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재해구호협회 이은애 구호팀장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환경, 기후요인의 상호작용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자연재난은 더 빈번해지고 그 강도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2007년 7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운영하는 한국기후변화협의체가 개최한 기후변화 전문가 워크샵에서 “온실가스가 현재의 2배로 늘어나면, 태풍은 슈퍼태풍으로 커지고, 이 경우 ‘루사’, ‘매미’같은 기록적 태풍보다도 초속 10미터 더 강력한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태풍과 호우를 포함하는 재난의 피해 규모는 매년 더욱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지역에서의 초동대응과 구호활동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고질적 문제점의 반복은 그 자체가 지역중심의 재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음을 함축하는 것이며, 국가차원의 재난관리정책이 지방정부단위에서 자율적, 효율적으로 실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정부의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지역 재난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2007년 발생한 태풍‘나리’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의 구호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재난대응현황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구호정책의 민관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한국의 재해구호체계의 현황 및 문제점과 재해구호 서비스 공동생산 측면의 이론적 고찰 및 재해구호서비스의 공동생산 활성화 방안을 2회에 걸쳐 본지에 연재 한다.

재해구호 행정기관 연계 미흡

	1,2 지구온난화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재난은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강도와 형태까지 다양성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해구호활동은 공공 부문의 재난수습체계와 민간 부문의 구호 및 지원체계에 의해 실시된다. 재해구호법에 따르면 구호의 대상은 재난피해를 입은 이재민과 일시대피자로 구호의 종류는 1)임시주거시설의 제공 2)급식 또는 식품·의류·침구 그 밖의 생활필수품의 제공 3)의료서비스의 제공 4)전염병 예방 및 방역활동 5)위생지도 6)장사(葬事)의 지원 7)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으로 두고 있다(재해구호법 제4조).

이 중 임시주거시설제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호가 행정기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재해구호활동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재해구호체계는 전국적인 구호조직과 각종 자원봉사단체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자원봉사단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활동은 가장 활발하고 왕성하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과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활동을 하는 단체들 간의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편중되거나 중복되는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 부문 재해구호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비상설 조직으로서 재정 및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실질적인 권한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재난에 대한 전문성이나 민감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을 태풍 ‘나리’ 피해를 입은 지역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응급대응력 떨어져
2007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나리’ 피해지역인 제주도에서는 태풍이 북상함에도 불구하고 경계나 대피령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되고 있다. 제주도 의회는 2007년 10월 2일 도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 김태환지사로부터 태풍 피해 복구 추진상황을 보고받고 “집중호우에 의한 불가항력 외에도 ‘인재’가 피해를 더 키웠다”고 했으며, 제주도의원인 김병립, 문대림, 박명택, 신관홍의원은 “재난 경보와 재해관리, 지휘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며 “마을앰프방송 등을 통한 주민대피안내, 공무원의 재해위험지구 순찰 활동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태풍 ‘나리’ 등에 따른 피해는 사전에 예고되고 있었다. 9월 15일 이전부터 집중호우와 태풍 내습 등에 따라 피해가 우려된다는 예고가 이어졌지만 도는 이렇다 할 대비에 나서지 않았다. 흔한 현수막조차 거둬들이지 않았는가 하면 집중호우로 도심지 도로 배수 문제를 감안, 우수관을 열어두는 등 기본적인 대응도 없었다. 긴급 대응 시스템도 마비상태였다.

	1,2 태풍과 호우를 포함한 재난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초동대응과 구호활동에는 여러가지 고질적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남동 성환상가 주변 복개구간을 중심으로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돼 교통대란이 발생됐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현장에 단 한명의 공무원도 배치되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가 하면 도심지 하천 범람이 9월 16일 오후 1시에 집중됐지만 이를 알리는 재난문자는 3시 이후에야 발송되는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민에 대한 구호서비스도 응급구호기간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재해발생 후 이틀 동안 제주도에서 실시한 현지주민들과의 면접조사에서 주민들은 “갑작스런 피해로 인해 구조 및 구호를 요청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또한 “동사무소에서 대피 등의 예보나 경보를 듣지 못했고, 임시대피소나 식사제공에 대한 정보제공이 없었다”고 토로하였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재해당일부터 사흘 동안 가장 필요했던 구호품을 음식물이라고 대답했다.

아쉬운 협력적 구호체계
태풍 ‘나리’ 피해지역인 제주도의 도의원들은 “피해 발생 후에 제주도와 행정 시, 읍면동, 소방당국 간 협조 체계 없이 중장비 확보와 지원인력 배치 시 읍면동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며 행정기관간의 협조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행정기관과 NGO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신속한 구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6년 피해를 입은 강원도의 경우에도 평창군청이나 인제군청 또는 각 면사무소에서 구호물품의 상·하차에 공무원이 동원되었다. 이에 대해 평창군청의 한 관계자는 피해의 장기화에 따른 의연품 하역에 공무원이 동원됨으로 인해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의연품 하역작업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하며, 의연품 상·하차 인력에 대한 예산확보를 개선사항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워크숍에서, 온실가스가 현재의 두배로 늘어날 경우 '루사', '매미'보다 더 강력한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 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렇게 구호물품 접수·하차를 비롯한 구호센터 운영에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공무원들이 구호물품 접수·배분업무에 집중되어 도청이나 군청에는 외부에서 지원물품이 수시로 도착하지만, 재난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는 차량이나 인력 조달이 되지 않아 신속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피해발생 초기에는 외부 자원봉사자가 자원봉사활동을 신청하면 아무런 조사 없이 그대로 면사무소에서 접수하였다가 일정 기간에 봉사자가 지나치게 집중되어 활동을 포기하고 되돌아가거나 차량정체로 피해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를 돌려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시군구청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읍·면·동사무소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이 상이하여 물품의 편중이나 중복이 발생하였고, 자원봉사자에 대한 수요파악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사무소에서 자원봉사자를 배치함으로써 자원봉사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전체 75가구 중 43가구가 피해를 입어 113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강원도 인제군 가리산리의 경우 평균 200~3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방문했고, 최고 850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오는 등지나치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봉사자들이 일감을 찾지 못해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는 자원봉사 수요에 관련한 정보가 재난 현장에서 면사무소로 제대로 제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원봉사배치가 이루어진 데에서 나온 문제점으로 분석된다.

즉흥·유연성 요구되는 재난대응
재해구호서비스는 주로 재난관리에서 대응단계와 복구단계에 제공된다. 재난과 관련된 서비스의 특성을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첫째, 재난과 관련된 서비스는 수요의 불확실성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지을 수 있다. 재난은 일반적으로 예측 불가능성과 유형의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러한 점은 재난관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재난관리 서비스는 재난의 유형과 정도, 특성 등이 매우 다양하여 자산 특정적이고, 개별 서비스 수요자들마다 고객화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은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이질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 이런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민간 부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과도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

셋째, 재난관리 서비스는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높은 시간적 압박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매우 높다. 넷째, 재난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반복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즉 점차로 재난의 발생빈도가 증가하는데, 이러한 잦은 재난의 발생은 재난관리와 관련된 당사자들 간의 거래빈도 및 반복적인 활동의 수행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난관리 서비스는 재난에 의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거나, 또는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비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는 사적인 영리기업이 개입하여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적부문의 점유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재난의 유형과 정도의 다양성,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정부가 획일적으로 제공하기보다는 민간부문의 다양한 서비스 공급자들의 협력이 필요한 서비스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난피해지역의 구호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장성, 즉흥성, 유연성이 요구되는 재난대응에 기본적으로 행정기관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행정기관과 민간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의 부를 재배분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기 때문에 배분이 가능한 부의 양에 의해 행정서비스의 수준도 정해지는 것이며,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사회서비스가 필요하게 되지만 그 모든 서비스를 행정기관에서 완벽하게 수행할 수는 없으므로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민관협력은 행정기관과 시민단체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간협력시스템 구축을 재해구호라는 공공서비스에서의 행정기관, 시민단체, 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생산(Coproduction)의 적용을 통한 협력방안을 찾는 작업이 요구된다.

공동생산 개념부터 알아야
공동생산이란 용어는 1970년대 후반 공공선택접근을 주창한 Vincent Ostrom과 Elinor Ostrom이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진국 주요도시들의 재정 위기 및 주민들의 조세 저항 상황에서 주로 도시 공공 서비스 공급과정에서의 민간 참여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공동생산은 전통적인 시민참여와 구별되나 구체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학자들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재난관리 서비스는 이질적인 욕구로 인해 공공부문 노력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다. 민간부문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먼저, 공동생산은 ‘공공서비스의 공급에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서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정부의 공공서비스 생산과 유사한 결과를 이루려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서비스 생산 활동’(Clary, 1985), 또는 ‘정부기관 내에서의 활동과 정부기관의 후원아래 이루어지는 공공서비스 공급 자원봉사활동’(Brudney, 1990)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한편 Parks(1981)등은 공동생산의 개념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정의하였으며, 대부분의 경제 이론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명확히 구분 짓고 있으나, 공공 서비스의 공급에서는 경제이론에서와 같이 명확한 구분을 지을 수 없다고 하였다.

Sharp(1980)는 공동생산은 공공 서비스가 시민의 활동과 정부 공무원들의 활동의 합작품이라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고, Warren(1984)등은 공동생산을 도시서비스의 생산에 기여하기 위해 시민과 공무원과의 사이에 행해지는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하면서 양자의 협력행위(conjoint behavior)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Whitaker(1980)는 공동생산을 공공서비스의 공급에 일반 시민, 특히 서비스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들을 토대로 공동생산을 ‘시민이 서비스 공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공서비스의 공급형태와 내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재해구호서비스의 공동생산은 ‘재해구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구호기관인 행정기관의 구호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개념화한다.

형평성과 신속성은 신뢰도 높여
재해구호서비스는 신속성과 정확성과 형평성이 요구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당장 머물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의 지정과 운영 및 급식활동의 경우 신속성이 가장 요구되는 서비스이다. 또한 이재민들에게 배포되는 구호물품의 경우에도 필요한 물품이 적절한 시기와 지역에 지원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차원의 재난관리 정책이 지방정부 단위로까지 효율적으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어 지역재난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과학적관리가 시급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인 형평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대체로 주민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이 구호물품을 비롯한 구호서비스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형평성의 확보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하고 민감한 종류의 서비스인 구호활동에서 행정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은 형평성을 우선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구호물품이 이재민수보다 적게 왔을 때에는 그 물품을 필요로 하는 이재민들에게 우선 지원하는 것보다는 물품이 이재민들에게 전부 나눠줄 정도의 양이 확보가 된 이후에 지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주민들 간의 갈등을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공정성을 유지하는 의사결정은 될 수 있어도 신속성과 효과성 측면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재난을 경험한 피해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구호활동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구호서비스에서 형평성과 신속성의 문제는 신뢰가 전제가 되는 시스템의 구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해구호서비스를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신뢰가 확보된 공동 활동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 라고 할 수 있다.

공동생산에서 주민참여는 필수적
공동생산의 가장 큰 편익은 서비스 담당 공무원을 보조하기 위해 주민들을 활용하는데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 역량이 높아지고 주어진 자원으로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확대될 수 있으며, 비상 상황일 경우나 작업량이 많은 분주한 시간대에 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공동생산은 시민정신을 함양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공동생산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지역 사회 공동체의 문제와 공공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고, 지역사회 공동체와 이웃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기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공동생산을 통해 공무원과 주민은 상호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주민의 요구와 선호에 대한 행정의 대응성을 제고하고, 행정에 대한 주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재난피해지역의 구호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재난대응에 있어 행정기관은 한계가 있다

공동생산에 참여하는 주민들이나 단체들과의 의사소통과 접촉을 통하여 공무원들은 지역사회의 필요, 기대,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직접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고, 서로간의 신뢰를 높이게 된다. 그러므로 재해구호서비스에서 발생하기 쉬운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NGO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공동생산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공동생산에서 주민참여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공동생산을 위한 주민의 참여는 지역주민이 단순한 서비스 수용자의 입장이 아니라 서비스의 생산자의 입장을 지녀야 한다는 측면에서 생산해내는 서비스의 성격과 제공방법 등에 대한 일정정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지역주민이 재해구호서비스의 공동생산자로서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방재훈련 및 다양한 교육과정이 필요해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민이 재해구호서비스에 수동적인 수용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의 자세를 가져야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재해구호활동을 단순한 복구활동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역의 복구계획이라는 시점에서 지역의 구호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단순하게 토사제거, 비닐하우스 철거, 가재도구 세척과 같은 일반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피해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을 공동생산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동생산자로서의 지역주민들은 장기적인 지역부흥의 관점에서 활동을 전개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경제적 복구뿐만 아니라 공동체 회복이라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진 활동들을 전개해가야 한다.

이러한 활동의 전개는 단순히 지역주민 개개인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NGO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NGO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왔다. 특히 지방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는 최근, 지역 NGO의 활동은 지역의 풀뿌리 조직의 활동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역 NGO의 활동의 영역을 재해구호 서비스 및 재난관리 영역으로 확대해갈 수 있도록 견인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지역 NGO와 재난피해지역의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비로소 공동생산의 영역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