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정규 교수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통적 테러리즘이 확대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인터넷 활동을 통해 심리전의 전개, 선전 및 홍보의 수단, 정보수집, 자금 확보, 조직원 모집 등을 시도하며 테러행위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사이버 테러의 최악, ‘국가 주요시설 해킹’
사이버 테러리즘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가 주요시설이 해킹 등의 공격을 받고 본래 기능을 상실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이다. 파괴적 사이버 테러리즘은 관련 기술의 진화와 관련성이 깊다. 기술의 진보가 오히려 취약점을 증대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기술적 측면의 취약성은 프로그래밍 특성 또는 운영체제, 프로토콜 또는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의 설정 오류 등으로 나타난다.

또 네트워크가 인터넷 또는 다른 네트워크에 어떻게 연결됐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외부연결을 허용하는 네트워크는 외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높다. 따라서 내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곳을 가능한 좁힌 다음 그 곳에서 접근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 보안 정책의 하나이다. 특히 기관별로 자신의 네트워크에 대한 취약성을 스스로 평가하는 제도의 적극적 시행도 외부 공격을 예방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국가 주요시설의 기술적 측면의 취약성은 과거 물리적 시스템이 원방감지제어시스템(이하 스카다)으로 전환되면서 증가됐다. 스카다란 전력, 가스 등 에너지 설비, 대규모 산업 플랜트를 운영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센서, 제어계통, 통신망 및 컴퓨터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기계식 시스템의 복잡한 시리얼 케이블 및 배선, 현장에서 직접 감시 및 제어, 많은 공간의 필요 등을 원격감시 제어 및 광역화를 통해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스카다는 정보보안에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사이버 테러리즘에 목표물이 될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카다 시스템에 대한 침해사고가 아직 보고된 적은 없으나 실제로 없었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내 스카다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물리적 보안에 관해서는 생체인식기술을 활용한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생체인식기술이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또는 행동적 특징에 관한 정보를 시스템화 하는 기술이다.

현재 개인인증 방법은 기억, 소유물, 개인특성으로 크게 구분된다. 개인특성에는 개인경력, 반자동화된 생체인식, 자동화된 생체인식이 있다. 반자동화된 생체인식이란 현재 경찰이 과학수사에서 사용하는 지문인식 시스템처럼 사용자의 지문을 아날로그 형식으로 얻고 이를 다시 디지털로 전환해 개인을 인증하는 방법이다. 자동화된 생체인식은 생리적 특징, 행동적 특징으로 구별된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체인식 특성은 지문이었으나 향후에는 홍채인식이 가장 많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채인식은 환경조건에 관계없이 인식 정확도가 높으며 리더기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불필요해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얼굴은 홍채보다 획득성과 수용성이 뛰어나고 지문은 수용성이 우수한 생체특성이다. 생체인식은 전통적으로 정부, 기업, 연구소 등에서 소속직원의 입·출입 관리, 범죄수사용으로 주로 사용돼 왔으나 최근 관련분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컴퓨터 내부의 자료 관리에도 응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됐다.

네트워크 접근 권한을 인식하는데 홍채 등 생체인식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사이버 테러리즘의 공격을 차단하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의 유죄입증 자료를 획득하기 위해 사이버 포렌식적 대응도 활성화돼야 한다. 사이버포렌식에 대한 수사기법이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최근에는 안티 사이버포렌식 기법들이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안티보다 빠른 포렌식 기술의 발전이 시급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인정받고 있는 포렌식 프로그램은 미국 소프트가이던스의 엔케이스이다.

사이버 테러리스트의 유죄입증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의 포렌식 프로그램을 국제 공인프로그램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사이버 수사의 국제적 공신력이 제고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이버위협 관련 국가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대통령훈령 제141호)에 의거 국가사이버안전매뉴얼(이하 매뉴얼)을 개정했다.

각급기관은 매뉴얼에 따라 자체 사이버안전대책을 수립, 시행하며 보안관리 실태를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 보안관리 활동은 경보발령 이전인 정상단계에서 실시토록하고 있으며 매뉴얼을 통해 9개 분야별 점검항목이 제시돼 있다.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영역에서도 매뉴얼의 항목들에 대한 자체 점검을 정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북한의 사이버 테러’ 무방비
우리나라의 경우 국방, 외교 등에 걸쳐 가장 위험한 국가는 북한이다. 최근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이 우리 국민을 납치하고 살해한 테러리즘에 가려 북한의 테러리즘에 대한 국민적 안보의식이 낮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80년대 북한의 대한항공폭파, 아웅산 테러리즘 등을 상기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전통적 재래식 무기체계는 강력하나 사이버전과 관련된 역량은 낮을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은 평양의 미림대학(지휘자동화대학, 김일대학으로 개칭)을 통해 매년 100여명의 사이버전사(전산·정보 전송체계, 암호개발 전문가와 전문해커)를 양성하는 등 정보전 수행역량을 강화해 왔다. 북한은 인터넷을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되는 특별공간으로 규정하고 사이버 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노동당 비서국 산하에 35호실을 설치, 대내외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산하에 121소를 설치해 우리의 지휘통신망을 교란하면서 서버 등 인터넷 시스템의 파괴를 위한 실질적인 사이버전 전담부대를 양성중이다. 한편 북한의 사이버전 역량에 대해 미 국방부가 자체 모의실험을 실시한 결과 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소를 마비시키고 본토 전력망에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갖춘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미국의 국방관련 네트워크 보안체계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만약 우리나라에 사이버 테러리즘을 감행한다면 그 이상의 피해를 유발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양성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주요기관으로는 평양프로그램센터, 조선컴퓨터센터, 평양정보센터, 국가과학원,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 등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에는 컴퓨터과학대학이 설치돼 있고 매년 전국 대학생 컴퓨터 프로그램 경연을 개회해 우수인력을 발굴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리즘의 능력은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사이버 테러리즘은 사이버 범죄 또는 사이버 전쟁의 경계에 있다. 정전 상황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사이버 테러리즘을 넘어 사이버전쟁의 유형에 해당된다.

전쟁이란 군이 주체가 되는 국가비상적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써 사이버 전쟁을 기존의 군사작전의 형태로 대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기존의 군사작전은 물리적 공격에 대한 작전개념으로 정형화돼 있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물리적 공격으로 접근한다면 ‘침투 및 국지도발’ 정도의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침투 및 국지도발’에 대한 군사작전은 통합방위작전으로 수행되는데 현재 통합방위작전은 내륙침투대비작전, 해상·해안침투 대비작전, 공중침투대비작전으로만 분류돼 있다.

따라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통합방위작전차원의 대응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2002년 합참에서 발간한 ‘○○작계-02’는 ‘적 침투 및 국지도발 대비 작전계획’, ‘비군사적 위협대비 작전계획’, ‘대테러 작전계획’을 통합한 것이었다.

각각의 작계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첫째, 침투 및 국지도발대비작전계획은 전면전 이전 북한군이 특정지역에서 제한적인 군사력으로 행사하는 일체의 위해 행위에 대비하는 작전계획이다. 둘째, 비군사적 위협대비작전계획은 북한 또는 외부세력이 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영토, 영공, 영해에 침범하는 일체의 위해 행위에 대비하는 작전계획이다. 셋째, 대테러 작전계획은 개인 및 단체, 특정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행하는 폭력행위와 수단에 대응하는 제반활동을 의미한다.

대테러 작전계획에 북한의 사이버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기 위해서는 합참차원에서 적극적인 테러리즘 대응을 모색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가능할 것인데 현재로써는 없는 실정이다. 대테러리즘 활동 지침인 ‘대통령훈령 47호’에 구체적인 군 운용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고 평시 작전권을 가진 합동참모의장이 테러리즘 대비작전을 수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나 지침도 없다.

현재는 국방부 차원에서 사이버 테러리즘의 대응을 위해 국군기무사령부를 중심으로 국방 정보전 대응센터를 운용하고 있지만 합참이 국방부보다 상급기관이므로 합참작전에 사이버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작계를 명확히 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테러리즘이 실제 전쟁보다 더욱 심각한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인식함으로써 체계적인 군사적 대응책의 마련이 요망된다.

국민적 ‘위험성 인식’ 확산 중요
사이버 테러리즘의 공포가 전통적 테러리즘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보이지 않은 위협이고 피해의 범위를 예측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을 정도의 공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범죄 또한 정보화 사회의 안정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악행이다. 피해의 규모와 파급효과 면에서는 사이버 테러리즘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행위적 유형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은 사이버 테러리즘의 억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사이버 범죄와 사이버 테러리즘의 결탁은 강력한 사이버 테러리즘을 양산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사이버 범죄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이버 테러리즘은 뉴 테러리즘의 유형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형태라 할 수 있으며 현대 구조 이론적 측면에서는 과학의 기술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물로 이해된다. 또한 행위자의 합리적 선택과 인터넷 상의 일상활동적 특성에 기인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사이버 테러리즘은 정보화 사회의 취약성이 만들어낸 산물이므로 해결방법 또한 정보화 사회의 안정성을 강화시키는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먼저 전통적 테러리즘을 강화하는 측면의 사이버 테러리즘에 대한 억제를 위해 테러리즘과 관련된 불법·유해정보의 차단을 국제공조 등을 통해 억제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인터넷 사용자의 자발적인 차단을 활성화 시켜야 하고 기술적 측면에서 통제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하겠다.

사이버상 유죄입증을 확보하는 포렌식적 기법의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파괴적 형태의 사이버 테러리즘이 발생할 수 있는 스카다 시스템에 대한 보완대책이 시급하고 생체인식시스템을 통한 시스템 접근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국가사이버안전매뉴얼의 자체 점검평가를 민간분야에도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의 사이버 테러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는 징후들을 종합했을 때, 군사적인 차원의 명확한 작전계획이 수립돼야 하는데 가급적 작전상 최상위 기능인 합참에서 대응 가능한 작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명확한 근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테러리즘의 주체는 사상적으로 무장한 경우는 혁명의 전사가 되고 종교적으로 감화된 경우는 성스러운 전사가 된다. 죽음을 불사하고 악행을 감행하는 테러리스트의 특성을 고려하면 우수한 테러리즘 대응방안의 마련은 결코 용이하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처럼 테러리즘의 근원지를 초토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실패한 전쟁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결국 완벽한 테러리즘의 대응이란 국제사회의 갈등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적극적으로 위험을 평가하고 도출되는 취약성의 보완을 게을리 하지 않는 단순하지만 성실한 자세를 갖는 것이다. 사이버상 기술적 취약성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먼저 노출되는 경우 피해의 우려가 곧장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확산을 위해 더 많은 홍보와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