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CI 유종기 한국대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북 김제뿐 아니라 정읍에서 발생한 AI도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고병원성 (H5N1)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위기관리상황실을 확대 운영하고 있고,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방역작업에 나서는 등 분주하다. 실제로 세계 보건 기관이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때는 홍콩에서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을 확인한 1997년이었다.

그 당시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축을 통해서만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옮아가는 바이러스로 돌연변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사람끼리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단계에 이르면 온 세상에 전염병이 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여러 방향에서 지켜보아야 한다.

10만명 이상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 그 중 10% 정도는 매일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간다. 감염에 노출되는 문제를 떠나서, 이 직원들이 공항, 터미널 등에서 검역을 받느라 입출국을 못하거나 공항이 아예 폐쇄되든지 하여 대중교통 수단도 끊겨 수 주 동안 발이 묶인다면, 회사는 회사대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출장을 다녀온 직원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특히 약한 연령층은 20대에서 40대라고 한다. 이 나이 대 직원이 병에 걸려 출근하지 못하면 회사 신입 사원이나 은퇴를 앞둔 직원만 남을 것이다. 가장 많은 일을 가장 왕성하게 할 직원이 없는 회사를 상상해보라! 다른 여러 회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앞 다투어 보도하고, 많은 사람이 자주 화제로 삼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 위험성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진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를 크게 두려워하던 때가 있었지 않은가? 지금은 한고비를 넘겼는지 잠잠해졌다면서, 조류인플루엔자도 크게 걱정할 것 까지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지난 600여 년 동안 세상에 3 차례 전염병이 돌았는데, 전 세계 인구의 3%가 희생되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인플루엔자로 5,000만 명이 죽었다.

1950년대 후반에는 아시아에 유행성 독감이 돌았고, 1968년에 홍콩 독감은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염병이 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개인과 기업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과 충격을 미칠지, 어느 정도 일지 미리 짐작하고 어림잡아 수치로 정량화해서 따져볼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무엇보다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점은 기업이 이 문제가 얼마만큼 위험할지 제대로 알고 있고,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최악의 상황 예상하기
2006년 당시에 조류인플루엔자로 피해를 입은 나라는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30여 나라에 불과했고, 대부분 가축만 피해를 입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람 감염자는 250명이 넘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H5N1 바이러스가 전염병을 일으킬 수준으로 돌연변이를 거쳐 진화할 때 벌어진다.

60일 정도면 이 병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고, 이에 비해 백신 개발 등 치료가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여러 달이 걸린다고 한다. 이전에 돌았던 전염병의 역사와 결과들로 미루어 보면, 앞으로 나타날 조류인플루엔자는 그 영향과 충격의 강도나 퍼지는 면적, 기간이 일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 영향이 6주 이상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1,2 전염병이 돈다면 인간의 모든 활동에 있어 제약을 받는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가해질 영향력과 충격은 만만치 않다. 극한 상황으로 파급되지 않기위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WHO의 보수적 추정치를 인용하여 최소 240만 명에서 7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고, 심하면 사망자가 3억 5,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기관도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나운 기세로 온 세상에 퍼지면, 인류는 이제껏 겪었던 그 어떤 재난이나 사고보다 더 끔찍한 위험에 처할 것이다.

2006년, IMF에서 발간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세계 경제와 금융에 미칠 영향과 IMF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서 “교통수단과 대중매체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가 대단히 빠르게 하나로 묶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도 더욱 빠르게 퍼질 것이다. 따라서 공중보건과 약물 공급 체제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운영하여야 대응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염병이 돈다면 사실상 인간의 모든 활동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간단하게 주요 관심 영역 별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기업 활동 : 금융시장이 장기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국경이 닫히면서 해외 무역도 단절된다. ▷ 생필품 : 식품, 물, 의약품 같은 생필품 공급 물량이 위험 수준까지 내려간다.
▷ 보건의료 : 질병이 널리 퍼져 기근과 탈수증으로 의료진이 부족하고, 병원 수용 공간도 부족해지며 없어서는 안 될 의약품도 공급이 크게 줄면서 의료 체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약해져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 제공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 사회질서 : 폭동이 일어나고, 약탈과 범죄가 만연되며, 경찰과 군대도 질병으로 인원이 줄어 사회 질서와 치안을 원상태로 돌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악화된다.
▷ 세계경제 : 병원, 교통통신 및 서비스 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가장 심하게 타격을 입는다.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져 손익을 맞추느라 압박을 받는 금융기관이 생기고, 소매 업계와 주택 시장과 관련 업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궁극적으로는 놀라움과 두려움에 빠져 세계는 집단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위의 내용은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퍼진 극한 상황을 짐작해본 것이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은 수준으로 퍼진다 해도 실질적으로 입을 손해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현재 수준의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3단계라는 등급으로 지정, 1에서 6단계로 질병이 번진 정도를 등급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인도네시아에서 7건이 발생하자 WHO는 현재 수준을 3단계에서 4단계로 그 수준을 올리려고 생각 중이라고 한다. 4단계면 전염병이 돌지는 않는다. 하지만 4단계로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선언한 나라도 있다. 극한 상황까지 치달아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 미연에 전염병을 처음부터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질병

	글로벌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에서 수행한 설문조사결과 경영진들은 조류인플루엔자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를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기 때문에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백신을 개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공급하기에는 생산 물량이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이내 생산 공정을 확보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염성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나서 이를 치료할 충분한 양의 백신을 생산하기까지 적어도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만약 백신이 효과가 있다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데, 이는 한번 감염된 적이 있으면 다음 감염 때 치료약이 훨씬 잘 듣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의약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타미플루(tamiflu)라는 백신이 유명한데, 최근에 와서 타미플루도 잘 듣지 않는 인플루엔자가 나타나면서 그 효능이 의심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효능은 둘째 치고 충분히 공급할 수는 없는 형편이고, 미국의 경우 CDC가 비축하고 있는 타미플루로는 성인 환자 550만 명을 가까스로 치료할 수 있다. 이는 현재 3억 명이 넘는 미국 인구를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양이다. 전염성 질병 연구 및 정책 본부(Center for Infectious Disea se Research and Policy)의 보고자료를 인용하면, 백신을 맹신할 수 없으며 실제로 전염병이 발병한 후 처음 6개월에서 8개월까지는 치료에 쓸 백신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IOM)에서 펴낸 보고서에서도 “미국 비상 의료 지휘체제는 전염성 질환이나 생물학적 테러, 자연재해 같은 대규모의 보건 위기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역량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에 시달리며, 자금도 부족하다. 위기 단계에 맞춰 협력하고 정보를 주고받기에는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전국 규모로 재난이 닥치면 이에 대처할만한 응급 인력은 물론 훈련 받은 ER(응급실) 직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전체 활동 ‘올 스톱’

	조류인플루엔자 대책반을 갓 구성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부서와 책임자가 없다고 대답한 기업도 1/3을 차지했다

전염성 질병이 사업 활동과 상업 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국내에서는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염병이 크게 돌면 유통·물류망이 제 기능을 못하고, 감염자가 사망하면서 노동력도 크게 줄어들며, 거래처가 계획한 시간에 맞춰 제품을 대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일국의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모든 활동이 잇따라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일반 가정에서도 역시 일상생활에 크게 불편을 겪을 것이다. 미국 보건후생부의 보고서를 인용하면 바이러스가 전염병 수준으로 번지면 10명 중 4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감염된 노동자뿐 아니라 감염된 가족을 간호해야 하거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노동자, 또는 검역하려고 강제 격리된 지역에 사는 노동자를 모두 포함해 계산한 수다.

‘만약’이 아니라 ‘언제’의 문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끔찍한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자니, 지구가 당장 멸망이라도 할 듯 온 세상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야단을 떨었던 Y2K 사태가 떠오른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는 그 당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Y2K를 지금에서 생각하면 정말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를 대비하느라 쏟아 부은 시간을 따져보면, 수백만 아니 수억만 시간이 넘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Y2K때는 무슨 일(what)이 벌어질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언제(when) 일어날지는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조류인플루엔자 문제가 Y2K와 확연히 다른 점은 지금 전염병을 놓고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조금 내다볼 수가 있는데 언제 일어날지는 전혀 모른다는 점이 크게 다르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전염병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2003년에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이 돌았을 때를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면 유행성 독감이 터질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 SARS는 환자수로 보면 엄청나게 무서운 질병은 아니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 8,078명이 걸렸고, 775명이 사망했을 뿐이다. 하지만 캐나다는 SARS로 여러 주 동안 토론토 시를 격리시켜야 했고, 1조 원(10억 달러)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입은 경제적 손실도 모두 합해 40조 원(400억 달러)에 달했다.

	1,2 조류인플루엔자가 감염됐을 경우 살처분하고 위험권내에 있는 지역은 계속해 방역작업을 벌여나가야 한다

BMO 금융그룹의 보고에 의하면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전염병이 돈다 해도, 처음 3달 동안 전 세계가 입을 경제 손실이 모두 1,100조 원(1조 1,000억 달러)에 이르고, 미국이 그 중 220조 원(2,200억 달러)을 차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전염병이 더 넓은 지역에 돈다면 세계가 입을 경제 손실이 모두 3,200조 원(3조 2,000억 달러)이며, 그 중 미국이 670조 원(6,70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금처럼 적기공급방식(just-in-time, 재고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하된 재료를 곧바로 제품의 생산에 투입하는 상품관리방식) 기준의 글로벌 공급망체제는 전염병 창궐과 같은 재난 시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기준 체제는 유통 시간이 가장 적게 들고 재고를 전혀 남기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실 정확한 시간에 재화와 서비스를 유통한다는 생각은 대단히 훌륭하고 멋진 개념이지만 유행성 질병이 돌 때는 전혀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유통망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인플루엔자
유행성 질병은 너무 막연해서 남의 일 같고 진짜로 닥칠 일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대부분 기업들은 자연재해가 생기거나 테러를 당하거나 전자금융 도난사고가 터졌을 때를 대비해 대책을 세워두고 있다. 그런데 유행성 질병(Pandemic Flu)에 대비해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기업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무사안일 태도는 질병통제센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시한 상황, 즉 미국에서만 수백만 명이 병에 걸리고 10만 명이 죽는 일이 벌어질 쯤에야 기업들은 슬슬 대응책을 마련해보려고 회의실에 모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한다. 2005년 말 글로벌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Deloitte & Touche)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대형 회사들이 유행성 독감에 대비해 대책이 있는지,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지, 대응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았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경영진들은 대개 조류인플루엔자가 미국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설문답변에서 한 가지 모순되는 점은 경영진들이 애써 자기 회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는 것이다. 사실, 응답자의 60%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사업에 위협이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으며, 위협이 된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보고 있었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전북 김제, 정읍,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AI도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 고병원성(H5N1)인 것으로 확인 됐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유행성 독감이 발생하면 회사를 안전하게 지킬 대책이 있다고 믿는 응답자가 14%에 불과했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조류인플루엔자 대책반을 구성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설문에 참여한 경영진의 3분의 1은 전염병 대책만 맡는 부서나 책임자도 없다고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39%나 되는 응답자들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무슨 수로 회사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느냐고 대답했다.

대책을 세웠다는 회사에 다니는 직원조차도 영향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는 태도였다.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 내린 결론은, 많은 기업들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지 안 될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앉아서 기다리고 지켜보자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태도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회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경영진도 대부분 준비를 하긴 하지만 제대로는 아니라고 인정했다.

준비하고 있는 기업 Vs 그렇지 못한 기업
영국의 비즈니스연속성관리(BCM)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뉴스포탈인 컨티뉴어티 센트럴(Continuity Central)에서 인터넷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75% 가량이 유행성 질병에 전혀 대비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R 컨설팅 전문회사인 왓슨 와이어트(Watson Wyatt)도 미국 기업의 15%만이 유행성 독감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세워두었다고 조사에서 밝히고 있으며, <비즈니스위크>에서는 6개의 미국 전기회사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유행성 독감이 돌 경우 전력공급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특별대책이 있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고 조사되었다.

갈수록 세계가 작아지고 나라와 나라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기 때문에 국제 유통망도 갈수록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유통망이 무너졌을 때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전 세계 7만 다국적 기업과 69만 해외 제휴 업체가 입을 영업 손실 규모는 1경 9,000조 원(19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하는 보고 자료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어떻게든 우리가 손실을 입을 것이고, 그것도 상당히 많이 영향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시장에서 식료품을 사는 일상적인 일부터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이 글로벌 공급망과 실시간 재고관리체제의 영향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두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심하게도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작은 규모의 전염병 대비책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현재까지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BCP(국내에서는 영업연속성계획으로 명명·소개되고 있으며 BCM, 비즈니스연속성관리와 같은 개념)를 들 수 있으며 특히 인프라 성 업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력, 수도, 정유 및 금융인프라 운영 기관 등에 대해서는 이의 확실한 도입과 구축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6년 한국은행에서 ‘조류독감이 경제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 특히 금융시스템 운용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여 대다수 국가에서 개별 금융기관 및 금융인프라 운영자들이 조류독감 감염 등으로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BCP를 수립해야 하며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앞에서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계속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준비를 잘하고 있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범이 되는 기업을 몇 가지 간추려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인텔(Intel)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직원에게 전자 뉴스레터로 유행성 독감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비상 시 질병이 돌지 않는 나라로 생산라인을 옮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두었다.
▷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s)은 승무원에게 위생 및 보건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 도이치 은행(Deutsche Bank)은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특별 응급대책을 세웠다. 감염 지역에 직원이 살고 있으면 이사를 시킨다든지 경제적 영향을 미리 계산해 놓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 네델란드 은행인 ABN 암로(ABN Amro)는 전 세계에 있는 지사가 전략적으로 힘을 모아 유행성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응급대책을 세울 실무 팀을 구성했다. 모든 직원에게 유행성 질병의 증상에서 대응 방법까지 교육시킬 계획이며, 치료 약물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약물을 사재는 일이 없도록 윤리 의식을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또한 지사가 있는 나라는 모두 각자 처한 보건 환경을 감독하는 실무 팀을 새로 만들라고 권유하고 있다.
▷ 보잉(Boeing)은 유행성 질병 대책 팀을 구성했으며, 이전의 재난대응계획을 토대로 다른 재난에는 없는 특이한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있다. 사실, 보잉과 같은 거대 항공 기업은 진작부터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지금은 이전 규정에 새 규정을 더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유행성 질병에 대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검토 중이다.

질병이 가져 올 위험 간과하지 마라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국경을 폐쇄 상황까지 치닫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질병이 가져올 위험에 대비하려면 가장 먼저 더 많은 기업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행성 질병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 정부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물론 믿을만한 정보를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정부의 지도와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기업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대책이 없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분명히 믿어야 한다. 정부는 안내 자료를 제공한다든지 모범 실천사례를 소개한다든지, 대책을 세우는데 방해가 되는 문제를 법률적으로 구제하는 방식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래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 조류인플루엔자 경각심 일깨우기 사업: 기업 임직원들이 조류인플루엔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고, 공중보건 지침을 배울 수 있는 학습 과정을 만들어 우리 회사가 이를 대비하기 위해 무슨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다.
▷ 조류인플루엔자 인력자원 관리 안내책: 비상 시 사무실 문을 닫는 일, 근무 시간을 정하는 일, 수당, 직원 여행을 비롯해 직원을 관리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안내서
▷ 조류인플루엔자 여행 준비 안내책: 각 위험 단계 별로 여행자가 따라야 할 지침 안내
▷ 위생과 안전 안내책: 직원과 위생, 식품 안전, 사회적 격리, 백신, 바이러스 진단, 치료, 예방을 비롯한 질병 관련 문제를 가이드 하는 안내서
▷ 조류인플루엔자 공지 양식: 조류인플루엔자 위험 단계 별로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기업 임직원에게 보내야 할 전달 사항이나 공지 형식과 내용을 예로 들어 놓은 것

실제로 기업들이 위기에 닥쳤을 때 정부에 알아서 해주기를 즉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나, 리스크의 궁극적인 책임은 개별 회사에게 있으며, 자기 회사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해야 직원과 주주 그리고 고객을 조류인플루엔자가 미칠 영향에서 보호할 수 있는지 스스로 그 방법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사람에 전염되는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다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약물 생산 및 공급 역량을 보면, 치료에 들어가지 않으면 위험한 시간 안에 백신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정부가 제공한 조류인플루엔자 단계 별 시나리오를 보고 어느 단계인지 재빨리 확인해 효과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닥쳐올 전염병이 여러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것이라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단체, 기업, 기관은 이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기업과 기업인들이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는 일에 앞장설 경우, 그 누구보다 크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더는 미룰 수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