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한동우 교수

우리나라는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해와 인위적 재난에 대해 전국적인 비상 동원 체제에 가까운 구호 및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공공부문의 재난관리체계와 재난수습체계 그리고 민간부문의 구호체계와 지원체계가 협력적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특히 민간의 구호체계는 사회복지 및 자원봉사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조직들과 각급 학교 및 종교단체 그리고 기업의 자원봉사조직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하여 지역별 자원봉사협의체, 각종 사회복지기관 및 자원봉사단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교회, 사찰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자원봉사 조직들이 포함된다. 재난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역할은 국가가 헌법적 책임과 의무에 의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난이 발생하게 되면 국가는 공공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동원하여 국민들을 재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재난 피해로부터 국민들을 신속하게 구호하고 항구적으로 복구하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빈발하는 자연재난과 인위재난으로 인해 국가체계만으로는 이를 총체적이고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재난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고 하더라도 모든 재난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예측 시에도 그 규모와 범위는 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도화된 대응체계 만으로는 모든 재난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재난 관리는 국가의 행정체계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재난 발생 시 시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인명구조와 피해복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재난관리 영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기여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재난 자원봉사자의 필요성 및 자원봉사활동의 실태를 살펴보고 재난 자원봉사자 양성 및 교육의 필요성을 논의하며, 자원봉사자 교육체계의 국내외 사례 소개와 함께 우리나라 재난 자원봉사 교육체계의 효율적 구축을 위한 방안 등을 2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1,2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재난 발생 시 이뤄지는 자원봉사활동은 국가차원의 응급구호활동 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다양한 재난상황으로 인해 그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재난관리 자원봉사활동, 공공부문과의 협력체계 필요
현재 우리는 수많은 위험들에 직면하여 지역사회의 위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율적 대응체계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와 태풍 등의 천재(天災)뿐만 아니라 화재와 붕괴, 폭발, 테러, 환경오염 등 각종 인재(人災)로 사람들은 불안과 긴장감 속에 살아간다. 현대사회가 이러한 대재난을 당하면서도 그나마 상황을 수습하고 사회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국가의 노력 뿐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원봉사 활동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재난 자원봉사활동은 복구작업에 있어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역량 없는 '노력봉사'정도의 활동으로 인해 재해구호에 있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자원봉사자 역량에 따른 활동분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인명구조 및 피해복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재난에 대한 사회의 대비는 국가 보다는 시민사회영역의 활동이 훨씬 앞선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과거 국가체계에 의한 재난관리 시스템이 제도화되기 이전부터 시민사회영역에는 재난관리를 위한 나름대로의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자연재난과 인위재난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우리 사회는 몇 번의 커다란 위기를 경험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체계적인 자원봉사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예방차원의 자원봉사활동 역시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에서는 재해예방, 응급대응 및 재해복구에 관한 방재대책을 마련하여 국민이 재해에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예고 없이 발생하고 엄청난 규모를 보여주는 재해특성으로 인해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신속한 재해대응과 재해발생이전의 생활환경으로 복귀하지 못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난관리에 대한 이러한 미흡함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 민간단체 그리고 정부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재해경감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방재문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이미 방재선진국에서는 정착된 문화로서 국가의 책임한계를 국민에게 인지시키며, 민간단체 및 국민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방재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 발생 시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정부의 태만에서 비롯된 것 보다는 재난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근무지역과 인원의 부족, 접근로의 차단 등으로 인해 활동이 늦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한계를 분명히 하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책임을 가지고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역량’ 있는 자원봉사자 활동 절실
현대사회에서의 재난은 매우 복합적이고 대규모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피해 양상 또한 다양한 측면을 갖게 되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일반적인 자원봉사자의 역량만으로는 이러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재난의 양상에 따라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필요하게 된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때의 경험은 이러한 전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당시 민간 자원봉사자들은 매우 헌신적으로 구조 활동에 참여했으나, 무분별한 현장 출입으로 인해 현장의 수습작업에 많은 혼선이 빚어졌다. 또한 구조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 현장에서 필요한 조명이나 구조장비에 대한 전력공급과 통신 수단의 활용능력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으나, 이러한 전문적인 대비 능력이 현장에서는 매우 부족하여 참사 초기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가 됐다.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때에는 당시 각 자원봉사단체들이 급식, 간식제공 및 생필품 지원과 같은 활동을 주로 했으며, 통신업체들은 유가족들에게 휴대폰으로 위치추적 서비스를 제공했고, 한편에서는 진료 및 투약, 전문 상담 등 다양한 전문적 활동들을 전개하기도 했다<표1>.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전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조직 간 연계 미흡으로 효과성 아쉬워
재난 지역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은 사전에 다양한 준비와 교육을 필요로 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시 자원봉사활동의 문제점들을 보면, 자원봉사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는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정부기관들 조차 기본적인 준비태세와 소양교육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 재해구호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호관련 민간 조직들의 활동 간에 조정과 연계가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대한적십자사나 전국재해구호협회, 자원봉사센터와 같은 전국 조직들은 나름대로의 활동체계와 구조에 따라 구호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 두 조직도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지역조직 없이 전국단위의 중앙조직만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구호활동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조직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어 활동의 신속성과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2003년 자원봉사센터의 실무자들과 구호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이 일원화되지 않음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재해지역이나 대상, 시기에 따라서 구호물품이나 자원봉사 등 도움 중복 및 부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중복은 자원배분에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특정지역에서의 중복은 다른 지역에서의 서비스 부족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호활동에서의 공정성의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문제들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 간의 화합이나 연대가 파괴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의 중복은 행정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상당 부분의 재해 구호물품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전달되는 우리나라의 재해구호체계 하에서 물품 지급의 중복이나 부족은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야기 시킨다. 특히, 구호품을 배분하는 일을 맡고 있는 일선 행정조직의 공무원들이나 마을 이장들에 대한 불만이 결국은 지방행정조직에 대한 총체적인 불만으로 확대되어 지자체에 민원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는 재해구호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해구호물품의 배분을 지자체나 공공행정조직이 담당하는 것도 문제다. 공무원들은 행정의 책임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호물품의 배분에 있어 지극히 관료주의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피해주민(가구)의 수보다 적은 수의 물품이 접수되면 공정성의 문제가 야기될 것을 우려하여 아예 배분을 하지 않는다든지, 나머지 물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구호활동에 있어 공정성을 유지하는 의사결정은 될 수 있지만 신속성과 효과성 측면에서는 심각성을 드러낸다. 실제로 재난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구호활동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호활동에 있어서의 조정과 연계의 부족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기간과 관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재난 발생 직후 피해지역으로 와서 구호활동을 전개하기 때문에 이들 중 상당수는 2~3일 이내에 구호활동을 마치고 돌아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호활동에 있어 응급구호에 비해 사후 복구활동이나 일상 생활로의 복귀를 위한, 혹은 일상 생활로의 복귀 이후의 문제들을 돕는 구호활동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기업들의 재해구호활동은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를 앉고 있다. 기업들이 재해구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만큼 기업의 이미지 및 홍보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찌보면 이는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재해구호활동에 있어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의 활동도 전체 구호활동의 체계 내에서 반드시 조정되고 연계될 필요가 있다.

능력 및 기술 효율적 활용이 관건
한편 재난이 발생하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을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효율적인 재난 자원봉사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재난 발생 시 동원되는 각종 전문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하는 면에서 미흡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인력과 기계·장비 등을 요구하고 다른 행정구역의 협력이 필요하다. 재해의 종류에 따라 특수 장비의 필요시에 어떻게 준비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다. 다양한 자원봉사자의 능력과 기술을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각 개인의 보유기술이나 능력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구조나 복구작업의 일부를 맡길 때 얼마나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지 예상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각자의 능력과 의사에 따라 사전에 역할을 배분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원봉사활동을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국가적 재해나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학생·교직원들이 피해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이는 등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직접적인 재해구호와 관련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노력봉사’ 정도의 도움이라는 점이다. 재해구호와 관련된 최소한의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참여는 경우에 따라 피해복구와 재해구호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생들과 같은 미숙련, 비전문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역할 분담과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전문’ 교육 프로그램 시급

	재해구호활동에 있어 필요한 지도자 육성을 위한 교육 현장모습

재난 자원봉사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생계와도 직결되는 문제들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활동일 수밖에 없다. 자원봉사자 교육은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활동하는데 필요한 지식, 역량, 가치관 등의 자질을 배우고 갖추기 위한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으로서 피해 최소화를 위한 효과적인 자원봉사활동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자원봉사활동은 선의의 동기와 이타적 태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사회 내의 공익적 서비스를 공급하는 체계의 일부로서 활동하는 것이며,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공익성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이나 태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 활동의 영향이 타인, 지역사회 그리고 넓게는 국가사회에까지 미치는 것이므로 사전에 충분한 교육 및 훈련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재해구호와 관련된 전문 자원봉사활동 조직이 많지 않아 이러한 상황을 가정하여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조직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한적십자사, 전국재해구호협회, 한국자원봉사센터협의회 정도가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정도이다.

민간 자원봉사조직들이 재해구호와 관련한 명확한 행동지침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이러한 사정으로 구호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재난의 특성이나 피해자들의 특성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와 지식을 갖지 못한 채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고, 이것이 재해구호에 있어 장애요인이 되기도 하며, 피해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재난 자원봉사와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이 시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충분한 교육과 준비를 거쳐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해의 종류와 정도, 피해 규모와 양상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행동요령과 지침, 매뉴얼 등을 갖춘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