대응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대안 찾기에 나섰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통합적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기획단 설치, 운영방침도 정했다.

이에 재난포커스는 지난 4월 18일 본사가 주최하고 한국BCP협회 주관,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 후원으로 서울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강원발전연구원 방재정책담당 김경남 연구원(박사)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정찬권 연구관(박사)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위기관리상황팀 박우식 팀장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공중보건위기대응팀 신상숙 팀장 △(사)한국BCP협회 정영환 사무총장 순의 주제발표에 이어 강희조 교수(목원대)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김경남 연구원은 ‘사회안전망시스템(Societal Security System)의 학술적 접근’, 정찬권 연구관은 ‘국가위기대응체계 발전방향에 관한 연구’, 박우식 팀장은 ‘사회안전망 구축 정책방향’, 신상숙 팀장은 ‘신종 인플루엔자(PI ; Pandemic Influenza)의 대유행과 우리나라의 대응’, 정영환 사무총장은 ‘사회안전망시스템의 국제적 동향과 표준화’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했다.

첫 번째 주제발제에 나선 김경남 박사는 “국가안보에서 시작된 안전의 개념은 이제 개인안전을 넘어 사회집단의 적극적 노력에 의해 안전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안전의 개념은 확대돼 왔다”며 “오늘날 사회현상은 이러한 개념 확대에 충실한 것은 물론이고 대상, 계층 및 내용을 특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어 “이러한 개념 확대는 각국 또는 각 지역이 처한 대내외적 여건에 따라 이뤄져 왔으나 최근 들어 ISO, UN 및 세계금융기관들이 표준을 제정하고 나름대로 기관목적에 맞춰 재정의 하게 됨으로써 더욱 다양하고 구체화되는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실용 정부 들어 안전망 개념이 확대돼 재난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이 함께 사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국내의 사회 안전도를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재난안전망의 구축과 함께 재난안전망의 통합을 제안했다.

관련법 통합한 ‘국가위기관리기본법’ 제정하자
정찬권 연구관도 “전시대비, 안전관리, 재난 기능이 행정안전부로 통합돼 과거보다 국가위기대응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나 위기관련 법령의 분산으로 위기대응조직 등 분산형 구조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포괄적 안보개념에 부합되게 현행 법령을 가칭 ‘국가위기관리기본법’으로 제정하고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과 자원의 통합운영을 통해 국가적 위기의 예방과 대비는 물론 위기발생시 신속하고도 일사불란한 대응이 보장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관은 이어 “법령개정은 단기간에 처리할 사안이 아닌 만큼, 현행 여건 속에서 가능한 방법을 모색, 시행해 보고 문제점을 분석, 개정방향과 내용을 설정해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위기대응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특수교육기관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이수자에게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후 자격시험을 거쳐 가칭 ‘재난안전관리사’와 같은 국가공인자격증을 부여, 행정기관과 국가기간산업체 등에 의무적으로 채용토록 권장함으로써 그들에게 자긍심과 직업의 전문성을 담보해 주도록 제도화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기회에 국가위기대응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포괄적 안보개념에 부합되게 전시대비는 물론 테러, 재난 등 평시 위기가 망라된 일원화된 체제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위기대응 집행기능과 기획총괄기능을 분리해 평시 위기와 전시대비 기능을 통합하되 기획총괄분야는 대통령 직속의 최고 위기관리기관으로 위치시켜 실질적인 업무통합과 조정기능을 수행하고 소방, 경찰 등 집행기관은 지자체에 이관해 기획의 집권화와 시행의 분권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권 연구관은 특히 “국가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국가지도자의 강한 추진 의지는 물론 국민적 합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학계, 정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한 TF팀을 구성해 21세기 안보환경에 맞게 국가위기대응체계 패러다임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9월말까지 60여명으로 기획단 운영
방기성 행정안전부 재난총괄관리관(국장)을 대신해 참석한 박우식 팀장은 지난 4월 17일 확정된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기본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박 팀장은 “어제(4월 17일) 늦게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기본방향’이 확정됐다”며 “이 기본방향은 관리자급을 제외하고 유관기관, 지자체 등 관계자 62명으로 구성된 TF팀 성격의 기획단에서 구체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기본방향에 따르면 평상시와 대형재난 발생 시로 구분하고 평상시는 재난관리체제, 예방관리체제, 대비체제 및 인프라, 대형재난 시는 대응체제와 복구체제 단계로 구성됐다. 박 팀장은 “관련법을 조사한 결과 안전관련 법령이 106개에 달하고 개별법에 의한 재난안전 관련계획이 33개나 됐다”며 “유사, 중복되는 점검, 규제, 계획 등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해 늦어도 이달 말까지 기획단 관련 인사 명령까지 확정하고 자문위원도 위촉해 오는 9월말까지 기획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공중보건위기대응팀 신상숙 팀장. 2 강원발전연구원 방재정책담당 김경남 연구원(박사). 3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정찬권 연구관(박사).

PI 관련 관리 대상 인력 ‘9천명’ 육박
이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 공중보건위기대응팀 신상숙 팀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신상숙 팀장은 “어제(4월 17일) 오전 10시까지 살처분 현장에 투입돼 전염병대응센터에 직접 관리대상으로 등록된 인력이 6600명을 넘었고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오늘(4월 18일)까지는 더욱 많이 늘어나 9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문제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신 팀장은 “신종인플루엔자(PI ; Pandemic Influenza) 발생 시 사회·경제적 피해는 가금류 도살처분으로 인한 축산관련 산업 및 교역 및 유통산업 위축, 국민들의 경제활동 참여 및 노동생산성 저하, 물류·정보통신 네트워크의 효율성 저하, 수출 및 여행수요와 대인접촉을 요하는 서비스 수요 감소, 소비둔화 및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기업투자 위축, 사회 불안감 등 사회적인 혼란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15.1%의 GDP 감소 및 27조 6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발생이 추정 된다”고 첨언했다.

	1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위기관리상황팀 박우식 팀장. 2 (사)한국BCP협회 정영환 사무총장. 3 (특)기업재해경감협회 충청지부장 강희조 교수(목원대).

살처분과정서 침출수 2차 오염
한편 조류독감 확산으로 감염 오리에 대한 살처분과 매몰작업과정에서 상당량이 침출수 차단 비닐막 등 환경시설 없이 무분별하게 매립되고 있어 지하수 오염 등 심각한 2차 환경오염이 우려 되고있어 신 팀장이 제기한 사회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명숙 전 환경부장관도 한 국무회의에서 “가금류를 살처분해 땅에 묻으면 침출수가 발생해 환경을 오염시키므로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주민들은 “방역 당국의 안이한 대처로 향후 더 큰 문제가 우려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는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되면 톱밥을 뿌리는 등 사후조처하고 관리인을 따로 두어 감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지 방역 인력이 추가 조류독감 감염을 막기 위한 소독활동에 매달려 현장 감독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살처분 양계농장 부근 주민들은 “썩은 닭과 구덩이에 뿌린 생석회가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200℃ 이상의 고열이 발생, 침출수가 끓어 오르고 악취가 발생한다”고 대책강구를 촉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회안전망, ‘국제표준 제정 과정’ 감안

	재난관리를 이해하고 있는 지역별, 분야별 재난관리사, 지도사, 기술사, 교수 등 100여명은 강희조 교수를 대표로 '사회안전관리 현장'을 낭독하고 있다

마지막 주제발제에 나선 정영환 사무총장은 “앞서 여러분께서 다양한 사회안전망의 현실을 진단해주고 대안까지 제시해 주셨는데 저는 ISO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정부도 그렇고 분야별 많은 전문가들이 재난, 재해에 대해 정의하고 정리하는 데 ISO에서는 의도적 재난과 비의도적 재난 두 가지로 명쾌하게 정의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어 “52개국이 ISO 재난관련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고 현재 3개 워킹그룹에서 실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는 5월 한국에서 제5차 ISO 총회를 갖고 올해 가을에는 ISO 22399가 국제 표준으로 확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기본방향을 만들었는데 ISO의 표준 제정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우리나라의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재난 관련 용어도 ISO에서 정리하고 있는 데 현재 180개 단어가 통합됐고 120개 단어가 완성됐으며 올해 가을까지는 120개에서 150개 정도의 단어가 한글로 표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섯 명의 주제발표에 이어 강희조 교수(목원대)의 사회로 토론도 진행됐다.

재해경감지원법 시행규칙 7월 시행 목표
토론회 참석자 중 한명은 “2007년 7월 19일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됐고 시행령도 만들어졌으나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아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들이 자율활동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의 범위나 정도가 확정되도록 노력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정영환 사무총장도 “시행령을 시행하기 위해 부처간 협의를 하고 있는 데 기업의 자율활동을 지원하는 부분은 세금 부분과 관급공사 등 입찰 참여시 가점을 주는 것 등 적정정도에 대해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는 6월말까지는 시행규칙을 만들고 7월부터는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의 전문가 양성 방안 마련 중
토론회 참석자 중 또 다른 한명은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난관리사나 재난관리지도사 등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할 것 같은데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된 사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국가 재난관리 전문가 양성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박우식 팀장은 “우수인력 개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문대학원 등 교육기관 개발까지 구상하고 있다”며 “경찰대학, 소방대학, 세무대학 등 특수한 형태의 전문가 양성 기관들이 있는 데 이 부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영환 사무총장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가능한 최대한의 수치를 본다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전문가 인력 양성 프레임이 가능하고 국가 내부에서 필요한 재난관련 전문가 필요 부분도 통합돼야 한다”며 “기대할 만한 것도 진행되고 있고 국가 재난관리전문가 부분에 진행되는 것이 있다”고 전문가 양성과 관련 실질적 논의가 있음을 언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마친 참석자들과 재난관리를 이해하고 있는 지역별, 분야별 재난관리사, 지도사, 기술사, 교수 등 100여명은 강희조 교수를 대표로 ‘사회안전관리 헌장’도 낭독하는 행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