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월드텍 노영곤 대표

5월12일 오후 2시 28분에 중국의 쓰촨성 원천현에서 6만9000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46만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베이징 올림픽에 들떠있는 중국 전토를 뒤흔든 M7.9의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22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며 인도양 주변국을 초토화시켜 세계를 경악케 한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M9.3의 지진과 함께 지진의 위력과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재난이다.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피해 및 구조에 대한 정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이러한 정보공개는 문화혁명시기인 1976년 7월28일에 발생한 당산지진(M7.8) 때의 정보통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꼈다. 세상이 정보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사상이나 종교나 인종에 상관없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 게 해 주었다.

한편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정부의 노력과 세계로부터의 구조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단지 감탄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5월2일)에 태풍피해로 13만 명 이상의 사망과 실종자를 낸 미얀마정부의 대응이나 작년 12월7일에 발생한 원유유출사고에서의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정부의 대응과도 너무 비교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피해지역 방문 또한 구조와 복구활동을 방해만 하는 아마추어 적인 대응으로 재해에 대한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후진적 개념은 언제나 고쳐질지 궁금하다. 이번 지진의 특징은 거의 활동을 안했던 ‘죽은 단층’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였다는 것으로, 연구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에 의해 직접적으로 생긴 히말라야 산맥을 형성한 단층을 대표로 하는 많은 단층이 있어 과거에도 큰 지진이 많이 있었지만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롱멘샨단층이 아닌 다른 단층들로, 롱멘샨단층에서의 대지진은 유사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롱멘샨단층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에 의해 판의 경계와 평행으로 생기는 일반적인 단층과 달리 마치 고무공을 위아래로 누르면 옆으로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생긴 부가적인 단층으로 판의 경계와 수직방향으로 형성되어 있다(그림 1).

양판의 활동이 활발했던 공룡시대인 2억~6500만 년 전에는 활발히 움직였지만 1000만 년 전부터는 거의 활동을 안했다고 한다. 즉 이번 지진은 1000만년 동안 축적된 에너지가 분출된 것으로, 감히 인간의 일생으로는 생각하기도 까마득한 시간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정말로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든 격이다.

일반적으로 발생가능성에 대하여 연구 검토되는 단층의 범위는 200만년이전에 활동한 활단층으로, 실지 설계에서는 가장 엄한 기준인 원자력발전소에도 12~13만년이전의 활단층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1000만년이라는 개념으로 지진에 대한 발생가능기준을 평가하고 그 기간 동안에 쌓인 에너지를 구조물에 적용한다면 구조가능한 지역이나 구조물은 극히 한정될 것이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고작 4500년 밖에 안 되었는데 하물며 100년도 안되어 헐어지는 현대적인 구조물에 이러한 시간개념을 대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번의 지진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며 지구 전체를 통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지진에 대한 학술적 평가는 재난 구조·복구가 끝난 뒤에야 정밀한 결과를 알 수 있어 본지에서는 이번 재앙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지진대책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지진에 대한 대책으로 가장 먼저 고려될 것은 인명 및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구조물의 안전과 그러한 안전을 정하는 기준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지진에 대한 구조형식
구조물이 지진에 안전하기 위한 공학적인 대처방법은 ‘내진(耐震)’, ‘면진(免震)’, ‘제진(制震)’이 있다. 내진은 지진에 대하여 견딘다는 것으로 구조물이 갖고 있는 능력(potential)에 관한 것이고, 면진은 지진에서 벗어난다는 것으로 구조물을 지진이 전달되는 지반과 격리시키는 것이며, 제진은 지진을 억제한다는 것으로 관성력 등을 이용하여 지진의 힘을 저감하는 것이다.

제진형식으로 유명한 것은 높이 508m로 한때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했던 대만의 101층 빌딩에 설치된 거대한 시계추와 같은 구조(TMD라고 함)가 있다. 이는 주로 바람에 대한 진동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설치를 위하여 6개 층이 사용되었으며 660t의 무게를 갖는 등 비용이나 규모면에서 세계최대로 이렇게까지 하면서 건물을 높게 해야 하나 의문이 든다. 제진기술은 지진만이 아니라 바람에 의한 진동도 억제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로 세계적인 초고층 건축의 유행과 함께 앞으로도 많은 신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는 시공 실적이 적어 많은 시행착오를 격어야 할 것이고 당분간은 너무나도 많은 비용과 노력으로 초고층 건물에 한정될 것이다. 면진형식은 일본에서 코베지진(1995년,M7.3) 이후 병원 건물 등에 유행적으로 많이 적용되고 있는 구조로 금속판과 고무를 교대로 겹친 적층고무를 구조물과 지반 혹은 기초 사이에 설치하여 지진에 대한 지반의 움직임을 구조물에 전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지진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구조만이 아니라 설비시설도 대응하여야 하며 1개 층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또 면진구조의 설치 및 관리 비용이 추가되며 복잡한 구조 형식이나 고층 건물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하 깊이 4~6층 까지 주차장을 만드는 구조에서는 적용이 불가능 할 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제진이나 면진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추가로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구조물에 적용하는것은 아직 무리가 있어 대다수의 구조물은 내진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내진방식에는 ‘강도형(强度形)’과 ‘인성형(靭性形)’이 있다. 나무젓가락과 쇠젓가락을 휘어보면 나무젓가락은 안휘어지다가 어느 순간에 부러져 버린다. 쇠젓가락의 경우 휘어지기는 하나 부러지지는 않는다. 나무젓가락과 같이 갑자기 부러지는 성질을 취성(脆性)이라고 한다.

이러한 소재는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굵기만 되면 잘 휘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좋으나 부러진 경우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값싼 소재가 사용된다. 쇠젓가락과 같이 휘어져도 갑자기 부러지지 않는 것을 인성(靭性)이라고 한다. 부러지지가 않고 휘어져도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아 음식점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런 젓가락을 구조물에 비유하면 나무젓가락은 강도형, 쇠젓가락은 인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강도형은 예상되는 지진보다 더 큰 힘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짓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내력벽을 이용한 방식이 중심이다. 대표적인 구조물로 약간의 손상도 허락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으며 과거의 건축물 대다수가 포함된다. 이러한 형식은 중지진에는 거의 피해가 없는 반면, 허용되는 내력을 넘는 대지진을 만날 경우 맥없이 순식간에 붕괴되어 인명피해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보다 큰 지진이 발생하여 피해를 입을 때마다 기준이 변경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구조물이 대형화됨에 따라 건설비용이 증가하여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악의 대지진이 아닌 경우에는 사용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적용하는 대상에 따라서는 효과적이다. 규모가 작은 단독주택이나 벽식구조 물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적용되어 대지진이 발생 할 때마다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의 원흉이 되고 있다.

인성형은 자동차의 범퍼와 같은 이치로 구조물의 일부가 손상됨으로써 에너지를 소비시켜 구조물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대지진의 경우에도 구조물의 일부에 손상은 있으나 구조물이 붕괴될 가능성이 적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처음부터 손상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강도형에 비해 구조 단면이 작아져 건축비용도 절약되어 1990년대 이후에 세계적으로 널리 구조물 설계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설계법을 ‘극한강도 설계법’ 혹은 ‘한계상태 설계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각 부재가 인성적이라고 해도 구조물 전체의 파괴메커니즘이 잘못되면 오히려 취약한 구조가 되기 때문에 구조물 전체의 파괴메커니즘이 고려된 고도의 공학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진하중이 낮게 평가될 경우 지진이 아닌 건물 자체와 사용상의 하중으로 설계단면이 정해져 기둥보다 보가 튼튼한 마치 자동차에서 범퍼보다 차체가 취약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한 결과가 되기 쉬워 주의를 요한다.

또한 이러한 메커니즘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시공이 필수적이다. 구조물이 완성 후에 구조나 용도가 변경되면 파괴메커니즘이 바뀌어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변경이 거의 불가능 하다. 설계단계에서 엄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되고 사용자들 또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진에 대한 예측 평가
우리나라에 얼마만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까? 어디서·언제·얼마나 많은 피해가…. 이러한 지진에 대한 궁금증은 영원한 숙제 일 것이다. 어설프게 결과를 내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한정 미뤄놓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진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그에 대응하는 경제적이며 현실적인 내진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무작정 안전을 위한 과대평가는 부실 공사의 원인 제공으로 모두가 불행해 질 것이다. 과소평가는 이번 미국산 소고기 수입파동과 같은 세찬 맞바람을 맞을 것이다. 얼마 전의 한 연구에서 M5.8정도의 지진이 남한산성 하남시 부근에서 발생하였을 경우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에서 2만 명 이상이 사망할 거라는 쇼킹한 결과를 발표됐다.

이정도의 규모에서는 철근콘크리트나 철골로 지어진 구조물에서는 시공불량이 아닌 이상 피해 규모는 극히 작고 벽돌이나 블록으로 지은 조적식의 단독주택에 피해가 예상되나 붕괴까지 이어지는 초토화는 안 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남에 있는 구조물들은 모두 부실공사로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세계의 웃음거리로 건설시장에 발붙일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떠한 검증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복수의 예측시스템에 의한 결과분석에 따른 객관적인 공학적 판단만이 연구자가 해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부족하여 확신은 못하지만 피해가 가장 많을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단독주택이 과연 얼마만한 규모까지 버틸 수 있는지 실물실험이라도 해보았을까? 그런 자료가 적용되었을까….

지진에 대한 필요한 연구는 이렇게 언론이 다루기 쉬운 얼마의 규모에 얼마만큼의 피해가 예측된다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에 있는 단층이 이번 지진과 같은 성질로 발전 가능한지, 새로운 단층이나 지각변동이 있는지 등 지진 그 자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에서의 연구지원도 특정 기관의 연구 독식이나 눈앞의 결과에 연연한 1~2년 규모의 성과위주가 아닌 20~50년 단위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구조에 대한 기술은 지진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의 연구결과를 도입할 수 있겠지만, 지진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만의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 의하면 과거 200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M5.3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 규모에서 현대적인 구조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벽돌담 정도이다.

그 외에 부실시공의 와우아파트나 과적 및 용도에 맞지 않게 무모하게 사용한 삼풍백화점 등으로 사실상 내진을 고려 할 일도 없다. 내진구조를 전문으로한 사람으로서는 반갑지 않겠지만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지진규모에서 안정적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한편 GPS측정에 의한 최신의 판구분에 의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유라시아판도 엄밀히 구분하면 6개 정도로 세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지진도 그 구분으로 보면 양자강판과 페르시아-티베트-미얀마판의 경계에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에도 페르시아-티베트-미얀마판과 아무르강판의 경계가 있다고 한다(그림 1 참조). 이 경계는 에너지가 모이기 쉬운 판의 충돌이 아니고 분리되는 것이라 에너지의 축적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지진 역시 같은 유형이기 때문에 초장기적인 정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 경계주변에 이번 지진에서 영향을 끼쳤을 인도판과 같은 활발한 지각운동을 하는 판이 없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다. 이번 지진지역에서의 지각의 움직임이 평균 1mm/year 이하였다고 하여 거의 관찰이 불가능 한 것을 생각하면 지진 가능성의 유무를 뭐라고 판정할 수가 없다. 단지 우리의 일생이 1000만년의 재앙에 속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지진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내진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개인 주택 등 소규모 구조물에서이다. 이러한 구조물은 사실상 구조검토 등도 없는 상황의 소외된 건설 환경에서 지어지고 있고 피해 발생 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물론 공공성이 없고 개인재산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제약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는 하지만 지진에서 인명손실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건축 표준이나 재난 대책 매뉴얼은 정부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