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행정학과 이재은 교수

현대 사회는 수많은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도 한다. 한 지역의 문제가 특정지역에 머물지 않고 국가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확산되기도 한다. 오늘 날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크게 세계화, 지방화, 그리고 경쟁력 강화 요구의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가 역시 세계 환경의 변화와 흐름을 따라갈 때 비로소 국가의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 위기관리와 관련한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면 우선 국제 환경에서는 과거와 같은 이념과 이익을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가 안전을 기준으로 한 테러와 반테러 국가로 재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현대국가의 안보 영역이 테러, 대량살상무기, 전쟁 등과 같은 전통적 안보(conventional security) 개념으로부터 질병, 전염병, 실업, 자연재난, 인적재난, 핵심기반 위기 등의 분야에서의 위기를 총괄적으로 관리·통합·조정하는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국가 간의 연대 경향성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안전 및 재난에 대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대응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래 사회에서의 경제 환경 또한 도시화, 산업화, 첨단화, 고급화, 집적화의 경향으로 인해 안보 위기, 재난 위기, 국가 핵심기반 위기 등으로 인해 피해 규모와 피해 정도가 대규모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의 기반인 정보통신 기반의 붕괴, 전력 시스템의 중단, 물류·수송 시스템의 마비 등에 대한 예방 및 대비 방안과 대응 및 복구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기후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상 조건의 변화가 극심해질 것이다. 과거 풍수해 중심의 기상재난으로부터 대규모 폭설, 가뭄, 태풍, 집중호우, 황사 등의 빈번한 내습이 예상되는 한편, 점점 더 복합 위기(hybrid crisis) 형태의 위기 발생으로 인해 이에 대한 대처 역시 과거의 단선적 방식으로는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포괄적 안보 개념 하에서 국가 위기의 개념이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즉 과거의 국가 위기 개념은 주로 전쟁과 무력 충돌을 가정한 전통적 안보 위기에 국한하여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날에는 전통적인 안보 위기뿐만 아니라 자연재난과 인적재난, 국가 핵심기반 위기, 그리고 국민생활안전 위기 등을 포괄하게 된다.

현재의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에 의하면 국가 위기는 ‘국가의 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가를 국민, 영토, 주권, 그리고 국가 운영의 핵심요소로 구성된 공동체로 이해한다면, 국가 위기를 ‘국민의 생명과 재산 및 건강, 국가의 영토 및 주권, 그리고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로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가 위기의 정의는 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구성요소와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영토, 주권과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핵심적인 기능, 시설, 시스템인 국가 핵심기반을 위협하는 일체의 위협 요소를 국가 위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 위기를 유형화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 국민안보 위기이다.

국민안보 위기는 국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국민생활안전 위기와 일상생활의 밖에서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재난 위기로 분류할 수 있다. 둘째, 영토와 주권의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 영토 위기와 주권 위기이다. 이들 영토 위기와 주권 위기는 전통적 안보 위기로 분류할 수 있다. 셋째, 국가 핵심기반의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 국가 핵심기반 위기이다.

국가 핵심기반 위기는 공공부문의 국가 핵심기반 위기와 민간부문의 국가 핵심기반 위기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는 이들 국가 위기를 관리하는 국가 위기관리를 ‘국가 위기를 효율적으로 예방·대비하고 발생시에는 효과적으로 대응·복구하기 위하여 국가가 가용 자원을 기획·조정·통제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 위기관리의 여러 분야중에서 재난/핵심기반 분야의 위기관리 체계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 혼재되어 있는 다양한 국가 위기관리 분야의 법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민방위기본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소방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등 법률을 국가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가위기관리기본법(가칭) 하에서 정비하고 필요한 경우 국가핵심기반보호법(가칭) 등을 제정하여 관련 법률들을 체계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 비상시 종합적 차원에서 운용되어야 하는 국가 비상대비자원 관리의 효율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한편, 국가 위기관리 연습과 훈련이 실제 상황에 근거한 가상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실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상황중심적 대응력 향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의 고도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국가 위기 분야의 매뉴얼들이 국가 위기의 유형별, 기관별, 단계별로 고도화되고 발전되어 실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국가 위기관리 평가체계가 정교화되어야 한다. 중앙부처는 물론 각급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주요 기간산업체 등에서 평가가 법률에 기반하여 정례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복합위기의 관리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연재난이나 인적재난으로 인한 금융, 정보통신, 교통수송시스템의 마비나 전통적 안보 위기로부터 비롯되는 댐, 원자력, 전력시스템 붕괴 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여섯째, 국가 정체성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고 자긍심을 주는 국가적 유물·유적의 보호와 국가 상징물(national icon)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일곱째, 국가 위기관리의 선진화와 고도화를 위한 산업화와 시장 형성이 요구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 종사자 등이 직접 수립하고 있는 위기관리 계획을 전문 연구기관이나 컨설팅 회사가 하게 하거나, 재난 잔해물 제거, 정책개발, 재난관리 교육,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등을 민간 기업이나 연구소, 기업 등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성에 기반하여 향후 재난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재난 시나리오의 작성 등도 민간 시장을 통해 가능하다.

여덞째, 그동안 소홀히 되어왔던 국민의 안전의식 확산과 안전문화 구축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안전문화보다는 실생활 속에서의 사례별, 유형별, 내용별 구체성을 지니면서 실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실행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안전문화 내용이 법 제도적으로 구비되어야 한다.

아홉째, 재난/핵심기반 분야의 연구·개발이 제학문적(interdisciplinary) 또는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도 방재시설을 만들거나 방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이 분야 연구·개발(R&D)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이들 분야와 더불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생활과학, 의학, 보건학 등의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개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