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 김정일 상무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로 국가물류 시스템이 붕괴되고 생산과 수출입 활동이 마비되었다. 주요 항만은 거대한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바뀌었고 긴급하게 군 병력과 장비가 투입되었지만 큰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으며 철도, 공항항만노조가 화물 대체수송 거부를 선언하고 나서 정부의 비상수송 계획에 큰 차질을 가져왔다. 광우병 사태, 유가급등 등과 맞물려 민주노총까지 파업을 결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점입가경으로 빠르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화물운송 사업자 등 경제주체가 다행히 운송료 인상합의를 이루어 화물연대가 일주일 만에 운송거부를 전격 철회하면서, 전국 주요항만은 컨테이너 차량 출입이 파업 전 수준에 가깝게 늘어나는 등 제품 출하와 원자재 수송 등이 다행히도 속속 정상화되고 있다.

왜곡된 운송수임구조를 개선하지 못해 온 정부도 적극적이고 유동적으로 운송업체와 관계설정을 하지 않은 화주도 모두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번과 같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의 경우처럼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국가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에 대비한 체계적인 비상 시 비즈니스연속성계획(BCP)체계 마련이 이번 기회에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BCP(BCM,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비즈니스연속성관리와 같은 개념)와 같이 자연재해뿐 아니라 파업, 국가기반시스템의 붕괴 등에 대비한 입체적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시스템의 보유가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정부차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관리와 계획체계의 수립, 운영에 많은 노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몇 년 전 발생했던 미국과 영국의 관련 사례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과 초기대응, 더불어 미리 대응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되짚어보자. 지난 2002년 여름 미국 해운조합과 항만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시작된 태업과 직장폐쇄는 약 10일간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연간 수출입규모 32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서부의 29개 항구의 방대한 컨테이너 유통이 마비되었다.

이들 항구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가동하고 분당 약 3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기 때문에 항구에 직장폐쇄 충격의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었다. 항만의 충격으로 인한 파급효과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미국경제에 대한 피해가 커져갔다. 항만폐쇄의 초기에는 미국경제에 대한 피해는 하루 10억 달러 규모였지만 사태가 1주일을 넘어가자 피해액은 하루 20억 달러에 달했다.

만약 사태가 2주일을 넘도록 지속되었다면 미국경제에 대한 피해는 하루 30억 달러, 즉 미국 GDP의 거의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사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더 많은 제품, 유통상품들이 상하거나 노후화되어 가고 매출손실이 커짐으로써 유통업체들과 제조업체들이 비용 및 인원삭감에 나서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공장들이 부품 및 자재 부족으로 문을 닫고 직원들을 해고하며 인근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된다. 전체적으로 1만 500명의 부두노조원에 대한 노동쟁의의 결과로 약 400만 명 이상의 미국 근로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을 수 있었던 큰 사태였다.

또 하나의 사례는 2000년 9월 영국정부가 새롭게 책정한 유류세 수준에 분노한 화물트럭 운전사들이 정유소와 연료저장고와의 도로와 통로를 봉쇄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유류를 제공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매일 뉴스에 보도되었지만 이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는 정도로 비춰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정부는 연료부족에 따라 식료품의 유통, 운송 배달에도 큰 지장을 입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결과 영국정부가 사태를 감지하고 개입에 나섰을 때에는 이미 식료품 배급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4일 전 수준으로까지 식료품 공급이 위태로워졌던 것이다. 앞에서의 두 가지 실제 사례를 통해서 이번 우리나라의 물류대란과 연결하여 고민하고 배워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BCP의 기본전략이 예방/대응/복구와 Worst-Case(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라는 원칙하에서 예방전략으로 준비 할 수 있는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많은 충격이 초기에는 특별히 해롭지 않게 보일 수 있다.

공급업체와 협력 업체들, 고객들, 그리고 정부조차도 장담에 가까운 정보를 내보낼 수 있다. 대규모의 충격의 정도를 초기에 감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분석능력과 함께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의 이해를 통해 경영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의 기업, 조직이 여러 외부의 위협 및 충격간의 직간접 관계를 파악하고 이러한 충격과 영향의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일본 등에서 실시하는 유료 할증료 (Surcharge System)징수 방법이 좋은 예방정책 중에 하나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둘째는 취약한 공급망(Supply Chain) 시스템에 대한 개선에 대한 필요성 인식이다. 오늘날의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경영효율화와 선진 경영기법으로 도입된 Lean Operations 관점에서 단지 몇 시간, 며칠 분의 재고 여분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품 공급업체와 운송회사, 그리고 창고회사들과의 긴밀한 연락을 통하여 부품이 바닥나는 사태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공급체인으로부터 잉여재고를 없앰으로써 모든 공급망 참가자들의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시스템 전체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저하되어 작은 충격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 대체운송망(철도/해상 등)과 대체 인력준비 등으로 현재 운영상태(Business As Usual)의 30%는 1일 이내에 복구한다는 등의 목표복구수준(Recovery Time Objective)을 명확히 설정한 후 주기적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통해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실히 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약 1조37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던 것을 기억한다. 경제성장의 정체가 계속되고 있고 고유가로 인해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인프라와 경쟁력에 심각한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민간 기업차원뿐 아니라 정부, 국가기반인프라 및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예방/대응/복구 테스트를 통한 국가적인 BCP체계 수립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생존권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정책이며 유비무환의 액션 플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