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 외교안보전공 윤영미 교수

지난 5월 중순 한승수 국무총리의 전방위 ‘맞춤형’ 쌍방향 자원외교로 대표하는 중앙아시아 3개국과 아제르바이잔의 자원외교는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 정상외교, 자원협력위 등 입체적인 자원외교를 추진하는 한편 자원개발을 해당국의 인프라·산업 발전, 경제협력 등과 연계한 패키지형 진출 전략이다. 민관 조사관 파견, 정부와 민간의 동반 진출,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의 작업도 병행된다.

한승수 총리, 자원외교 성공적
주요 정상회담 추진 지역은 크게 독립국가연합(CIS), 중앙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4곳이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경우 카자흐스탄 정상의 방한을 활용해 신규 사업을 적극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 총리가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것은 92년 수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며,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석유화학산업 육성과 연계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현지의 한류 바람을 활용하는 한편 섬유·IT 등 현지 핵심육성사업과 자원개발을 주고받는 패키지형 진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석유 및 가스를 합쳐 8건의 합의, 4억배럴 규모의 석유 광구 탐사권과 1500만t 규모의 가스전 탐사광구 확보, 2개의 유망광구 독점 조사권과 함께 연간 소요량의 20%에 달하는 5740t의 우라늄 확보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번 자원외교의 가장 주요 성과는 카자흐스탄과는 약 4년간 지체돼왔던 석유 10억 배럴 규모의 카자흐스탄 잠빌해상광구(추정 매장량 10억 배럴)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석유공사 등 한국컨소시엄은 잠빌광구 지분 27%를 85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본계약 체결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준쿠이 가스전(추정 매장량 1500t)과 나망간·추스트 광구(6700만 배럴)를 공동으로 탐사하는 계약이 완료됐다.

또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남쪽 카스피해상의 바하르 가스전 개발협력 MOU도 대우인터내셔널과 바글란 그룹 간에 체결됐다. 이를 합치면 지난해 연간 국내 소비량(석유 8억 7000만배럴, 가스 2450t) 기준으로 석유는 우리 국민이 1.2년, 천연가스는 2.7년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카자흐과 우즈벡에서 2건의 우라늄 장기도입 계약을 체결해 총 5740톤의 우라늄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까지 연간수요량의 20%를 충당할 수 있는 원전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그밖에 우즈벡에서 알마릭 광산 인근 미탐사 지역 조사·평가 및 시설현대화 사업 참여권, 찜칼타사이 몰리브덴·중석광구에 대한 독점적 조사 평가권 등도 확보했으며, 투르크멘 카스피해 해상광구 등에 참여를 요청했다.

우리정부가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기업 수주 물량인 카자흐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45억 달러), 투르크멘 투르크멘바쉬 신항만 건설(11억 달러), 가스파이프 제조 설비 등 총 4건 57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한-투르크멘 장관급 경제공동위 설치, 전력분야 협력, 에너지 연구개발 등 협력 MOU 7건 체결, 협력증진을 위한 공여사업 31건 3억 6000만 달러, 비즈니스포럼 개최 및 개별면담을 통한 경제인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경제협력을 증진했다.

그밖에 카자흐 우편물 현대화 계약, 코오롱과 아제르 최대 민간기업인 아제르선(Azersun)은 2억 7000만 달러 규모 “드림 아일랜드”건설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으며 포스코 건설은 미니밀 공장(3억2000만달러)수주를 확정했다.

정부-기업, 조기경보시스템 구축해야
현재 한국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조기 경보 시스템의 구축 및 위기 발생 시 조기 대처 능력 배양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현지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진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따라서 재외공관에 지역 전문가들을 확충하고,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원외교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더욱이 리스크 완화를 위해 진출국을 포함한 원거리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정치·경제적 위험을 분석해내고,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간 협조가 절실한 영역이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 수입대국이지만 석유 탐사·생산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영향력이 미미하다. 또 투자유치국의 관심을 유도할만한 최첨단의 ‘틈새 기술력’도 갖고 있지 않다.

자원협상이 부재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같은 시장에 진출해있는 다른 주요국 기업들에 비해 투자 유치국의 간섭과 착취에 더 많이 노출된다. 정부와 기업차원에서 해외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통상적인 외교활동과 경제적 도구(차관, 경제적 지원, 제재),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 및 세계 여러 곳의 시민 사회와의 접촉 저변 확대 등 다양한 활동을 패키지로 묶어서 전략해야 한다.

공기업과 국내 에너지 기업 ‘덩치’ 키우자
영국과 미국계 기업들은 자본시장을 통해 자원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영미계 석유 메이저 들은 막대한 자금, 정보,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요 전략지역의 유전을 선점했다. 예를 들면 액슨모빌, BP, 로열더치셀 등 석유 메이저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32%, 매장량의 10%이상을 점유한다.

한편 현재 국내최대 석유 탐사 개발업체인 석유공사는 세계 100대 에너지기업 중 하루 생산량 5만 배럴의 98위다. 지난해 5월 해외에너지기업 M&A(인수·합병)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입찰 대상은 2억 1700S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영국의 버렌에너지 인수가격 입찰에서 32억 달러를 제시했으나 세계 10위권인 이탈리아의 국영 오일메이저 ENI가 35억 달러를 입찰해 투자 자금과 회사 규모면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또 탐사유전 광구 입찰에서도 석유공사가 해외에서 생산하는 석유가 5만 배럴에 지나지 않아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광구 입찰저격을 심사하면 탈락하는 실상이다. 물론 해외 석유개발 투자비는 가장 낮다는 지적이다. 석유공사의 해외투자비는 올해 8억 달러에 불과하다. 기술력만으로 부족하고 에너지 기업의 글로벌화 즉 대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대형화 내지 민영화를 통한 에너지자원 개발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내지 확보가 제기된다. 고유가 시대 자원 개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처럼 메이저 에너지회사를 육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간구되어야 한다.

맞춤형 전략적 자원외교 강화
우리정부는 중동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수입처의 다변화 자원외교 정책을 실시 중이다. 이런 점에서 살펴본 대로 쌍방향 자원외교의 주요 대상으로 중앙아시아의 카스피해 지역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에너지 및 자원 확보를 통한 성과 달성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에너지안보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자원개발이나 수급만의 접근으로는 우리의 필요충족이 어렵다.

상호 호혜적 접근 즉 쌍방향·패키지 에너지 자원외교가 강화되어야 한다. 중앙아시아지역은 우리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압축적 경제성장 경험과 기술, 공적개발원조 확대, 연수생 초청도 대폭 늘리는 등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중장기적 차원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즈베키스탄에 올해부터 재정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재정부족을 감안한 정책으로 2011년까지 1억2000만 달러 무상원조하는 등 4건의 제정지원 사업을 하기로 했다. 올해 지원액은 1700만 달러로 한국 원조국 중 10번째이자 중앙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카자흐스탄에서의 주요 협정 및 계약은 건설, 정보 기술(IT)도시계획 수립, 섬유 등 우리의 산업기술을 이전하는 기술 전수 분야가 핵심이다.

자원보유국 공략 위한 전략 수립 시급
에너지 자원국가들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 유지 및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심지어 자원개발법 등을 제정해서 외국기업의 지분 참여를 제한하며, 체결된 계약까지 무효화시킬 수 있는 법적수단까지 마련해 놓았다. 결국 MOU 체결만 있을 뿐 본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어려움을 겪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기업차원에서의 지속적인 측면지원이 지속되어야한다.

더욱이 해외 모든 원유 공급자들이 한국의 에너지 수요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한 시장을 발굴해내고 구체적인 탐사 프로젝트로까지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유자원이 지리적으로도 접근 가능하면서 정치적으로도 한국 투자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자원보유국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의 수립이 시급하다.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이 대표적이다. 자원부국 러시아 산업에너지부를 중심으로 자원 수출의 다변화 정책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에너지정책을 실시한다. 에너지 판매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전통적 시장인 EU와의 협력을 지속하면서 유럽 시장에 편중돼 왔던 에너지 교역과 송유·가스관 인프라 구축 및 석유·가스 개발 계획을 동시베리아 및 극동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인도 등 아시아 및 북미지역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화된 자원민족주의와 메이저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 등 개발 및 투자 환경이 우리에게는 그다지 유리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자원의 수입처이자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에너지자원의 전략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러시아의 에너지문제를 비롯한 경제정책 결정과정이 동북아에 대한 지정학적 정치 경제적 안보 이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부연하자면 러시아정부에 의한 에너지 통제가 강화되지만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라 차별적 에너지정책을 전개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러시아석유산업 참여에 대한 투자응찰조차 거부했지만 중·러 관계의 변화에 따라 2006년 러시아는 중국의 부분적 석유산업참여 및 사할린-III 프로젝트에의 참여를 허용했다.

또한 지난 4월 말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푸틴 전 대통령은 러-일 양국의 쿠릴섬 영유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추후 영토문제를 협상하도록 제안하면서 일본과의 에너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일본의 동시베리아 및 사할린-III 개발 및 투자 참여를 허용했다. ‘사할린-II’의 필툰과 룬스코예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LNG로 만들어 올해 말 수출을 시작하는데, 한국은 사할린-II에서 생산된 가스를 LNG로 수입하게 된다.

이처럼 수출 다변화 전략을 꾀하는 러시아정부의 에너지정책에도 이점이 되며, 자국의 정치적 안정과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비용절감이라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향후 동시베리아 및 극동지역에서 한국석유공사의 서캄차트카 유전 공동개발, SK에너지의 사할린 LNG 도입사업 등을 통해 한-러 에너지외교와 관련한 현안들이 지속적으로 더욱 확대되도록 정부차원에서 자원정상외교가 강화되어야 한다.

당면 과제, ‘원전 필요성 국민적 공감대’
에너지위기 극복책으로 정부는 지난 6월 8일 고유가로 인한 민생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유가환급금과 유가보조금, 면세유 확대, 전기·가스요금 인상 억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10조원대의 ‘고유가 극복종합대책 발표문’을 발표했다. 주요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단기대책으로 정부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유가환급금제도’를 올 7월부터 1년 간 한시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고유가가 계속 진행돼 두바이유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어서면 모든 유류의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추가대책을 강구할 예정이고, 정부는 유가인상에 보다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세법 개정을 통해 탄력세율 범위를 미리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지열·태양광·태양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국내외 유망 광구의 개발과 확보를 위한 융자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재원확보 노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이달 말에 열리는 3차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인데, 이에 대비해 이번 달 초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원자력발전의 적정비중 목표 안으로 원전 설비 비중을 지난해 기준 26.0%에서 2020년에는 29.0%로 늘리고 2030년까지 원전을 9~13기 신설해 원자력발전의 시설 비중을 37~42%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2030년까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자주개발률을 4.1%(2005년 기준)에서 40%로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1%(2005년 기준)에서 9%로 늘리고 석유의존도를 43.6%(2006년 기준)에서 33%로 줄이는 등의 비전도 내놨다. 그러나 제기되는 가장 시급한 문제점은 원전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있다.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국가에너지계획에 원전 비중을 37~42%로 설정한 후에 타 에너지원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 에너지위기 대처 방안으로 이미 원전이 대세인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것에 대한 모순점이 제기된다.

사실상 초고유가의 효율적 대처 방안은 석유의 안정적 확보를 중심으로 자원 확보는 이미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전 세계는 자원보유 및 확보가 최우선 국가정책으로 지속적인 자원정상외교와 해외 유전 및 가스 자원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통해 자원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공급원 확보와 해외 유전 개발은 이미 가장 중요한 현실적 대안이자 자원외교의 중심축이다.

그동안 한국은 중동의 석유 의존도가 70%를 상화하면서 동지역을 중심으로 석유확보를 위한 전략적으로 전방위적 에너지 정상외교가 전개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과 정상외교는 부진한 상태다. 향후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과의 다자간 양자간 에너지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이며 적극적인 정상외교 및 자원협력포럼이 활성화되어야한다.

현재 중동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및 카스피해 연안의 신생 자원부국과 중남미, 러시아, 아프리카국가들과의 쌍방향 자원외교가 더욱 실질적인 협력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중장기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접근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고유가와 자원민족주의 추세가 강화되고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석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정부 주도 하에 장기적 차원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고유가의 진정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 및 대체에너지 개발 등 중장기적인 대책에 주안점을 두고 대응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자원 수입처의 다변화, 수송로의 안전보장, 비축제도 개선, 국내 국영에너지 기업의 글로벌화된 대형 국영석유회사의 설립의 급선무 등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달성되어야 한다.